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Di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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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arche (기마 토끼)
날 짜 (Date): 1995년08월22일(화) 06시04분49초 KDT
제 목(Title): 


좀 우습군.

저번 일기 쓰고 지금 까지 한 일이라곤 잠 잔 것 밖에 없으니.

내가 뭘 쓰려고 들어왔나.  

요즘은 잠을 자고 나면 상당히 피곤하다. 꿈자리도 사납고, 

거기다가 최근에 키즈에 자주 들어 오기 땜에 여기서 읽은 사연들이 

또 막 뒤얽혀서 줄거리가 정말 이상하게 전개된다. 항상 피곤한 방향으로.

3 년전 키즈에 들어왔을 때 참 신기했었다. 미국에 건너 와서 고국이랑은

아예 단절된 것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친구가 소개해준 키즈.

물론 처음 육개월 동안은 게스트로 지냈는데, 별 불편도 없었다.

어차피 난 TodayKorea를 읽으려고 들어 오는 것이었으까.

그러다가 채팅방을 한 번 들어 가려니까, 뭐라더라, 다섯 번 이상 로긴해야

들어 올 수 있다고 메시지가 나왔다.

무슨 소리야, 난 다섯 번 이상 들어 왔는데. 한참을 어리둥절했다.

그때부터 아이디 얻으려고 힘썼던 것 같다. 항상 new를 치면 자리가 없다고 

나와서 한 동안 포기했었는데. 언제 한 번 대규모로 아이디를 늘릴 때 

운좋게 들어 가서 드디어 아이디를 얻었다. 

arche... 이젠 편지도 하고 채팅도 할 수 있게 되었다.

근데 난 채팅 체질이 아니라는 걸 알았다. 여러 사람들이 정신 없이 

막 얘기를 해 대는데 누가 누구에게 하는지도 모르겠을 뿐 아니라 

나한테 하는 얘기도 엄청나게 정신 집중해야 골라내겠더라.

결국은 뭐 얻는 것도 없이 나와야 하고. 

아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으면 몰라도 참 황당했다. 

난 얼굴도 못 보면서 그냥 타이핑으로 새 친구를 만드는데는 소질 없으니까.

조금 더 익숙해 지고 난 후 나도 한 번 글을 써 보기로 결심했다.

맨처음에는... 어디더라... 아마 garbage보드를 들락거렸던 것같다. 

딴 사람 질문에 답도 해보고, 내가 질문도 해 보고... 

기마 토끼란 이름은 이 무렵에 만들었다. 

참, 처음부터 이 이름 만들자 마자 시비 거는 인간도 있었다.

뭐 이름이 선정적이라나. 거참, 여러 가지 인간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그 때부터도 느낄 수 있었다.   

그나저나 처음 몇 개의 글을 쓸 때에는 엄청 긴장되더라. 

모든 사람들에게 극존칭을 쓰는 것은 물론이고 이렇게 '했다'라고 쓸 엄두도

나지 않았다. '이랬읍니다' '이래야 하지 않을까요' 

그때에는 garbage에 지금 opendiary 만큼의 빈도로 글들이 올라오고 있었던 

것 같다. 조금 있다가 usa보드에 잠깐 발을 들였었는데,

거기는 그렇게 정을 못붙인 것같다. 하긴, 한국이란 거 땜에 키즈에 

들어오는 것이었으니까. 

SNU보드에는 그 다음에 들어갔다. 음.. 그때가 free보드에 한참 

승교수 일가가 판을 칠 때다. 그래서 SNU랑 free랑을 주로 보았던 것 같다.

근데 스누에는 순 공돌이(지금은 나도 같은 처지니까 이런 말 써도 되겠지)만 

득시글거리는 것이었다. 뭐 다른데도 사실 그랬지만, 난 그래도 

아는 친구들을 만나 보기를 원했는데, 사회대는 커녕, 공대 빼고는 

심지어 자연대마저 눌리는 듯한 인상이었다.

