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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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sTech ] in KIDS
글 쓴 이(By): PETER (난바보야)
날 짜 (Date): 1994년07월26일(화) 05시25분44초 KDT
제 목(Title):  바보니브스치의 하루(서곡)


수은 온도계의 적색 봉은 34도씨를 오르내리고 나는 오늘도 '모오'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 단단한 머리를 나무 매트리스 위에 굴린다. 권태가 발가락 사이로 
밀려오면 꼼지락 꼼지락 가락 가락 사이에 배인 땀을 닦아내며 라디오의 볼륨을
들깬 잠을 혼돈으로 깨울 만큼 오른쪽으로 비튼다. 깊이 드리워진 모기장을
재끼고 헝클어진 머리칼, 눈꼽낀 얼굴을 드리 내미면서 마침내 나는 
나의 안식처를 탈출하는 좌측발을 쓰레빠 위에 엊는다. 나의 하루, 나의 
권태스로운 오후는 그렇게 시작한다. 

울리지 않은 자명종, 창가에 있는 반쯤 깨어진 플라스틱 시계의 시침과 분침을 
구별하기에 나의 눈은 작고 얕지만, 라디오와 살색 커튼의 좁은 틈을 타고 
활짝 피어나는 햇볕은 1시가 넘었음을 말하고 있다.  이제 나의 안식처를 
탈출한 나는 배꼽 20센티 밑의 무엇인가를 가리는 옷 하나를 걸친채, 반사적으로
1층의 샤워실로 향한다.
  
아줌마들의 점심식사 장소인 휴게실을 거칠 때에 즈음 앙상하게 드러난 가슴을 
오른손으로 가리고 죄인처럼 나의 피안처로 달음질 한다. 샤워실의
분수기를 0도씨로 맞추어 놓고 미지근한 물에 화난듯 물줄기를 최대로 맞춘 
나는 나의 발기된 상징을 차가운 물줄기로 진정 시킨 후 온몸을 
비누 거품으로 후어내면  아줌마들의 웃음소리가 메아리치는 휴게실 복도를 후다닥 
나의 방으로  ㄹㅎ 돌아온다.

귀걸개가 살짝 부러진 까만 안경을 낮은 삼각코 위에 걸치고 거울에 비친
낯잊은 얼굴의 머리칼들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손의 빗으로 걷어 넘기면 
'나'라는 수용소의 무기수, 수인번호 7101291052315, 바보니브스치는
비로소 권태스러운 하루를 맞이할 준비를 끝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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