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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sss (없어)
날 짜 (Date): 2011년 08월 12일 (금) 오전 09시 01분 01초
제 목(Title): 부활콘서트 관람기



1. '이번' 여자친구와는 마침내 관계가 2개월을 넘겨서 계속되고 있다.

그 여자친구가 자기 모교에서 부활콘서트를 하니 보러가자고 했다.

얘가 어느 학교 출신이드라..


2. 내가 생각하는 콘서트.

가수가 노래를 하면 자리에서 일어나 펄쩍펄쩍 뛰거나 헤드벵잉을 하거나

손을 들어 나나나 춤을 추거나 해야하는 불편한 행사인데..

하지만, 레프팅, 놀이공원, 해운대 해수욕장, 집창촌, 무전여행, 스키장 처럼

머 어떤건지 한번쯤은 가보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생기는 행사라 가보기로했다.


3.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다. 

내가 운전을 하면 너무 피곤할것이기 때문에.

콘서트는 8시 반부터 2시간 소요.

대구-포항간 야간버스는 11시,12시, 시내버스, 지하철은 11시반까지. 

자기 앞마당인데 어련히 시간이 되니까 하는 소리겠지..

사람의 말은 다 액면가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이니 나도 액면가데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가 운전을해서 가면 '피곤하기' 때문에.



4. 영남대

내가 ㅅㅂ포항(나는 포항에 아무런 억하심정이 없지만 이 별명이 너무좋다)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1년에 4-5차례 버스로 집에 가곤 했는데

그 버스는 언제나 영남대앞을 지나다녔다.

술집, 옷집, 오락거리로 가득히 알록달록한 건물들로만 빼곡한 영대앞 
버스터미널엔 언제나 예쁜 여대생들이 잔뜩 서있었다.

운이 좋으면 그 예쁜 여대생중 한명이 내 옆자리에 앉아 주기도 하기 때문에

항상 가슴이 두근렸던 기억.


5. 한국에서 3번째로 큰 학교라더니 학교안에 목장이며, 민속촌이며, 

대학본부가 호주 국회의사당처럼 생긴거 하며.

대학은 요렇게 목줄을 딱 거머쥐고 쪼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6. 부활노래는 헤드벵잉이나 푸쳐핸졉이 되는 노래가 아니다.

그래서 부활이 자신있게 일어나라고 하기에 일어났다가 금방 다시 앉곤했다.

그냥 발이나 까딱거리면서 기타치고 노래불렀으면 더 좋았을걸.

괜히 물뿌리거나 기타와 베이스가 서로 등을 맞대거나 하는 퍼포먼스는 단순한

오버로 보였다.(멋있지도 않고)

비주얼 때문에 인기가 있는게 아닌데 모르는걸까?

소리만 멋지게 나오면 조명이 다 알아서 해줄텐데.

그리고 앵콜 받아서 하는 곡인데 특수효과가 나오는걸로 보아..

너희들의 2시간안에는 앵콜이 포함되 있었다는 소리.

공연을 많이 했으니까 어떻게 하면 재시간에 마칠수 있는지 아는거지.

관객들의 모습이 너무 아름답다며 관객을 배경으로 넷이서 셀카를 찍는것과

함께 웬지 씁쓸한 기분을 감출수 없었다.


7. 마치고 나오니 10시반.

시내버스 타고 동대구 터미널에 가면 될줄 알았다.

하지만 시내버스를 기다리는 그녀의 발이 웬지 불안해 보이더니

시내버스, 지하철을 거쳐 택시까지 갈아타고 11시 58분쯤에야 터미널에

도착했다.

그 야간 막차엔 좌석이 없었다. 

그리고 시내버스였어도 타기 싫을만큼 입석까지 빼곡했다..

차라리 버스를 놓쳤으면 좋으련만. (응???!!?)



8. 사람이 가득찬 야간 밤버스.

좌석에 앉은 사람은 왕족

바닥에 신문이라도 깔고 앉은 사람은 귀족

편하게 서서 가는 사람은 평민

손잡을 곳도 마땅찮게 서서 가는 사람 (나) 는 하층민.


짐을 올려놓을수 있는 선반을 잡고 서 있으면 그나마 낳은데..

이게 버스 맨 앞쪽 선반은 운전사 짐칸으로 쓴다고 뚜껑이 덮혔네.(비행기처럼)

뚜껑을 열수 있는 작은 손잡이에 의지해 비틀거리다가 

뚜껑을 열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냥 꺽쇠를 90도로 돌리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구조의 열쇠여서 얼마나 
다행인지.

나와 등을 맞대고 같이 동병상련하던 어떤 남자에게도 기쁘게 이 소식을 
전했다.

이 ㅅㄲ는 고맙다는 말은 커녕 뚱하니 힐끗 쳐다보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래 넌 그래서 여친이 없는거야.임마 :p

기뻐하는 날 보고 재미있어하는 여친을 보고 더 기쁜것도 잠시..

짐칸 뚜껑의 꺽쇠가 헐렁한지 덜그덕 거리기 시작했다.

차가 가속을 하면서 진동이 좀 심해지기라도 하면 자명종인데 손으로 막고 있는

것처럼 드르르륵..

계속 달각달각..

꺽쇠를 90도로 돌려놓으면 조금 조용해진다.

그리고 버스의 진동에 조금씩 돌아와서 달각달각..

내쪽의 꺽쇠는 2분정도, 내 뒤쪽 꺽쇠는 1분정도 만에 다시 돌아온다.

앞으로 꺽쇠를 60번정도만 돌려놓으면 포항에 도착한다는 전망 내 놓고 

꺽쇠가 달그락 거릴때 마다 고개를 돌려 꺽쇠를 돌려놓는 나를 보고 

재미있어하는 여친을 보고 조금쯤 기뻐하는 것도 잠시..

나는 사람이고, 꺽쇠는 기계라.

60번만 돌려 놓으면 되는데 10번도 못채우고 꺽쇠의 집요함에 혀빼물고 

어떻게 하면 꺽쇠를 90도로 회전시킨 상태로 고정시킬지 고민하게 되었다.

테이프가 재일 쉽지만..언제 필요할지 모르니까 테이프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있을까?

샤낼백에도 그런게 들어있지는 않을테지.


시계 분침처럼 천천히 다시 달그락 거리는 소리가 나는 위치로 돌아오는 꺽쇠를

응시하길 2분..번쩍 생각났다.

짐칸 뚜껑은 위쪽으로 열어서 천정과 맞닿게 되어 있다.

두껑과 천정사이에 뭔가를 끼워 놓으면 꺽쇠가 돌아가지 않을 터였다.

아까 마시던 물병을 뚜껑과 천정사이에 끼워 놓았다.

예상대로 마침내 꺽쇠는 자동회전을 멈추고 1분이상이 지나도 덜그럭거리지 

않았다.

남은 여행길은 평안했다...


9. 이제 콘서트는 가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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