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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ejim (주영이이모�x)
날 짜 (Date): 1995년08월19일(토) 12시45분37초 KDT
제 목(Title): 이모, 사랑스러우니깐 좋지?




우리 주영이가 만 2살이 되기 며칠 전 난 미국에 나온 후 처음으로
(그래 봤자 4달 만에) 한국을 방문했다. 

주영이는 차를 한 10분이상 타면 멀미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손녀 딸 고생할 생각보다, 그 손녀딸 이뻐하는 딸 생각이 앞선 우리 엄마는
기어이 그 겨울밤 주영이와 아빠와 함께 공항에 마중 나오셨다.
 
주영이는 날 보고도 멍~ 하더니 몇 분만에 내가 자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파악해 버린 것 같다. 그렇다. 아기들은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금방
알아보고 또 그 상대가 어떤 지위에 있건, 어떻게 생겼건, 아기의 취향에
맞는 사람이건 아니건 상관없이 좋아해 준다. 

공항에서 나와 내 손을 잡고 주차장으로 향하면서 느닷없이 나머지 한 손을
높이 들어 키를 키우며 제 딴에 한껏 소리를 높인다.
"버끌리 이모!!! 여기이! 주영이 여기이~~! "
하하, 알만하다. 4개월 만에 보는 딸을 기다리며 몇 주전부터 주영이에게
공항 간다고 꼬셔 놓고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보며 생각날 때마다 주영이에게 
이 대사를 연습시키셨을 우리 엄마.
막상 내가 gate를 나왔을 때는 얼어서 아무 말도 못했던 주영이가
뒤늦게나마 준비한 환영사를 하는 것이다.

내가 큰 이모로 불리지 못하고 지명을 따서 불리는 데는 또 사연이 있는데
주영이의 작은 이모인 내 여동생이 physically 나보다 커서 이 녀석이
도무지 내가 큰 이모라는 것을 수긍하지 못하고 작은 이모라고 부르는 것이다.

나에게 꼭 안겨서 집으로 향하는 차 속에서 내 머리를 만져 주고 할 줄 아는
모든 이야기를 내게 해 준다. 그러나 멀미는 가시지 않는다. 나의 앞가슴에
새 모이 만큼 토하고는 미안해 한다.
"내가 이모한테 뱉었쪄. 히잉~ " 내 옷을 가리키며 하는 말이다.

'하아, 주영아, 너 볼려고 얼마를 별렀는데 옷이 문제니.'

"어~ 이모 나 오좀~"

헤에, 이제 다 가리나 보네. 하지만 지금은 차 안인데.

"주영아, 조금만 참아." 혹 도움이 될까 엉덩이를 토닥여 주며 내가 말한다.

"응, 이모, 두 시간만?"

엥? 네가 두 시간 씩이나 참을 수 있어? 두 시간이 뭔지 알기나 하고 하는
말이야? 물론 모르지. 어디서 "두 시간" 이란 말을 들어 봤나 보다.

두 시간은 아니고 약 5 분 쯤 후 차를 세우고 쉬야~.
다시 차에 들어왔더니 어지간히도 차를 싫어하는 녀석이 갑자기 "우왕~"
하고 울음을 터뜨린다.

또 사탕을 먹고 귤을 먹으며 집에 가까이 오니 내릴 때가 된 걸 알았는지
기운을 차린다. 그러더니 느닷없이 이모 귀에 대고 하는 말이.

"이모오, 사랑스러우니깐 조오~치?"

헤에, 어떻게 이모 마음을 그렇게 읽어내냐?
어디서 그런 표현을 들었는지. 으이구, 그냥 꽉 깨물어 버릴까 부다.





 
I must go down to the seas again, to the lonely sea and the sky,
And all I ask is a tall ship and a star to steer her by,
And the wheel's kick and the wind's song and the white sail's shaking
And a grey mist on the sea's face and a grey dawn breaking.  - J.Masefie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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