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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NU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1999년 8월 16일 월요일 오전 11시 07분 55초
제 목(Title): 대연동


구포에서 태어나 (그때까지만 해도 김해군 소속) 영도와 전포동에서의 셋방살이를

거쳐 마침내 내집(사실은 아버지댁)을 짓고 대연동에 정착한 게 국민학교(초등학교

아님!)를 들어가기 직전인 71년 1월쯤이었을 겁니다. 대연국민학교를 지겹도록

(자그마치 6년이나...) 다닌 후 대연중학교로 진학. 아버지께서 그 학교 학생주임

선생님이셨던 관계로 아버지는 잡으러 다니시고 아들은 달아나는 추태를 부리다가

마지못해 졸업. 해운대 고등학교에 1기생으로 입학해서 (쉽게 말해 교실은 아직 다

짓지도 않았고 매점은 가건물 - 판자집 - 이었으며 포크레인 소리 때문에 툭하면

자율학습을 해야 했던 암흑기) 3년을 어찌어찌 보낸 끝에 대학에 들어가면서 상경.

이때 등록금을 마련하느라 12년간 살던 아버지댁(?)을 팔고 광안리 바닷가의

아파트로 이사. 장학금이 나올 줄 알았더라면 안 팔아도 되는 거였는데... 라는

부모님의 한숨 소리를 흘려들으며 광안리를 떠나 17년째 서울 생활. 그러니 사실

부산에 대한 저의 기억은 광안리보다는 대연동 주변을 맴돌고 있습니다. 일요일

아침이면 아버지와 함께 오르던 황령산. 첫사랑 아줌마(이모 친구분)의 손을 잡고

설레는 가슴을 억누르며 따라갔던 향전탕(물론 여탕으로 갔죠. 흐흐흐...). 동네

꼬마들과 개구리 메뚜기 - 가끔 운이 좋으면 토끼나 꿩 - 를 잡아 구워먹던 야산과

개천. 100원을 주고 '철낭자의 한'을 보러 갔던 용연극장. 키가 2미터쯤 되는

할아버지가 곤봉을 들고 돌아다니며 경비를 보시던 못골시장. 중학생이던 스테어의

마음을 온통 사로잡았던 소녀가 살던 대연중학교 등교길의 이층집. 모형비행기를

만들고 싶어 맨날 기웃거렸지만 너무 비싸 (바퀴 한쌍에 자그마치 500원!) 구경만

하던 학생과학사. 목발을 짚던 소아마비 친구가 옥상에서 연을 날리다 떨어져 죽는

바람에 유명해진 양지골 서민아파트. 당시를 주름잡던 여배우들(엄앵란 김지미

홍세미 트로이카, 문희 안인숙 염복순 등의 신세대 트로이카, 유지인 정윤희

장미희등 햇병아리 트로이카!)의 브로마이드가 주욱 걸려 있어 걸음을 떼지 못하게

하던 하이타운 백화점. 탁구 오토바이 자동차 경주 벽돌깨기 등의 오락기계가 놓여

있던 국민학교 앞 문방구. 고등학교때 불량배 생활(!)을 하느라 끌려가 밤을 지새던

남부경찰서 보호실. 부부싸움 끝에 쥐약을 마시고 자살해버린 옆집 아줌마의 조그만

관이 잡초 사이에 덩그러니 놓여 있던 집앞 공터. 요즘은 어떤 모습일지...


재작년, 경성대에서 토플을 본 후 치기 어린 충동으로 남천동을 거쳐 대연국민학교

앞까지 걸어보았지만 어린 스테어를 감싸고 있던 반짝이는 기억의 자잘한 조각들이

초라하게 바래어 버렸을까봐 감히 교정을 넘겨다보지 못한 채 돌아섰던 것이 이제는

눈물이 나도록 후회스럽습니다.

혹시 대연동 사시는 분 안 계세요?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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