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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Jarre (자루소바)
날 짜 (Date): 2012년 04월 02일 (월) 오후 04시 26분 44초
제 목(Title): 사찰의 추억



지금도 그러하지만 중고등학생 시절엔 주먹을 사용한
싸움 같은 것은 없었다. 그 한 번을 제외하고.
교사나 선배들로부터 일방적으로 맞는 일은 종종 있었고,
후배를 일방적으로 '직접' 때린 일도 한 번 있었다.
그리고 사찰.
이 모든 것은 고3이었던 그 해 봄에 일어났다.

주먹이 약한 사람은 정치적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왕따나 빵셔틀이 되지 않고 주류 속에서 살아 남는다.
이런 생존 전략으로 사교성이 불량했음에도
운 좋게 주류에 편입되었다.

4월 1일
다른 학교처럼 우리도 반을 바꾸는 정도의 장난을 치며 보냈다.
그 해에는 학반표찰 바꾸기라는 새로운 것이 추가되었다.
후배들에 의해서.
이 표찰 바꾸기는 첫 모의고사를 치룬 고3 주류들의 분노를 샀다.
우리는 한 후배의 '자백'을 받았고 구타로 징벌하기로 했다.
마침 선후배 간의 연중 구타 행사가 끝난 시점이라서
폭행 도구는 행사에 참여하지 않았던 내게 넘어왔다.
그러나 어설픈 폭행에 체벌은 곧 중단되었다.

며칠 후
귀가길에 괴한 둘이 목을 조르며 돈을 요구했다.
예전 같았으면 좀 쥐어줬겠지만,
테스토스토론이 머리 끝까지 차있던 주류의 일원으로
가방을 내려 놓고 같이 주먹질, 발길질을 했다.
그런데 버스에서 집까지 불과 100여 미터 정도의 거리에서,
평소 특별한 사고가 없던 경로에 나타난 괴한은 
단지 돈이 목적인 것 같지는 않았다.

학교에 사물함이 있었기 때문에 가방은 그리 크지 않았다.
내 가방은 인조 가죽을 사용한 '싸구려' 서류 가방 스타일이었다.
손잡이 속에는 철판이 있었는데 이 철판이 인조 가죽을 베고
밖으로 나와있어서 검은색 절연 테이프로 손잡이를 둘둘 말아서
왼손으로 들고 다녔다.

어느 주말
주말에는 통학 버스를 이용하지 않기 때문에 일반 버스를
이용하고 버스 정거장에서 집까지의 거리는 300미터 정도이다.
그리고 주말에는 밝을 때 귀가했다.
집이 보이는 수퍼 앞 사거리에서 정장을 입은 어른 둘이
말을 걸었다. 테러의 기억이 가시지 않은 상황이라서
'가방'부터 내려 놓았다. 그랬더니 자기들은 나쁜 사람
아니라면서 몇가지 질문을 했다.
그들은 내 집을 알고 있었다.
얼마 후 지인의 이름이 신문에 나왔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 일을 신문에 나온 지인에게 말하지 않았다.
앞으로 말하게 될지 그대로 묻어 둘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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