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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poet (<-- 가짜임)
날 짜 (Date): 1996년03월02일(토) 21시10분49초 KST
제 목(Title): 





    길들여짐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버리자...

    시간이 알아서 모든 것들을 제 위치에 가져다 두겠지...


[cite de 'Le Petit Prince' par Entoine De Saint'Exupery]


  어린 왕자가 울고 있는 곳에 여우가 나타났습니다.

  "안녕!"

하고 여우가 말했습니다.

  "안녕!"

  어린 왕자는 울음을 그치고 상냥하게 대답을 하며 뒤돌아보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기야, 사과나무 아래......."

  조금 전의 목소리가 다시 말했습니다.

  "너는 누구니? 참 예쁘구나."

  어린 왕자가 말했습니다.

  "나는 여우야."

  여우가 말했습니다.

  "나와 놀지 않겠니? 나는 지금 정말 슬프단다......."

  어린 왕자가 여우에게 말했습니다.

  "나는 너와 놀 수 없어. 나는 길들여지지 않았거든."

  여우가 말했습니다.

  "그래? 그렇다면 실례했구나."

  어린 왕자는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더니,  불쑥 물었습니다.

  "길들여지다니, 그게 무슨 말이지?"

  "너는 이 곳의 아이가 아니구나. 넌 무엇을 찾고 있니?"

  "난 사람들을 찾고 있어. 그런데 길들여진다는 게 뭐니?"

  "사람들은 총을 가지고 사냥을 한단다. 그건 아주 난처한 일이야. 그들은 닭도

  기르지. 사냥과 닭 기르는 일 외에는, 사람들에게는 취미가 없는 모양이야.

  그런데, 너 닭을 찾고 있는 거니?"

  "아니, 친구를 찾고 있어. '길들여진다'는 것이 무슨 말이지?"

  "요즈음엔 많이 잊혀져 있는 일이지만 말야, 그건 '사이좋게 된다'는 말이야."

  "사이좋게 된다?"

  "응, 그래. 내게 있어서 너는, 지금으로서는 10만이나 되는 다른 많은

  사내아이와 별로 다를 게 없는 사내아이야. 따라서 나는 네가 없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지. 너 역시 내가 없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을 거야. 네게 있어서 나는,

  10만이나 되는 다른 여우와 똑같을 거야.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이면, 우리는

  서로 떨어질 수 없게 돼. 너는 내게 있어서 이 세상에서 단 한 사람이 되는

  거고, 나는 네게 있어서 둘도 없는 여우가 되는 거지......."

하고 여우가 말했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 것 같구나."

  어린 왕자가 말했습니다.

  "꽃이 하나 있었어. 그 꽃이 나를 길들인 것 같아......."

  "그랬을는지도 모르지. 지구에는 별의별 일이 다 있으니까......."

하고 여우가 말했습니다.

  "지구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야."

  어린 왕자가 말했습니다.

  그러자 여우는 어린 왕자의 이야기에 흥미를 가지고 귀를 기울였습니다.

  "그럼, 다른 별의 이야기를 하는 거니?"

  "응."

  "그 별에도 사냥꾼이 있니?"

  "아니, 없어."

  "야아, 그것 재미있겠는데! 그럼 닭은?"

  "그것도 없어."

  "그래....... 역시 생각대로구나. 나는 그 별에 갈 수 없겠는걸."(1)

하고 말하며 여우는 한숨을 쉬었습니다. 그러나 여우는 곧 기운을 되찾아, 본래의

이야기로 돌렸습니다.

  "나는 날마다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단다. 나는 닭을 쫓고, 사람들은 나를 쫓지.

  닭이 모두 비슷비슷해서 구별하기 어려운 것처럼 사람도 모두 비슷비슷해서 별로

  다를 게 없기 때문에, 나는 좀 심심하단다. 그런데 만약 네가 나와 사이좋게

  지내 준다면, 나는 기분 좋게 햇빛을 쬐는 듯한 기분으로 살 수 있을 거야.

