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sss (없어) 날 짜 (Date): 2010년 07월 19일 (월) 오후 08시 19분 52초 제 목(Title): 흔적 지우기 내일이면 호주를 떠나야 한다. 쌔빠질.. 사무실과 정류장으로 걸어가는 길과 정류장과 버스와 아무 일면식 없는 사람들까지, '마지막'이라는 이유로 이미 그립고 낯설다. 집에서는 방안을 서성였다. 내일 아침 4시반에 시드니 공항으로 출발해야 하므로 오늘밤은 세워야 할터. 청소를 하였다. 쓰고 남은 음식 재료들을 분류하여 버릴것은 버리고, 다음사람에게 남겨줄만한것은 쪽지를 남겼다. 바닥을 걸레로 빡빡 문질러 딱았다. 오븐도 빡빡 문질러 딱았다. 아무도, 내가 여기 있었음을 알수 없도록. 어제 밤에도 지금처럼 마음이 어찌나 피패한지 방안을 뱅뱅돌고 있는데 후배가 찾아왔었다. 비행기 언제 타요? 부터 시작해서, 인생이 말이지...@#%$#하면서 한 2시간 뜬구름을 잡으려는 수다를 떨고 나니, 웬지 평안해져, 무사히 잠들수 있었다. 오늘은, 학교에 내 자리를 정리하면서, 또 사무실을 뱅뱅돌고 있는데 또 다른 후배가 찾아와서는 '형 내일이져?' 로 시작해서, '우리 다시 만나요' 까지, 최근에 이사한 그녀석의 집에 가서 집구경하고, 한시간 수다를 떨고 나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 그리고, 오늘 밤에는 위층에 한국인 주인 아져씨(같은 회사 사람 ㅋㅋ)내외와 함께 이래 저래 숙덕거리고 나니 간신히 선듯 무덤덤하게 비행기를 탈수 있을것 같게 되었다. 선자리도 하나 생기고.ㅋㅋㅋ*ㅡ.ㅡ* 마지막 순간에 누군가가 마중해주니 이렇게 감사하고 좋은걸 여태 몰랐었다. 그래, 지인의 임종의 순간은 가능하면 지켜주어야 하겠다. 마지막, 마지막, 마지막 가는 길에는 웬지 내가 처음부터 이곳에 존재하지 않았던것처럼 모두 지워버리고 가고 싶은데 인생의 마지막 순간과는 다른걸까? 사람은 흔적을 남기려고 돈이 있으면 자기 이름 붙인 건물하나 남기려고, 역사책에 이름을 남기려고 발악을 하고 이도저도 안되면 자식새끼라도 까놓고 가려 한다더만. 그것이 유한자로서의 한계이며, 본능이라고. 어째서 나는 내가 머문 자리에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애쓰는 걸까. 마음의 준비가 되었던 말았던 심란하기만 한 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