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deepsky (햅쌀) 날 짜 (Date): 2010년 10월 24일 (일) 오전 12시 48분 38초 제 목(Title): 군인에 대한 실망 스케치 강좌를 끝내고 점심때쯤 30만원짜리 렌즈가 그 값을 할까 하는 기대감으로 내 생애 가장 비싼 안경을 찾으러 안경점으로 가던 중이다. (노안때문에 특수 렌즈를 끼면 일하기 편하다는 말에 넘어감). 전화가 울린다. 받으니 끊긴다. 전화달라는 문자가 곧왔다. 바로 했다. 내용인 즉슨, 미안한 부탁이 있다면서, 자기 후배가 take home문제를 받았는데, 내일 오전까지라면서, 급하게 내가 풀어주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그 후배는 군인이란다. 헉... 난 군인은 정도만 지키는 줄 알았다. 그래도 부탁하신 그 동료분을 좋아하기에 (일을 균형있고 효율적으로 하시니 배울게 많다) 밉보이고 싶지 않아 시험지를 보내주시면, 최대한 풀겠다고 했다. 다만, 저녁때나 확인 가능한데 괜찮겠냐고, 양해는 구했다. 시험지를 받은 것은 8시쯤이다. 쓰잘떼기 없는 계산 문제들, 소프트웨어가 해결해주는 일들을 손으로 계산해서, 타이핑하려니 죽을 맛이다. 그 군인을 만나서, 앞에 두고 이건 이렇게 풀면 되요 설명하면 30분도 안걸릴 일을 3시간씩이나 투자했다. 그리고, 알파의 시간이 조율하는데 쓰였다. 어떤분인지 모르겠지만, 그 군인이 다니시는 학교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지난학기 내 제자들이 2시간동안 풀어낸 문제의 1/4밖에 안되는 분량을 그 군인께선 포기하시고, 선배에게 부탁을, 그 선배께선 내게 부탁을 했다는게 참 실망스러웠다. 그 시험지 첫면에는 교재만 참고해서, 인터넷도 뒤지지 말고, 다른 사람과도 이야기하지 말라고 되어 있다. 아마도, 그래서 문자만 보내서 물어보시나 보다. 난 문자도 서투르고, 우리말로 통계 문제를 이야기하는 재주도 없다. (수식을 우리말로 풀어서, 파일로 보내달라는 문자에 화들짝 놀랐음) 사람들마다 문제해결 방법이 너무도 다양하다. 손위형제도 없고, 조직사회에 익숙치 않은 나로선, 시험문제를 남에게 부탁할 생각은 꿈도 꾸지 못한다. take home exam을 서로 모여서 푸는 경우가 종종 있다 들었지만, 난 강좌에서 유일한 (타과, 한국) 학생이었기에 고민할 것 없이 혼자 다 해내려고 애를 썼고, 잘 나오지 못한 학점만 합리화 하는데, 시험문제를 같이 푸는 남들을 이용했다. 군인이라는 이미지는 규울과 도덕을 지키는 사람, 약자를 보호하고 자기를 희생시키는 사람이라고 막연하게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시험 문제를 풀어달라는 부탁을 하는 군인은 익숙치가 않다. 아마도, 군인은 국익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전략적으로 일을 수행해야할터이니, 정도를 지킬 필요는 없을지도 모른다. 한사람의 희생이 국익과 직결된다면, 그 사람을 죽이는데, 털끗만큼도 죄의식이 없는 것이 군인일께다. 시험문제를 풀어주는 것도 내나라를 위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말아야 겠다. 어쩌면, 난 고생해서 공부했는데, 수완이 좋은 사람들은 쉽게 쉽게 점수를 받는 그간의 많은 부스럼이 군인아저씨의 부탁이라는 흔치 않은 사건덕에 재발한건지도 모른다. 무슨 생각에서 힘들여 공부했을까... 직장생활하면서 대접도 받고, 박사도 하고, 가족과 집이 있는 분들처럼 살걸 하는 생각... 내 좁은 속을 탓해야하는지도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