  발소리도 이제까지 들어 왔던 것과는 아주 다른 발소리를 듣게 될 거고. 다른

  사람의 발소리가 들려 오면, 나는 얼른 굴 속에 들어가 숨어. 하지만, 네

  발소리가 들려 오면, 나는 음악이라도 듣는 듯한 기분이 되어 굴 밖으로 뛰어나올

  거야. 그리고 저것을 보렴. 저 건너편에 보이는 밀밭 말이야. 나는 빵을 먹지

  않아. 그러니 밀 따위는 내게 필요가 없어. 그래서 밀밭을 바라보아도 생각나는

  것은 아무것도 없지. 뿐만 아니라, 나는 저것을 보면 공연히 마음이 우울해진단다.

  그런데 너의 그 금빛 머리칼은 정말 아름답구나. 네가 나와 사이좋게 지내 준다면,

  밀이 매우 멋지게 보이게 될 거야. 누렇게 익어 금빛을 띤 밀을 보면 너를

  생각하게 될 테니까. 그리고 밀밭을 스쳐가는 바람 소리도 기쁘게 들리겠지......"

  여우는 오랫동안 어린 왕자의 얼굴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다가,

  "괜찮다면...... 나와 사이좋게 지내 줘."

하고 말했습니다.

  "나도 너와 사이좋게 지내고 싶어. 하지만 내게는 그럴 틈이 없단다. 친구도

  찾아야 하고, 그리고 알아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거든."

  "무엇이든 자기 것으로 만들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 수가 없는 거야. 사람들은

  이제 무언가를 배우거나 알 틈을 가지고 있지 못해. 무엇이나 가게에서 완전히

  만들어져 있는 것을 사거든. 그렇지만 친구를 완전히 만들어서 파는 가게는

  아무데도 없어. 그러니까 사람들은 친구를 가질 수 없게 된 거야. 네가 친구를

  원한다면, 나를 길들여야 해."

  "하지만, 어떻게 길들이는데?"

하고 어린 왕자가 물었습니다.

  여우가 대답했습니다.

  "인내가 중요해. 맨 처음에는 나에게서 조금 떨어져서, 이렇게 풀밭에 앉는 거야.

  나는 너를 흘끔흘끔 곁눈질로 쳐다보지. 너는 아무 말도 하지 마. 말이란 오해의

  원인이 되기가 쉽거든. 하루 하루 날짜가 지나감에 따라, 너는 점점 더 내 쪽으로

  가까외 와서 앉게 되는 거야......."

  다음날 어린 왕자는 여우에게 갔습니다.

  그랬더니 여우가 말했습니다.

  "언제나 같은 시각에 오는 게 더 좋겠어. 네가 언제나 오후 4시에 와 준다면,

  나는 3시부터 벌써 마음이 설레기 시작할 거야.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나는

  점점 더 기뻐지겠지. 그리하여 4시가 되면, 이미 침착하게 있을 수가 없게 되고,

  나는 행복을 온몸으로 느끼게 될 거야. 그런데 만약 네가 언제든 불쑥 온다면,

  언제 너를 기다리는 마음이 되어야 좋을지 전혀 알 수 없지 않겠니? 아무튼

  의식이 있어야 해."

  "의식이라니, 그게 뭔데?"

하고 어린 왕자가 물었습니다.

  "그게 자칫하면 그럭저럭 넘어가기 쉬운 거야."

하고 여우가 말했습니다.

  "의식이 있으므로 해서, 어떤 하루가 다른 날과 다르게 되고, 어떤 시간이 다른

  시간과 다르게 되지. 나를 잡으러 쫓아다니는 사냥꾼에게도 역시 의식이 있단다.

  목요일엔 언제나 마을의 처녀들과 춤을 추거든. 그래서 내겐 목요일이 멋진 하루가

  되는 거야. 그날이 되면, 나는 포도밭으로 나간단다. 그러나 만약 사냥꾼들이

  언제든 가리지 않고 처녀들과 춤을 춘다면, 어느날이나 모두 똑같은 날이 되니,

  내게 휴식 같은 건 없게 되겠지."

