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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NU ] in KIDS
글 쓴 이(By): moondy (문디자슥..)
날 짜 (Date): 2001년 1월 22일 월요일 오후 07시 57분 47초
제 목(Title): 문디자슥 필름 끊기다!!
(* 아무도 글 올리는 사람 없으니... 나라도 올리자.)

내가 술을 먹기 시작한건 고1.
시화전을 마치고, 소위 회식 자리에서 문예부 선배들에 의해 소주 2병을 깠던게
처음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고딩 때야 그런 특별한 날(시화전, 백일장 같은...)이 아니면 술 먹을 일도 없지만,
대학교땐 정말 장난 아니었다.
거의 맨 정신으로 집에 들어가 본 적이 없을 정도니...
안주도 기껏 라면 국물 아니면 짬봉 국물.
누가 아르바이트 월급이라도 받는 날이어야지 기껏 고갈비라도 먹지...
어쩌다 돼지고기 두르치기라도 먹는 날이면 눈물이 날 지경.

그런데... 어언 십 몇년을 이어온 나의 주사(酒史)에 큰 오점을 바로 엊그제 남기고 
말았다. 

난 술이 취해 비록 혓바닥이 꼬인다 해도 중언부언하지 않고, 다리가 꼬여 전봇대가
움직여도 정신 잃지 않고 내 방까지 가는 그런 체질이었다.
소위 '필름이 끊긴다.'는 건 생각지도 못했던 터다.

그런데...

엊그제 부서 회식 자리에서 전날 야근의 피로와 빈속에 계속 권해지는 차가운 소주
덕분(?)에 그만 필름이 끊기고 말았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옆에 있는 팀원한테 뭐라 뭐라 계속 똑같은 말만 중얼거리다 옆으로 픽 쓰러져 버렸단
다. 세상에... 
쓰러진 건 고사하고, 옆에 있던 팀원한테 뭐라고 말했는지 아니 말을 한 사실조차 
기억이 안난다.

암튼... 게거품을 물고 쓰러졌단다. 
그래서 팀원들이 나를 들춰 업고 병원 응급실에 실고 갔데.
처음에 간 대학병원 응급실은 술 취한 환자 안 받아 준다고 해서, 다른 준종합 병원
응급실로 가고... 마누라가 젖먹이를 들춰 안고, 놀래서 달려 오고...

하느님이 보우하사... 다행히 마누라 청상은 안 만들고 깨어났다.
사흘이 지났건만 아직도 속이 약간 울렁 거린다.

평소 소원이던 '필름 끊기는 경험'을 하긴 했는데...
다신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다. 영 찝찝하다. 내가 별다른 실수는 안했다지만...
내가 술을 먹었는데 감히 술이 나를 먹게하다니... 으윽... 치욕!!!

새해에는 자중하라는 계신가 보다.

이제 나도 내 몸뚱아리 막 굴리고 살 나이는 지났단 건가?
한편으론 서글푸다. 
아직 새파란 청춘이...(아니 새파랏친 않나? 그럼 샛노란... -_-;;;)
벌써 이 모양이라니...

설이 되었다.

새해가 시작이다.

힘내자!!!  빠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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