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arche (기마 토끼) 날 짜 (Date): 1995년09월18일(월) 00시06분54초 KDT 제 목(Title): 혼수 상태. :b 며칠 전. 두 시 수업. 20 분 남았는데. 갑자기 오늘 부쳐야 하는 편지 생각. 학교 우체국은 세시 반에 닫는데. 수업은 세시 반에 끝나고. 지금 뛰어 가서 부치고 올까? 이따가 또 잊어 버리면 사흘째 계속 잊어버리는 건데. 에이. 귀찮았다. 수업이 끝나고... 편지! 생각이 났다. 우체국으로 발걸음 재촉. 잠깐... 세시 반에 닫던가? 세시던가? 음, 오늘도 못 부치면 정말 늦어 버리는데. 조마조마 하면서 학생회관 건물을 들어서니 오우, 예스. 아직 닫지 않고 있었다. 근데... 가방속에... 편지가 없다. 이게 웬일인가... 긁적긁적.. 긁긁긁... 그러다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그날 아침에 이미 그 편지를 부쳐 버린 것이다. 내가 왜 이럴까. 정말 허탈했다. 과친구 아이를 만났는데, "형, 월요일부터 며칠 동안 뭔가 빠진 것같은 느낌이 들어서 계속 허탈했걸랑요. 오늘 그 이유를 알았어요." "뭔데?" "월요일 수업 하나를 그냥 빼먹고 지금까지 몰랐던 거에요, 흑흑. 일주일에 한 번 있는 수업인데." 전염병인가? 이곳 캠퍼스에 뭔가 이상한 기운이 돌고 있나보다. 오늘은 교회도 빼먹었다. 할 일은 너무 많고 정신은 피곤하기만 하다. 공부만 할 때는 정말 즐거운데... 교회갈 때만 되면 누군가 나를 마구 비난하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지금 현재로선 어떤 것도 공부에 방해가 되게 하고 싶지 않다. 그냥 그렇다. 어떻게 해서 얻어진 기회인데. 지금 못하면 영영 못할 것같은데. 우리과에 한국인 교수님이 한 분 계시는데 교회에 정말 열심이시다. 존재해 계시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직접 만나뵙고 지내게 된 것은 이번 여름이다. 인간적으로 정말 좋은 분이시라고 잠정적으로 결론을 내렸는데, 그래도 난 교회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대개) 인간성... 이라기보다 자세...(?)를 좋아하면서도 한편으로 굉장히 부담스럽다. 그 분 덕분에 RA를 하게 되었는데... 내겐 도움이 되는 일이지만, 교회 빠질 때마다 대하기가 부담스럽걸랑. 물론 뭐 그분이 뭔가를 강요하려한다고는 절대 볼 수가 없지만... 그래도... 뭐라캐야 하나... 하여튼 그런게 있잖아. 에잇, 그냥 그만둬 버릴까? 으으, 숙제는 쌓여 있고, 가을옷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빨래감은 산더미. 춥다. ................And here things could be counted, each one.................... He knew the number of brass teeth in the left half of the open zipper of the salt-crusted leather jacket that Linda Lee wore as she trudged along the sunset beach, swinging a stick of driftwood in her hand (two hundred and two). ...................................................................Neuromanc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