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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Angels (쿵후소년)
날 짜 (Date): 1996년02월23일(금) 19시51분37초 KST
제 목(Title): 싫은 소리 하기...

하루 종일 무거운 짐을 날랐더니 무척이나 몸이 지쳐있다.  들어가서 잠을 청하고
싶지만 지금은 나의 보금자리가 부재중이다.  ^_^  이사를 가는 집에서 아직까지
방을 비워주지 않은 상태이고, 하지만 이미 큰 짐은 오늘 나르기로 아버지와 약속
을 한 상태여서 방에 있던 큰 짐들은 이사갈 집의 창고에 쌓아두었기 때문이다.
예전의 내 방에 들어가보면 이부자리만 뎅그러니 놓여있고 항상 듣던 오디오가 
있던 자리는 휑뎅그레하다.  보금자리가 없다는 사실은 사람을 두배로 지치게 한다.



이사를 가는 집의 아주머니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설이 지나고서 될 수 있으면
일찍 이사를 와달라고 직접 부탁을 해놓고서는 이제와서 전화해보니 원래 살던이가
사정이 있어서 방을 못뺐으니 어쩌구 저쩌구 계속 핑계만을 늘어놓는다.  그것도
미안하다는 말을 하면 그래도 기분이나마 좋겠는데, 미안하다는 말은 한마디 없이
계속 갖다 붙이는 핑계들...  지금이나마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원래 살던이와
나 사이의 문제를 어떻게든 중개를 해줬어야 할진데, 막상 그 집에 짐을 가지고 가
보니 원래 살던이는 자기 잇속만 차리려는 행동은 다 해놓고 나갔다.  결국 짐은
그집 마당에 쌓아두고, 잃어버리면 안되는 물건들만 창고에다 넣어두고...  앞으로
2월 말까지 바쁜터인지라서 오늘내로 이사에 관계된 일을 모두 끝내려고 했는데,
계획이 엉망이 되는 찰라였다.  



선배에게 항상 듣는 말이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자주 듣는 수많은 말중에 요것
도 포함되는 것이겠지만...  

'사람이란 가끔은 싫은 소리도 할 줄 알아야 하는 법이다.'  

그래.  맞는 말이다.  어찌된 일인지 나는 싫은 소리를 할 줄 모른다.  이러한
성격은 결코 타고 나는 것이 아닌지라...  나의 훈련이 부족하다는 것인데...
가끔 싫은 소리를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때가 있다.  오늘 같은 날도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아주머니에게 뭔가 싫은 소리를 해주었
어야만 했다.  하지만 나는 아직도 그런 성격에 대한 훈련이 덜 되어 있나보다.

비단 이것만은 아니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후배들이 많아지고, 내가 다스려야
할 사람들이 많아지는데, 항상 웃을줄만 아는 나의 성격으로는 다스리는데 적합하
지 못하다는 사실을 자주 느낀다.  때로는 엄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수도 있어야
하고...  그러면서도 평소에는 아주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가고 싶은데...

언젠가 술자리에서 선배 한 분이 이런 일을 시킨적이 있다.  

'Angels!!  너 당장 일어나서 후배들 집합시켜봐!!'

할 수가 없었다.  항상 웃는 나의 모습만 보아온 후배들에게 나의 엄한 모습은
단지 웃음의 연장선일 수 밖에 없고...  그런 또 다른 웃음이 통할리가 있나...




'부드러움은 강함을 제압한다.'

무예를 수련하면서 굉장히 많이 듣는 말이다.  하지만 이러한 말의 겉모습에 현혹
되어 부드러운 동작만을 수련해서는 백년이 가도 천년이 가도 절대 부드러워질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내가 이해하는 세상에는 두가지 개념의 '부드러움'이
존재한다.  그 첫번째는 강함을 제압하지 못하는 그저 단순한 부드러움이요.  
나머지 하나는 뼈를 깎는 인고의 과정을 거쳐서 탄생한, 강함을 제압할 수 있는
진정 강한 부드러움이 그것이다.  강함을 제압할 수 있는 부드러움을 지니기 위해
서는 진정 강한 것을 제압할 만한 부드러움을 연마하는 고통의 과정을 견디어
내어야 하는 것이다.  

어릴적부터 '착하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나는 그 말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 '착함'이 인고의 과정을 거친 강한 '착함'이라면 나는
그 말을 좋아하겠지만, 실제로 그렇지 못한, 단순한 '착함'을 의미한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말을 그다지 좋아할 수가 없다.  단지, 그 말을 
들을때마다 진정한 의미의 그것을 익히기 위해서 한술 더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사실만을 절감할 뿐이다.  

언제쯤이면 아무리 강한 이 앞에서도 부드러워질 수가 있을까?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한없이 강한 이들을 만나고 그들과의 관계에서 부드러움으로 상대가 가
능하기까지의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비단 무예에서만이 아니라...  생활
에서까지...



오랫만에 쓰는 일기가 길어졌네?  흠...  어쩌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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