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NU ] in KIDS 글 쓴 이(By): deepblue ( -- 海 --) 날 짜 (Date): 1999년 3월 5일 금요일 오후 02시 34분 10초 제 목(Title): 연필에 대한 단상 1. '사각사각….. 사각' 하늘하늘 내려 나는 조각들의 소리가 좋다. 소리에 실린 나무향도. 머리가 복잡하면 구석구석 뒤져서 연필이란 연필을 다 찾아서 쌓아두곤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 단장 시키기를 즐긴다. 2. 왼손잡이다. 하지만 오른손잡이다. 작은 칼은 왼손에 쥔다. 3. 국민학교 시절 밤마다 필통을 아버지 머리맡에 내어 두고 9시 착한 어린이는 일찍 잤다. 그리고, 늦게 일어났다. 길게 심을 들어낸 연필들이 가득히 순번을 기다리고 있었다. 4. 어느 해던가 연필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두는 것이 유행했었다. 갈색 대에 가늘게 적혀 있었던 낯선 내 이름자. 어린 마음에 괜히 우쭐했었던가? 5. 동생들이 학교를 들어가면서 필통의 숫자는 늘어갔다. 아버지는 점점 바빠지셨던 것 같다. 6. 어느 날…. 스스로 칼자루를 찾아 쥔 나를 보았다. 군데군데 홈이 파이고, 몸통은 짧고, 심은 비스듬하였다. 검정이 군데군데 묻은 손가락은 빨갛게 부어 올랐다. 7. 윤정의 아버님이 깎은 연필을 좋아했었다. 꼭 그 아이를 닮아 있었다. 그 심은 한 가운데가 도톰하였었다. 8. 연필깎기와 자석 접합식 필통을 만났다. 운명의 상대였다. 그러나, 우리 사이는 멀었다. 조금 나아진, 못생긴 연필들은 연둣빛 플라스틱 필통 사이에 서 있었다. 9. 기계식 연필이라는 것이 다른 지방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10. 그리고, 시간은 흘러 갔다. 11. 다시 연필을 쥐고 있다. 몽당연필은 다른 대에 끼워서 끝까지 사용한다. 가볍게 칼 끝을 갖다 댈 줄 안다. 모서리가 선, 반투명 필통을 좋아한다. 나이가 지긋하신 교수님은 연필 뒷끝에 지우개가 달린 것을 고집하신다. 00. 어떤 친구 시험칠 때 꼭 육각면을 가진 연필을 찾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