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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   : kjahn (안 경진)
Date   : Mon Aug 31 16:26:37 1992
Subject: 경지니가 쓰는 병주니의 이야기

여긴 생소하군..
피박에는 꼬박꼬박 돈을 내기에 미안한 감이 없지만서두,
여긴 땡전 한푼 내지 않는데다 여차하면 irc로 통화료 까먹구..
미안해서 글 올려요.

근데 여긴 너무 전산과파워가 세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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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벼랑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대학 4년의 긴긴 시간을 흘려보내고 남은 것이 무언가 
돌이켜보면 머리에 떠오르는게 없이, 절망감마저 느끼게
되는 것이었다.

이상하게도 병주니와 난 식사시간이 일치하여 시커먼 얼굴을
항상 맞대고 밥을 먹어, 늘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래도 식사후 식당및 벤치에 앉아 하릴없이 *노가릴를 까는건
우리의 몇 안되는 낙의 하나였다..

지난 여름축제...

뽀스텍 대다수 남학생들이 옆구리 통증을 호소한다고 한다.
그건 허전한 옆구리에 찬 바람이 하도 불어서라나...
그래도 가끔 학교에 놀러오는 포항아가씨들을 먼 발치에서
보고 있노라면, 막혔던 혈관이 뚤리는 느낌이 들고 누렇게 떠있던
얼굴은 어느새 건강한 혈색으로 살아 숨쉬는 것이었다.
불행히도 병주니와 난, 그 "대다수"에 속해 있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축제는 열렸고, 우린 "이런 재미없는 축제에
여자친구 데려올 필요가 있겠냐.."며 쓸쓸할 수 밖에 없는 우리
자신을 자위하였다.
사실 집이 있는 서울을 떠나 오면서 설마하는 심정으로 이런 객지에
정착을 하였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예전에 사귀던 여자친구들의
소식이 뜸해졌다. 나중엔, 방학이 되어 서울에 가 반가운 맘으로
불러내면, 옆에 기골이 장대한 남자를 끼고 나타나서 날 한없이
초라하게 만드는 것이었다.

그건 이 글의 주인공인 박모씨도 마찬가지였다.....(맞나??)

하지만 그냥 주저앉기엔 우리가 너무 젊었다. 식당앞, 도서관현관,
78계단 위 게시판,... 학교에서 사람들 눈에 잘 띄는 곳은 온통
기계과 주최의 "쌍쌍파티" 공고가 나붙었고, 박모씨와 난 묘한
흥분감에 휩싸였다.

'그래,.... 이맛이야..'

우리만의 감정이 아니었다. 굉장히 넓은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쌍쌍파티 공고를 본 학생들은 모두, 보신탕을 먹고나서나 흘릴수 있는
흐뭇한 미소를 떠올리는 것이었다.

우린 일말의 주저함이 없이 티켓을 샀다. 싱글 티켓. 주최측의 미팅주선
약속에 그만 넘어가버린 것이다..

그런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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