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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EuGene ()
날 짜 (Date): 2011년 01월 01일 (토) 오후 09시 10분 31초
제 목(Title): 신년의 변화



살아오면서 무엇인가 나 자신의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서는,
꽤 어렵고 긴 노력이 필요하다고 믿었다.
그렇게 교육도 받았고, 내가 스스로 체험해본 바도 그러했다.

예컨데 중학교 시절 800미터 달리기를 3분 안에 들어오기 위해서
몇달을 뛰면서 훈련했었고,
나이가 들면서 체중을 1kg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얼마나 간절한
식욕을 힘들게 참아야하는지 여러 차례 몸소 겪었던 터였다.

그런데 작던 크던 많은 일에 있어서 수없이 시도하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고 또 실패하고, 그러다 의외의 성공을 아주 수월하게 거두기도
했다.

예컨대, 아내와 결혼을 하고 금연 결심을 할 겨를도 없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사실 금단 증상조차 겪지도 않은 갑작스런 단절이다.


한가지 고백컨데, 난 아주 나쁜 버릇이 있었다. 
사실 그건 치료가 필요한 중독이었다.
나는 담배도 손쉽게 끊었고, 과속 운전에 대한 로망도 잘 제어했으며,
음식이나 기호식품, 오락, 게임, 도박, 술... 무엇이든 맛은 보았으되,
빠져든 적이 없었다. 

심지어 의료용 마약도 정당한 사유와 절차를 거쳐 사용했으나,
그 황홀함은 기억하되 그냥 통증을 견디는 쪽을 선택하였다.

그런 내가 이십년 넘게 끊고 싶었던 중독이 하나 있었다.
(있었다 라고 쓰는 이유는 정말 이유를 알수는 없으나 2010년과 2011년
사이에 아주 쉽게 단절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그건 인터넷 중독.
하루에 최소 2~3시간을 인터넷에 꼬박 소모하는 습관이 있었다.
인터넷을 사용하기 전에는 신문과 잡지 같은 인쇄물이나
낙서와 같은 행위에 아니면 그냥 공상으로 그렇게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이것을 '일상적인 정보 섭렵 욕구에 의한 중독'이라고
부르는 게 맞을것 같다.)
 
아내는 가끔 나에게 '어떻게 워드와 브라우저와 기타 등등을 띄워놓고 동시에 
진행하느냐?'라며 놀라움을 표했지만, 사실 집중력은 저하되었다.

(물론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다 해냈고, 종종 남들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였기 때문에, 오랜 기간 중독을 견뎌온 것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중독에 빠져 무너졌을 지도 모른다.)

이런 중독에서 빠져나오고 싶다고 십년도 넘게 스스로 매일을 다짐했는데,
거의 매일 패배했다.

매일 매일 실패를 경험하며 하루를 시작하거나, 하루를 마감했던 셈이다.
그렇게 매일을 살았다니...

그런데, 이게 왠일인가. 
섣달 그믐, 나는 전혀 웹브라우저를 켜고 싶은 욕구가 없었다.

심지어 일 때문에 웹브라저를 켜는 것은 괜찮아도,
늘상 하던 웹서핑을 위해 웹브라어저를 시험삼아 켰을때 아무런 흥미도,
즐거움도, 욕구도 없이 오히려 불쾌감이 드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2011년, 나는 이제 복받은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려는걸까.
무덤덤하면서도 몸도 마음도 가볍고 머리는 맑다.
올해부터 성실히 그리고 열심히 일과 공부에만 집중하도록,
내게 천운이 내렸나보다. 
마음에는 조용한 기쁨과 평안함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새 해는 처음이다. 
이런 변화가 나이듦의 경험과 지혜에서 비롯된 성장이길 바란다.
나이드는 거, 나쁘지 않다.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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