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deepsky (햅쌀) 날 짜 (Date): 2010년 09월 23일 (목) 오후 02시 33분 23초 제 목(Title): 합창 연휴라고 채널 돌리기를 하다가 소규모 합창단의 연습 장면에 채널을 고정시켰다. 연예인들이 합창이란 것을 통해 리얼리티 쇼를 하는가 보다. 소리를 끌어내는 지휘자가 참으로 멋지다. 몇년째 일을 핑계로 뜨내기 같은 삶을 핑계로 찾지 못하고 있는 합창단 활동을 해야겠다는 생각, 저렇게 멋진 지휘자가 과연 있을까 하는 생각, 어느 단체를 어떻게 두드려 봐야하나 하는 생각, 여러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어릴때 합창단에 잠시 했었는데, 기억나는 거라곤, 무섭고 머리숱이 없으셔서 단발로 넒기신 선생님 인상과, 불편한 단복뿐이다. 중,고등학교땐 지휘를 해야해서... 애들 연습하라고 잔소리 하기도 싫고, 소리도 엉망이고, 선생님들은 반장 뭐했냐고 화만 내시고, 이렇게 애를 써서 한번 공연하면 끝인 일을 뭐에 쓰나 싶은 허탈함에 친구들에게 "할머니"라 불릴 만큼 인생 초월하게 된 계기였다. 대학땐 서클은 안되는거고, 학과 노래패는 했었다. 항쟁의 역사가 어떠했고, 피,땀흘린 선배들의 노력이 담긴 슬픈 노래들과 역사와 무관하게, 노래를 한다는 자체가 좋았다. (학과 선배들에겐 좀 미안했다). 그리고, 천리안 음악 동호회를 통해 취미인지, 전공인지 모를 만큼 노래와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도 만났다. 아마추어 지휘자도 몇 보았고, 그들의 소리를 듣는 능력에 감탄을 했었다. 허나, 지휘자가 필요없었던 그레고리오 성가대 생각이 더욱난다. 내 소리가 들리지 않고, 옆에 서있던 언니들 목소리 각각이 모여 하나가 되어 제대 쪽 벽을 치고 퍼지는 소리. 좋은 소리를 위해 이야기하고 연습하고 하던 짧은 시간이 아직도 그립다. 그때까지 지휘자의 중요성, 매력, 능력이란 것이 필요한 것인지 몰랐다. 보지 못했고, 나또한 해내질 못했고, 연습하면 소리의 동화는 지휘자 없이도 이뤄 진다. 그러다, 시골학교 대학원 시절, 탁월한 지휘자의 능력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은퇴한 할아버지 할머니, 몇년후에 은퇴할 분들이 주를 이루는 동네 합창단에서 5년동안 보았던 Dr. X 5X년부터 2003년 겨울 공연때까지 헨델의 메시아를 26번 불렀다는 할아버지도 지휘자를 참 좋아하셨다. 화를 내지 않으면서, 나이드신 분들을 조율하고, 소리를 끌어내고, 하모니를 이루게 해내는 능력, 간혹 자신의 소리를 드러내고 싶은 이들이 있음에도 (솔로 오디션 보면, 정말 많이 지원하고, 물밑작업 하는 분들도 있었다) 그 소리를 죽이고 주변 사람의 소리를 듣고, 자신에게 집중하게 만들어 보다 발전된 음악을 상상하게 만드는 능력 아...이래서 지휘자가 필요하구나. 이 분의 지시대로 따르면 소리가 이렇게 바뀌고 좋아지는 구나를 느끼게 해주었다. 그런 리더십에 쇠 긁는 소리가 듣기 좋은 선율이 되는...할아버지 할머니의 경직된 목소리와 조절이 아니 되는 지나친 비브라토가 공연에 임해서는 정제된 비브라토와 소리의 유연함 그리고 전체의 조화가 도출 되어 나온다. 드레스 리허설 뒤의 Dr. X의 모습이 티비에서 본 그 지휘자의 표정과 비슷하다. 갑자기 노래가 하고 싶어졌다. 내 배에서 기운이 나오고, 난 땀도 나지만, 내 소리가 들리지 않고, 옆 사람의 고운 목소리, 중후한 비브라토, 고음을 치는 맑은 소리, 그리고 딱히 집히지는 않는데, 없으면 이상한 베이스... 이런 것이 그리워졌다. 뭐...이렇게 그리운 것도, 낼 출근하면 끝이다. 정신없이 바쁠 하루가 기다리고 있구나. 허걱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