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deepsky (햅쌀) 날 짜 (Date): 2011년 08월 08일 (월) 오전 09시 24분 08초 제 목(Title): 친절한 신사 최근 가방에 우산을 꼭 넣어갖기고 다녔다. 무거워...무거워...궁시렁 거리면서. 금요일 퇴근 무렵, 책 몇권에 수영용품까지 주말에 출근할껀데.. 생각에 몇가지를 놓고가게 되었는데, 그중에 우산이 있었다. 일요일 쯤이나 비가 온다고 했으니까. 덥다는 이유로 출근 안했다. 월요일 새벽에 나서려는 찰라에는 하늘이 개이는 듯했으니, 굳이 우산을 하나 더 챙길 이유가 없었다. 허나, 지하철 역에서 나오니 비가 재법 내린다. 비맞고 다닌게 한두번도 아니고, 아무렇지 않게 버스를 타고, 아무렇지 않게 버스에서 내린다. 왠 아저씨가 "같이 쓰고 가죠!" 하며 우산을 씌워 주신다. 내 옆 건물이 목적지라는데, 내가 있는 건물까지 데려다 주시네. 난 이런 호의에 익숙치 않으니, 참 당혹스럽다. 반면, 미국에 있을땐, 내가 이런 호의를 모르는 이에게 베풀었었다. 서울에선 자주 하진 않는다. 이상하다는 표정때문에. 토요일 저녁엔 이사하고 100일이 넘어서야 주변에 있는 공원을 가보게 되었다. 공원에 접하는 길가에 아저씨들이 술판을 벌이셨고, 일부는 취해서 비틀거리며 언성을 높인다. 난 겁이 나서 멀리 둘러가다가 길을 잃는다. 험한 아저씨들의 행동에 관한 이야기를 종종 접하다 보니, 괜시리 술취한 아저씨들이 무서워졌던 것이다. 주변엔 더욱이 사람도 없었고... 이런 상황에서 월요일 오전에 친절을 베풀어주신 아저씨에게 고맙지만, 맘이 참 무거워진다. 어디서 무엇을 하는 분이지도 물을 만한 용기도 없어지고, 명함 한장 건낼 용기도 없어지고... 오래전도 아닌데, 낯선 사람에게 호의도 베풀고, 말고 걸고 하던 시절이 있었다. 헌데, 어느 순간부터 친절을 베푸는 이에게 겁부터 먹게 된걸까? 내가 살고 있는 곳이 그리고 험한 곳일까? 내가 삭막해진거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