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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아틸라 (삼순이애비)
날 짜 (Date): 2009년 04월 21일 (화) 오후 06시 44분 27초
제 목(Title): 남이섬




지난 일요일엔 이쁜 동생이랑 남이섬에 갔었다.

산책하고, 사진 찍고, 자전거 타고,  준비해간 간식 먹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다 지나가는 봄을 즐겼다.

둘이서. 마지못해.




y를 처음 본 지도 햇수로 4년째다.  처음 이 아일 봤을 때

이쁘네, 참 귀엽다, 착하네, 씩씩하네, 이런 느낌이었고, 

한때나마  혹하는 마음도 들기도 했었다.  하지만 요즘 유행하는

"나쁜 남자"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지라 마음가는 대로만 하면

안될거 같아서 일찌감치 감정을 다 정리했던 터였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계절이 바뀔 때쯤 한 번 쯤 보는 사이가 되었다.  


아직은 때가 아닌 듯 메타세콰이어에는 앙상한 가지만 있었다.

그래도 곧게 뻗은 기둥은 힘차 보였고 숨이 턱만힌 곳에서 살다

가니 이국적이고 좋았다.  하긴 옆에 있는 소나무 숲도 다 

새로워 보였다.  여행이라면 여행이었기에 들떠 있던 마음이

모든 걸 그렇게 보이게 했을 터였다. 산책길을 따라 걷다 보니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엊그젠 다소 더웠다.  여.름처럼.-

그늘을 찾아 쉬기로 했다.  벤치에 앉아서 싸가지고 갔던 과일도

먹고 이런저런 얘기를 했다.


"오빠, 이런 남자 어떻게 생각해? 

1년 전에 삼실 선배들이 **은행에 괜찮은 남자 있다고

자꾸 보라는거야. 그리구 거기 가서도 나 만나보라

그런 말을 했나봐.

그렇게 있다가 내가 막상 가니 순진해서 그런건지 얼굴이

막 빨개지고, 손도 떨고 그러더라. 그게 첫 만남이야.

 
그러다 지난 주에 내 명함 달라 그래서 가져가 놓고선 

전화 한 통 안오네? 이 남자 뭐야?  전화도 안 할 거면서

왜 명함은 가져간 거냐구? 날 가지고 논 것도 아니구.

그래서 그 사람 삼실 가서 가져간 명함 달라 그랬어.  

나 잘했지?"



"가지고 논다는 말은 좀 그렇고"

1년 전에 그렇게 처음 만나고 얼굴 빨개지고, 손 떨리고 

했던 사람이 아무런 연락도 없다가 1년이 지나서 명함 받아가서

또 연락없고. 이건 그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이 따로 있거나-있는데

잘 진전되지 않거나-, 혹은 정말 너무너무 순진해서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그런 사람 같았다.  물론 내 생각이다.


"어쨌든 좀 이상한 사람이긴 하다."


"오빤 좀 괜찮아?"

"괜찮지 뭐.  살 많이 빠졌지?  다이어트는 제대로 했어.
 
 8Kg빠졌더라.  덕분에 뱃살 쏙 다 빠졌어.  이젠 목욕탕에서

 거울봐도 괜찮아.  ET배 보고 얼마나 놀랐었는데, 지금은

 내가 봐도 멋있어. 다만, 볼살도 쪽 빠져서 문제지."





"사람은 함부로 사귀는 게 아닌 거 같아.  전에 사귀다

 헤어진 남자애가 있었어.  내 싸이에 와서 악담을 하지 않나,

 회사 홈페이지에 글 쓰겠다고 하질 않나.  사귈 때는 그런 사람인지

 정말 몰랐어."


이런 얘길하는 y의 얼굴에는 외롭다고 해야하나, 암튼

그런 모습이 보였다.


"헤어져 놓고 그럼 안 되지.  나도 막 채였을 때는

 블로그란 블로그는 다 뒤지고 그랬는데,  그 놈처럼

 그러진 않았어.  잘 살라고 그랬지 모. 지금은 그 놈에게서

 연락 안 와?"


"응"



"사랑에는 타이밍이 중요한 거 같아. 내가 바쁠 땐 그 사람이

안 바쁘고, 그 사람이 한가할 땐 내가 바쁘고. 그러다 연락이

뜸해지고, 자연스레 아무것도 아니게 되고.  그래서 나도 다

정리하기로 했어"


한동안 y가 누굴 좋아한다는 말이 있었는데 직접 물어보면 

자긴 또 아니라고 하지만, 그래도 나의 경험상 소문은 대부분

사실이더라.  그리고 y랑 그 소문의 당사자는 요즘도 만난다. 자.주.

업.무.상. 



  
"나 짝사랑 하는 거 말고 졸업할 때 쯤 정말 사랑한 사람

 있었다.   생일 때 미역국도 해주고, 지나가다 이쁜 옷 있으면

 그 사람 생각나고 그랬었어.  웃기지.  첨엔 그 사람이 나 

 좋다고 그랬었거든. 근데 더 정들기 전에 먼저 헤어지자고

 한 사람이 그 사람이야.  그 사람 정말 미웠어.  그래두 그 땐

 졸업도 하구 취업도 해야 해서 거기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구.

 아직도 그 사람 미워. 아마 다시 보게 되면 한 대 패버릴지도 몰라."



"얼마전엔 내가 짝사랑 했던 오빠를 정말 우연히도 봤었어.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지금은 결혼하고 잘 살고 있더라.  그 땐 많이 좋아했는데

 보니깐 뭐랄까.  암튼 뭐 그랬어."

"내 후배가 담달에 결혼한다는 얘길 들으니까

 내가 느긋이 있을 때가 아니구나란 생각이 마구 드는거야!

 친구가 결혼할 땐 몰랐는데 후배가 그러니 정말 실감나더라."


나도 이런 저런 말 많이 한 거 같은데 생각나는 건 왜 다

그 애의 말밖에 없을까?  



자리에서 일어나서 자전거를 타고 한 바퀴 돌다가, 작년에 남이섬

왔을 때 쉬었던 곳으로 갔다.   남이섬 선착장 반대 방향으로

강가에 있는 곳인데, 강을 바로 앞에 두고 바람쇠기에 정말 좋은 

곳이다.  그렇게 둘이서 강을 바라보고 한동안 둘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오빠, 노래 들을래?"

"노래? 좋지"


y는 주머니에서 mp3를 꺼내고 이어폰 반쪽을 나에게 주었다.


가요였는데 내가 알지 못하는 곡이 나왔고, 다른 곡을 선택했는데


박혜경의 고백이 흘러 나왔다.


가사까지는 자세히 몰라도  내용이 어떤지는 알고 있는


노래였다.  







.......짜잔...... better tomorrow..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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