  이런 이야기를 서로 나누는 동안, 어린 왕자는 여우와 사이좋게 되었습니다. 어린

왕자가 떠날 시각이 가까와 왔습니다. 여우가 말했습니다.

  "아아, 나는 틀림없이 울어 버릴 거야."

  "그건 네 탓이야. 나는 너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네가 사이좋게

  지내 달라고 했잖아......."

  "그건 그래."

하고 여우가 말했습니다.

  "그런데도 너는 울려고 하는구나!"

  어린 왕자가 말했습니다.

  "응, 눈물이 나올 것 같아."

  여우가 말했습니다.

  "그럼 넌 아무것도 얻은 게 없잖아."

  "아니, 있어. 밀밭의 빛깔이 있으니까."

  그리고 여우는 잠시 후에 말을 이었습니다.

  "다시 한 번 장미꽃을 보러 가 보렴. 그러면 네 꽃이 이 세상에서 단 하나밖에

  없는 꽃이라는 걸 알게 될 거야. 그런 다음에 네가 내게 작별 인사를 하러 다시

  한 번 여기 온다면, 나는 한 가지 비밀을 네게 선물로 가르쳐 줄께."

  어린 왕자는 다시 한 번 장미꽃을 보러 갔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희들은 나의 장미꽃과 조금도 닮지 않았어. 너희들은 아직 아무것도 아닌

  꽃일 뿐이야. 아무도 너희들과 사이좋게 지내지 않았고, 너희들 쪽에서도

  누구와도 사이좋게 지내지 않았으니까....... 내가 여우를 처음으로 만났을

  때처럼 말이지. 그 여우는 처음에, 10만이나 되는 많은 여우들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어. 하지만 지금은 나의 친구가 되었으니까, 이 세상에 단 한 마리밖에 없는

  여우가 된 거야."

  어린 왕자의 말을 듣고, 장미꽃들은 몹시 부끄러워했습니다.

  "너희들은 아름다워. 그렇지만 단지 피어 있을 뿐이야. 그러니 너희들을 위해서

  죽을 마음 따위는 생길리가 없어. 그야 나의 장미꽃도, 그저 그 옆을 지나가는

  사람이 본다면 너희들과 똑같은 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 한

  송이의 꽃이 내게는 너희들 모두보다도 소중해. 내가 물을 길어다 주었거든.

  유리 덮개도 씌워 주고, 바람을 막아 주기 위해서 바람막이도 해 주었지. 애벌레

  두세 마리는 나비가 되도록 죽이지 않고 놔 두었지만....... 나는 그 꽃의 불평도

  들어 주었고, 자기 자랑도 들어 주었지. 때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으면,

  걱정이 되어서 왜 그러느냐고 묻기도 했어. 내 것이 된 꽃이니까 말야."

  장미꽃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어린 왕자는 여우가 있는 곳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럼 안녕!"

  어린 왕자는 여우에게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안녕!"

  여우도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만, 곧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까 네게 말해 주겠다던 비밀을 말해 줄께. 아주 간단한 거야. 어떤 것을 잘

  보기 위해서는 마음으로 보아야 한다는 말을 해 주고 싶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법이야."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어린 왕자는 잊지 않으려고 되풀이했습니다.

  "너의 장미꽃이 너에게 그토록 소중한 것은, 그 꽃을 위해서 너의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야."

  "내 장미꽃을 위해 시간을 보냈기 때문이야......."

  어린 왕자는 잊지 않도록 되풀이하여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이런 중요한 사실을 잊고 있단다. 하지만 너는 이것을 잊으면 안 돼.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책임을 져야 해. 너는 너의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하고 여우가 말했습니다.

  "나는 나의 장미꽃에 대해 책임이 있다......."

하고 어린 왕자는 잊지 않으려고 다시 한 번 되풀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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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인의 기억에 따르면, 이 부분은 "이런 제길,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다니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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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졌던 것은 항상 잃어버리기 마련이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삶, 사물이
아니라 사람이라고 해도 마찬가지.. 소유하려는 욕망에서 모든 아픔이 시작된다는
것을 항상 잊어버리고 살았다. 이젠 모두 버리고 살 생각이다.   - 시인(tyKw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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