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OSTECH ] in KIDS 글 쓴 이(By): guest (,..,.,,) <cyon.postech.ac> 날 짜 (Date): 1998년 11월 10일 화요일 오전 01시 57분 58초 제 목(Title): [posb]MBA의 실상! 어떠 선배님께서 MBA상담을 해 주신다는군요. 솔직히 우리학교에서도 그 선배님과 같이 경영을 공부하는 사람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실상 외부의 소식과 상당히 동떨어져 지내는 우리학교 학생으로서는 그 학위에 대한 착각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현재 미국 UC Berkeley에서 교환학생으로 있으면서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 경험을 바탕으로 대강의 실상에 대해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1. MBA룰 받는다고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착각을 하지 말자. 대개 상위 20위 안에 드는 Business School에서 MBA를 받으면 Median Salary $70,000정도의 Starting salary로 직장을 시작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을 철저하게 미국 시민 또는 영어를 모국어처럼 쓸 수 있는 외국사람(대개 유럽인들) 또는 정말로 운이 좋은 아시아계 유학생들에게 국한된 이야기입니다. 즉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다가 휴직을 하든 사표를 쓰든 해서 MBA를 받은 사람이 미국의 Consulting Firm이나 Investment Bank에서 직장을 잡고 일을 하면서 같이 공부한 미국학생과 같이 연봉을 받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2. 직장경력을 우습게 여기지 말자. Business School은 Professional School입니다. 다시 말해서 입학을 위해 필요한 자격 가운데 직장경력이 상당히 중요하 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내 상위 20위내의 학교들에 입학하는 사람들 의 평균 직장경력은 5년이상입니다. 그것도 아무회사나 5년 다닌 것이 아닙니다. 특히 한국에서 회사를 다닌 것을 직장경력으로 제대로 인정받 으려면 최소한 외국에 이름이 알려진 10대기업 안에 드는 회사에 다녀야 어느정도 입학에서 남들과 경쟁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정병찬이라는 사람이 'MBA로 당신의 인생을 바뀌라.'라는 책을 내 서 그나마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의 직장인들에게, 솔직한 말로 '바람'을 집어넣고 있는데, 그 사람의 이력을 보면 그 사람이 미국에서 직장을 잡을 수 있기 위해 갖추고 있는 사항을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삼성물산에서 7년간 근무, 영어에 능통 등등... 남들이 그리 쉽게 가질 수 없는 이력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즉 그 사람은 절대 평균적인 한국의 직장인이 아니었다는 말입니다. 전 그 책의 출판사가 조선일보라는 사실에서 상업주의적 관점에서 책을 출간, 많은 한국의 직장인들이 흔들리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제 생각이 잘못된 것일까요? 포항공대의 선배님들과 학생들 역시 유수 기업에서 근무를 하고 계시고 제 바램 역시 그분들 중 많은 분들이 경영에 대한 지식을 축적, 그 회사, 나아가서는 사회의 리더가 되시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하지만 착각은 하지 말아야 하겠지요. 3. MBA 취득에는 돈이 많이 든다. 상위 20위 안에 드는 학교들의 1년 평균 학비는 대략 $25,000정도입니다. 그리고 생활비와 Business School 특성상 많이 있는 사교활동에 필요한 비용을 포함하면 1년에 최소한 $40,000이상이 필요합니다. 더구나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을 미국에 데리고 왔을 경우에는 $10,000 정도를 추가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대략 2년에 혼자 있을 경우에는 $80,000(=1억), 가족이 함께 왔을 경우에는 $100,000정도를 각오해야 합니다. 상당히 큰 돈이지요? 물론 지역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개의 상위 20위권 Business School이 동부와 서부의 물가 비싼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 하면 큰 차이는 없을 것입니다. 장학금이 있지 않느냐? 절대 기대하지 마십시요. 특히 외국학생들에게는 장학금, 조교의 기회가 거의 없습니다. 미국은 무서운 나라입니다. 특히 자기 나라에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은 절대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외국 학생을에게는 Fellowship이나 Assistantship같은 기회가 거의 없는 것입니다. 4. 어설픈 곳에서 MBA를 받으려거든, 차라리 안받는 것이 낫다. 사실입니다. 특히 유학생에게는... 2년간 1억에 가까운 돈을 들여서 상위 20위권 대학에서 학위를 받고 미국내의 연봉 많이 주는 직장에서 일을 남들과 같은 연봉에서 출발 할 수 있다면 다행이지만... 그런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오면 되지 않느냐? 한국에서 미국의 회사들과 같이 많은 연봉을 준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큰 착각입니다. 같은 McKinsey & Co.라도 한국의 Consultant는 미국의 같은 직위의 사람의 절반정도의 연봉을 받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그래도 다른 직장의 사람들보다는 월등히 많이 받지요... 하지만, 누가 공짜로 연봉 많이 준답니까? 주는 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일을 많이 합니다. 그래서 MBA를 받아도 많은 연봉을 받아가면서 오랫동안 일을 계속할 수 있는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습니다. 가정에 불성실할 수밖에 없고 자식들에게 소홀할 수밖에 없는데... 때로는 많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야기가 다른 방향으로 약간 흐른 것 같은데, 정리하자면 Business School에 가서 MBA학위를 받는다는 것이 그렇게 장미빛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나치게 비관적인 것 아니냐? 그렇게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미국에서 MBA를 받는다는 사실이 실상보다 지나치게 포장되어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이런 관점도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저 역시 이 학위를 비롯, 유학에 관심이 있어서 여러 곳을 알아보고 교환학생으로 UC Berkeley(Business School 10위권)에 있으면서 이곳의 많은 유학생들에게서 이야기를 들은 후에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들 가운데 잘못된 것이 많이 있었음을 알았고 그래서 이런 글을 쓸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끝으로 덧붙이자면, 우리 학교의 많은 선후배들이 유학을 나와서 많은 공부를 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가 빨리 형성되었 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