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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sss (없어)
날 짜 (Date): 2012년 07월 09일 (월) 오전 09시 49분 38초
제 목(Title): 주말일기 


요새는 회사생활이 참 힘들다.

힘든 일은 아니지만 집게손가락 끝에 박힌 가시나, 눈에 들어간 속눈썹이나

발바닥에 물린 모기자국 같은 일들로 내 정신은 피폐해지고 있다.

그래서 힘겹게 한주 한주를 버티어 내고 있다.

그래도 칼퇴근 할수 있어서 좋다..


금요일엔 칼퇴근을 하고, 일찌감치 집에 왔다.

지난 번에 먹고 남은 삼겹살로 두루치기를 만들어 먹으리라.

냉동실에 열려놨으니까 잘 있겠거니.

매실청, 올리고당, 참기름, 간장, 마늘, 양파, 깨소금, 소금, 후추를 내 맘대로 

퍼부은 다음, 구운 삼겹살에 붓고, 고추장 한숫가락 퍼 넣고 비볐더니

이것도, 김치찌개만큼이나 쉬운 음식이었구나.

요리란게 그렇게 재료만 있으면 간단한거더라.

엄마 손맛이니 정성따윈 이제 잊어야지.

음식 솜씨의 척도는 재료를 고르거나 준비하는데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밥을 하다가 사단이 났다.

쌀을 씻다가 알갱이가 너무 작은 놈을 발견했다.

모지? 하고 건져보니 쌀벌래였다...

살살 뒤져보니 두어놈 더 있었다.

이미 내 손에 뭉개진 놈도 있을텐데.ㅜㅜ

그럼 쌀봉지에 든 쌀에도 있을텐데..ㅠㅠ

일단은 씻던놈은 그렇게 뽀득뽀득 씻어서 그 안에 남아있을지도 모를 쌀벌레는

완전히 뭉개서 ㅜㅜ 밥을 엊혀놓았다.


신문을 깔고 반쯤남은 10kg 짜리 쌀보따리를 풀었다.

손가락으로 살살 뒤져 쌀벌래를 찾았다.

어머니는 떠나시기 전에 내가 맛있는 잡곡밥을 해 먹기를 바라는 고마운 마음

으로  맵쌀과 찹쌀과 보리쌀과 흑미를 적당량 섞어 두었었다.

쌀벌래는 흑미와 색깔이 똑같아서 햇갈리는 경우가 많았다.


쌀벌래는..그냥 벌래니까 먹어도 되지 않나? 단백질인데.

인류가 지금처럼 계속 불어나서 정말 먹을게 부족해지면 그때에도 그 많은

사람들을 다 먹여 살릴수 있는 식량으로는 곤충이 유일하다던데.

지금이야 보기에 좀 징그럽고, 꺼려져서 그렇지 닭강정이나 쏘세지 처럼 만들어

버리면 먹기에 그리 나쁘지도 않을테고, 영양가도 그렇게 풍부하다는데.

왜 별로 더럽지도 않은 쌀벌래는 골라내고 있지?

그나저나 쌀벌래는 여기서 태어나서 어디로 가지?

쌀푸대 안에서 태어나 쌀을 갈아먹으며 자라고, 쌀알사이를 해집고 다니다가 

이성을 만나면 뿅뿅을 해서 쌀벌레를 낳는건가?

쌀벌래를 골라내지 않고 쌀을 먹지도 않고 그대로 두면 그 쌀푸대는 쌀벌레

월드가 되는걸까?

라고 생각하는 사이 5-6마리 정도의 쌀버레를 골라내고 내 정신은 다시

평온해졌다.

그리고 쌀푸대는 냉장고에 넣었다.



-생각보다 너무 길어진다. 두개로 나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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