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NU ] in KIDS 글 쓴 이(By): sagang (그대의무엇) 날 짜 (Date): 1998년 8월 26일 수요일 오후 03시 24분 22초 제 목(Title): 추억여행 오늘은 내가 십년이 넘도록 사용해 온, 특히 호주머니가 줄어드는 여름엔 늘 내 허리에 붙어있곤 했던 담배쌈지가 쓰레기통을 무덤으로 삼은 날이다. 거의 수명을 다한 것이지만 그래도 이 여름은 버틸 것으로 생각했는데 화장실 바닥에 떨어지는 불의의 사고로 그 생을 칙칙하게 마감하게 되어 조금은 미안한 감이 든다. 곱게 화장해주지 못한 것도... 사실은 별 생각 없이 버렸었는데, 방에 들어와 지난번에 사둔 그리그의 피아노 솔로를 위한 전 작품집 중에서 아직 들어보지 못한 두 장 중 하나를 새로 플레이어에 걸고서 듣다보니 야리꾸리한 곡이 상념을 자극해 오는데 그게 Fire Albumleaves란 제목을 가진 거다. 그러니까 앨범을 태우는 이의 마음은 어떠할까 하는 궁금이 생겨나고 그러다보니 그 담배쌈지라도 태워볼 걸 하는 생각을 해본 것이지. 앨범은.. 글쎄 그걸 태우고 싶어하는 사람의 마음은 아직 잘 모르겠다. 아마도 잊어 보려는 몸짓이겠지만 그런다고 잊혀질 것은 아닌 것을... '추억여행'이란 말을 들어본 것 같다. 그 여행은 추억을 기억의 이 편으로 끌어오기 위한 것일까 아님 기억의 저 편으로 몰아내기 위한 것일까? 뭐 어느 쪽이라도 상관없겠지. 여행은 그 자체로 충분할 뿐 어짜피 뜻한 바를 이루는 건 어느쪽이든 불가능할 테니까... 오늘따라 창밖 키높은 나무의 꼭대기 어름과 그 배경의 하늘에 걸린 구름을 자주 바라보게 된다. 아무래도 어디론가 떠나 보고픈 모양이다. 벌써부터 이러니 올 가을을 어떻게 견뎌낼지..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건 그렇고 담배쌈지를 새로 하나 마련해야할텐데 그게 좀 그렇다. 그런 건 선물로 받아야 제격인데 말이다. 당분간은 내가 다니는 모든 곳에 담배를 놓아두고 다녀볼까 싶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뭔 의미?) 담배를 한 대 피워본다.... 내가 죽으면 술통 밑에 묻어 줘. 운이 좋으면 밑둥이 샐지도 몰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