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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cherny (엔제리)
날 짜 (Date): 2009년 04월 20일 (월) 오후 01시 33분 55초
제 목(Title): 어느 비오는날의 풍경화


오랜만에 시원하게 내리는 비를 보니, 어릴적 생각이 난다.

초등학교 시절 미술학원에 외부에서 방문한 선생님이라는 분께

비오는 날을 소재로 그린 나의 그림을 가져 갔을때,

그는 짙은 남색의 크레파스를 집어들고는 내 그림 이곳저곳에 마구 금을 

그었다, 빗줄기였다.

어릴때부터 덜렁대던 나는 비오는 날을 그린다고 하면서 정작 내리는

빗줄기를 그리지 않았던거였다. ㅡ.ㅡ

그때 나의 그림이 미완성이었듯이, 그 어린날 기억의 한 페이지에 남아있는

나의 비오는 날은 사람들이 우산만 들고 거리를 쏘다니는 비없는 거리와도

같았다.

이후 짧지 않은 시간을 살아오면서,

돌아보면 늘 정작 비는 내리지 않는데, 우산을 들고 서성이는 것처럼

언제나 2% 모자란 미완성 작품과도 같은 나를 가끔 보게 된다.

지금 내리는 이 빗줄기처럼 남색 크레파스로라도 내 삶의 조금은 부족한,

조금은 갑갑한 여백을 다시 메울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서 아쉬움 활짝 갠 얼굴로 다시금 누군가에게 그 그림을 자랑스레

보여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비가오니 기분이 괜시리 멜랑꼬리 가리봉해 지는거 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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