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PNU ] in KIDS 글 쓴 이(By): deepblue ( -- 海 --) 날 짜 (Date): 1998년 8월 6일 목요일 오후 06시 33분 29초 제 목(Title): 냄 새 하루 종일 하는 일이 일이다 보니, 해질녁이 되면 별별 냄새에 젖게 된다. 손 끝에서 아롱거리는 이 원인불명의 냄새들 사이엔 오늘 내가 뿌린 많은 이야기들이 들어 있기 마련이다. 처음부터 내가 이런 사실을 인식한 것은 아니였다. 후각만큼 예민한 감각도 없지만 그 댓가로 빨리 피로해 지기 때문이다. 세상은 공평하다고 어른들께서 말씀하시지 않았던가. 처음으로 냄새에 대해 알게 된 그 날은 동기들과의 약속이 있었다. 시간을 훨씬 넘겨버린 시계바늘을 걱정하면서 열심히 도서관으로 달려갔다. 아! 있었다. 착한 녀석들... 역시 음, 동기사랑 나라사랑이다. 좋은 마음에 공부하는 한 녀석 뒤에 가서 덥석 안았다. 왔어. 히히히, 누군가 했더니 너였구나... 빙글빙글 웃는 것이다. 누군가가 술독에 빠졌다 왔나. 그래도 도서관에 왔네. 장해, 생각했다나.... 덧입은 실험복이 냄새까지는 어떻게 하지 못하였으리라..... 내가 쏟고 붇고 하였던 알코올들이 살짝 변신하여 전부 따라 왔던 것이다. 수일 후 그 녀석의 엽서엔 그 냄새가 좋았다고 적혀 있었다. 그 순간의 가쁜 숨소리에 일코올이 벤 양이 열심히 사는 것 같다나. 그렇게 내게서 나는 냄새를 다른 이들을 통해 하나씩 하나씩 알아 간다. 사람에게선 그 사람 특유의 냄새가 나는 것 같다. 아버님의 셔츠에선 88 담배내랑 진로내음이랑 진한 땀내음이, 어머님의 붉은색 상의 끝자락엔 달고, 맵고, 그리고 구수한 내음이, 그리고, 두 분에게선 내가 사랑하는 사랑의 냄새가 물씬 난다. 어린 동생들에게선 싱싱한 하루와 풋풋한 내일 내음이 난다. 누군가에게서 느꼈던 독특한 비누 향기와 화장품 내음 혹은 향수향으로 기억되는 이도 있지 않던가. 내게서는 무슨 냄새가 오늘 나고 있을까? 나는 모르는데.... 말이다. 난 오늘도 손끝에 매달린 이 복합적인 냄새를 다른 냄새로 닦아내고 있다. 세상은 아이러니다. 후후후.... 냄새를 지우려고 냄새를 사용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