[ POSTECH ] in KIDS 글 쓴 이(By): dkkang (전영소년) 날 짜 (Date): 2000년 1월 13일 목요일 오후 05시 06분 51초 제 목(Title): Re: [질문]페르마의 정리는 완전히 해결�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포스텍과 무관한 사람이라 주제넘게 이런 글 올리는 게 좀 어렵지만, (그래서 처음에 글 올릴 때, 일부러 안 올렸습니다.) 저는 그 이유를 전통에서라기 보다는 다른 두가지 이유로 보고 싶네요. 1. 마음의 여유가 없다. 제가 대학 3학년때, 멀티펙 하노이를 얘기하니까, 다들 웃고 말더군요. 다들 말은 안했지만, 돈도 안되는 데 뭐하러 그런 걸 하느냐 라는 생각이었겠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졸업, 취직에 목멘 현실 아닙니까? 상대적으로 복지가 좋은 선진국과의 차이가 이런 것일지도... 그러나 Dijkstra는 1970년 이런 돈도 안되는 짓을 하고 있었고, X.-M. Lu도 1986년 쯤부터 이런 짓을 하고 있었습니다. 좋은 나라에 태어나서, 돈이 안되더라고 풀고싶은 퍼즐 열심히 풀 수 있는 사람들은 태어나자 마자 생존 경쟁에 허덕이는 사람들과는 출발점이 다른 것일지도 모르지요. 2. 고시 공부하듯 대학 입시 공부하듯 연구하는 학풍 또 하나는 연구를 마치 고시 공부하듯 하는 학문적 경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은 자신의 연구 분야의 유명한 저널에 실린 논문들 10 개정도를 복사하고는 그 논문들을 디립다 파더군요. 그렇게 몇 달을 파고, 시스템을 구현해 보더니, 뭔가 하나 더 추가해서는 저널에 내더군요. 저도 그런 식으로 저널에 낸 적이 있고 대부분의 범인들은 그런 식으로 학문이니, 연구니 하는 것들을 합니다. 즉 그사람이 뭘 잘못한 게 아니라 대부분 그런 식이란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때문에 언제나 먼저 연구한 사람들의 후발 주자일 뿐이고, 스스로가 하는 짓이 진정 연구인지 의심스럽고, 연구할 맛이 안나고 자조적으로 되어 가는 거 아닐까요? 그래서 대학원 생활에 실망하고, 교수님께 실망하고 백수 비슷하게 되버리는 거라면 좀 비약이 있는 건가요? 언제나 먼저 연구한 사람들이 정신적인 아버지입니다. 그들을 평생 졸업 못하죠... 누가 자신에게 전공에 대해 묻는다면 언제나 나오는 대답은 그들이 만든 것들의 조합이거나 +1 입니다. 신경망이나 퍼지 등을 사용하여 좋은 논문은 나오지만, 최초로 신경망이나 퍼지는 나오지 않는 게 한국의 현실 같습니다. 저도 범인이라서 다를 게 없지만, 서양의 학문을 복사하는 짓거리는 21세기에는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미국의 역사가 겨우 2백년을 넘었다는데 어떻게 그 수학의 전통이 수백년씩이나 될까 무지 궁금하다. 설마 아메리카 원주민을 계산에 넣은 것은 아닐테구. 그리고 물론 전통도 중요하긴 하지만, 전통이 전부다는 아닐텐데. 과학이나 수학이나 모두 전통만 따진다면야 동양이 서양보다 앞서도 훨씬 앞섰지 뭐. 지금 순수과학/수학분야에서 미국/유럽/러시아등이 우세한 것은 인정 한다. 하지만 그게 '전통'에서 오는 차이라는 설명은 비록 질낮은 학문인 기술/응용과학 분야에선 추격을 허용하긴 했지만 순수과학과 같은 형이상학적인 분야에선 촌구석에서 논이나 갈다 굴러온 동양의 시골뜨기들은 뒤늦게 백날 해봐야 못따라 올것이라는 서양위주의 시각이 상당히 다분한 느낌이 든다. '전통'... 원래는 무척 좋은 뜻을 담고 있는 말이지만, 이런데서 쓰이는 '전통'이라는 말은 은근히 신분제도 하에서의 '가문'이니 '핏줄'이니 하는 말 처럼 어떤 권위를 주장하는 듯 한 뉘앙스를 풍겨서 싫다. '전통'...?? 그럼 어쩌란 말인가?? 후발주자들은 언제까지 후발주자여야 한단 말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