그래도 거기 있는 사람들이 개중 내게 친근한 많은 것에 대해 얘기했기 땜에

쉽게 정이 붙을 수 있었다. 

그래도 역시 사람은 직접 보고 이야기해야 했다. 

작년 여름에 드디어 고국 방문 :) 을 하게 되었었는데,

snu키즈모임을 한다는 공고를 보지는 못했고 그 때 역시 한국에 가 있던 

친구에게 들었다. 솔직이 난 갈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억지로 친구가 조르고 졸라서 가게 되었다. 참내, 모르는 사람들 보러 간다는게

뭐 미팅 소개팅이나 다를 바 없었다.  

서로 아는 사람들도 꽤 있었던 것같고, 난 그 때 별로 이름도 안 알려져 있고

(음, 물론 지금도 그렇지만 지금보다 더) 주변머리도 별로 없어서 (진짜 머리카락

은 있음) 처음에 내 주변에 앉았던 사람들과 주로 얘기했다.  

물론 쓸만한 얘기는 없었지만 그래도 젤루 많이 얘기한 사람이 정도령/gazer/라라

였던 것같은데 이들이 지금 다 키즈에서 자취를 찾기가 힘든 것은 

참 아이러니...라고까지는 못하겠고 뭐 좀 그렇다. 

음.. 지금 생각해 보면 웃기는 것은,

난 그 때 키즈 모임 나왔던 여자분들이 다들 참 이쁘다고 생각했다.

집에 와서 그 얘기를 했더니 내 동생이  

형님도 미국서 2년을 썩더니 눈이 그렇게 낮아질 수가 있느냐고 대성통곡을 했다.

그 땐 그냥 무엄하다 생각했었는데, 사실 냉정히 생각해 보면, 

내가 반성할 소지가 많은 것같다. :)

"토끼가 이쁘다고 하는 여자는 아마 세상에서 제일 이쁜 여자일거야" 하고 말한

친구도 있었는데 말이야. 아.. 갑자기 그 친구 생각이 나는군.

사실 난 그정도로 점수가 박하진 않았는데.. 뭘 보고 그런 말을 했을까.

그렇게 죽자살자 같이 다닌 친구도 아니었기 땜에 나에 대해서 뭔가 말한 거로는 

그것밖에 생각이 안나기땜에 더 궁금해진다. 꼭 다시 만나서 물어 봐야겠다.

확실히 직접 만나고 나니까 스누 보드에 글 쓸 용기(?)도 더 나고 

그 사람들 글 읽어도 좀더 현실감이 있고 하더라.

근데 오랫동안 또 못만나면... 그게 그거더라.

그담에 OpenDiary에 왔다. 

그당시 opendiary와 openletter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글이 다 지워지고 

보드가 초토화되어 아무도 근접을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내가 운좋게 제 1 번을 쓰고 말았다. 

opendiary는 그냥 diary니까 부담 없어서 좋았다. 오는 사람들도 별로 

없고... 그땐 사람들 피하고 싶었나 보다.

사람들이 피하고 싶으면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끊고 있음 되는 것인데,

사람들 피해 딴 사람들한테 온다는 건 솔직이 좀 웃기는 일인데.

뭐 그 땐 그랬다.

지금까지 읽은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물론 썰렁했다는 생각은 기본일 거고... (흑흑.. 세월이 가면서 점점 

고국에 있는 사람들 하고 뭔가 딱딱 안 맞아 주는 것같다.)

기마 토끼가 드디어 지난날을 회고하고 나서 키즈를 뜰 모양인데...

인사가 길기도 하군, 빨리 떠라 하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히히... 근데 내가 생각해도 그렇게 

웬수를 만들만큼 내가 키즈에서 적극적으로 뭘 해 본 적은 없는 것같다. 

그냥..

정신차리고 새학기를 준비해야겠당.



................And here things could be counted, each one....................
He knew the number of brass teeth in the left half of the open zipper of the
salt-crusted leather jacket that Linda Lee wore as she trudged along the
sunset beach, swinging a stick of driftwood in her hand (two hundred and two).
...................................................................Neuroman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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