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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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ch ] in KIDS
글 쓴 이(By): kkiani (미키루크)
날 짜 (Date): 1994년11월10일(목) 03시21분26초 KST
제 목(Title): 이른 겨울 조용한 아침에 2


대학교 4학년 여름방학때 강남역에 있는 모어학원을 다녔었지.
참!! 그사이 나는 서울로 전학을 왔어.
경상도 사투리도 서울말로 바뀌었고.

내가 듣던 토플반에는 무척 많은 사람이 있었어.
한달이 넘도록 다른 사람들과 교류없이 그냥 그렇게 강의만 ......

그날은 지각을 했었어.
혹 누가 나를 볼까봐 조심스레 들어간 다음 꼭 하나 남은 책상에 앉았지.
상기되었던 얼굴과(뛰어오느라) 가쁜 숨을 진정시킨 한참후에야 내 옆에 
두명의 여자아이들이 앉아 있다는 걸 알았어.
바로 내 옆의 아이는 한 눈에 봐도 미인이었던 전에 가끔씩 보이던 
폴라를 잘 입는 아이였고, 그 옆의 아이는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아이의 친구인가봐.
별 생각없이 칠판에 있는 글을 필기하고 있는데, 이 두친구들이 소근거리며
자꾸 신경을 거스르잖아.
그때 나머지 한명의 옆얼굴이 내 눈에 들어왔어.
왠지 친근하다는 느낌이 들었고......
'저 눈, 저 코, 목덜미........
 십년전 그아이가 자랐으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
 아닐거야. 설마....'
몇번이고 다시 보며 옛날 그애를, 그 꼬마를 떠올렸지.
칠판의 글씨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시간도 어떻게 지나갔는지 몰라.

강의는 끝나고, 쿵쾅거리는 가슴으로 앞에 섰어.
"저......"
그녀는 왠 녀석이 말을거나 경계하는 눈빛이었어.
"혹시 XXX아니세요?"
의아스러워 하는 눈빛에서 긍정의 대답을 읽고는 난 너무 기뻤어.
"나 XXX, 모르겠어? 네 유치원 짝"
한참을 바라보더니 빙긋이 웃더군.

같이 학원을 다녔어.
커피도, 술도, 비도........
난 어릴때의 그 설레임을, 사춘기시절의 환상을, 그리고 내 마음을...
말하고 싶었지만 아무말도 할 수 없었지.
그녀는 결혼하기로 한 사람이 있었거든.
그사람 이야기를 하며 행복에 여워하는 걸 느낄 수 있었거든.
그냥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냥 친구처럼.............

그녀가 정말 행복하기를 빌어.

그녀가 보고싶어서 지금 이글을 쓰는건 아냐.
단지 이른 겨울에 너무 조용한 아침이라서......
너무 조용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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