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blueyes (魂夢向逸脫) 날 짜 (Date): 2009년 06월 17일 (수) 오후 02시 47분 09초 제 목(Title): Re: 연락 끊긴 친구에게 연락하기 저도 실은 지인들에게 먼저 연락하는 편이 아닙니다. (아니라고 하기 보다는 그런 일이 거의 없는 편) 자주 만나는 친구는 고사하고 일년에 한두번 만나는 친구조차 항상 제가 연락을 받고 나가게 되지요. 친구들에게는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마음은 마음일 뿐, 그래도 먼저 연락을 하게 되지는 않더이다. 그러던 내게 기억에 남는 두가지 사건이 있었어요. 하나는 중딩때 친구인데.. 울 외가와 종씨라고 엄마가 무척 이뻐하던 친구였고, 한참을 없으면 못살것처럼 어울려 다니다가 중3이 되어 반이 갈리면서 뜸하게 만나기 시작했고, 고등학교가 달라지면서 더 만나기 어려워졌던 친구였습니다. 그 친구를 다시 만난건 학력고사를 본 날이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학력고사였음) 시내 서점에는 모범답안지가 나왔다고 해서 나가서 돌아오는 길에 터벅터벅 걷고 있던 그 친구를 발견했지요. 나는 온가족이 같은 차를 타고 있었기에 그 친구를 반갑게 태우고 집에 와서 채점을 하는데... 방정맞은 누나가 내 예상점수를 말해 버렸고, 그걸 들은 친구는 아마도 시험을 망쳤는지 바로 달려 나가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러고는 20년이 흘러.. 어느날 내 핸드폰에 찍힌 모르는 번호. 학교 동창회 등등에 전화를 걸어대서 내 전화번호를 알아냈다고 하더군요. 너무 기쁘고 고마왔지만.. 나는 역시 그 친구가 연락하면 달려 나갈뿐, 먼저 연락하지는 않습니다. 다른 하나는 대학 입학 후 첫 미팅. 나를 반미친소 성향으로 만들어 준 바로 그 미팅이었더랬지요. (반미친소 = 미팅은 싫어하고 소개팅만 좋아함) 떼거지로 만나는 미팅에서 건질만한 언니가 없음을 확인하고는 아무나 붙잡고 나와서 시간을 떼우다 헤어진 친구가 있었습니다. 자주 만난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다른 사람을 여친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도 얘기하곤 했던 사람이었고.. 내가 누군가를 열렬히 좋아하기 시작하면서 연락이 끊긴 사람이었지요. 그러다 십여년이 지나서 또 (시간적으로는 이게 먼저지만) 핸드폰에 뜨는 모르는 전화번호. 바로 세 아이의 엄마가 된 이 친구였습니다. 지금도 가끔 전화를 해서는 만나자고는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만나주지는 못해서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만드는 친구입니다. (사실 바빠서 만나지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난 천성이 무척 게으른가봐요. 보고싶은 친구가 있더라도 전화기를 들기는 커녕 왜 요새는 연락이 뜸하지? 라는 생각만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