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sss (없어) 날 짜 (Date): 2008년 11월 08일 (토) 오전 02시 08분 46초 제 목(Title): 휴가2 5일째 수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비가 대박으로 오고 있다. 우산도 없는데. 전라도로 오기 전에 휴가동안 포항에는 비가 많이 왔으면 좋겠다고 메세지 보내고 온게 기억나서 일어나자 마자 혼자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모텔에 딸린 식당에서 백반 한 그릇 먹고, 식탁에 덮혀있던 비닐 뒤집어 쓰고 차로 냅다 달리는동안 바람이 불고, 비닐이 찢어져 옷이 젖었다. 젖은 옷입고 운전하면 정말 찝찝하다. 지리산, 그 깊은 골짜기 까지 도로가 나 있다. (아무것도 아닌가?) 내 대가리 속에 찌든 니코틴을 녹여 없애줄(마음으로는 언제나 담배를 물고 있다.) 그곳에 편안하게 도착할수 있어서 참 기뻣다.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磁雲선가는 자운 아저씨가 깨닳을 얻어 3년전에 시작한 명상센터다. 수하에 5명의 수재자가 있어서 같이 일하고 있다. 명상을 도와주고, 집이나 화장실도 직접 만들고. 그렇다. 5명의 수재자는 같이 도를 닦는것이 아니라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네들은 스스로를 사업가라 부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향후 5년내에 전세계인구의 10%가 자운명상법을 익히게 될거라고 했다. 명상을 돕는 마스터(수재자들)가 세상에서 가장 연봉이 높은 직업이 될거라고도 했다. 5년후면 세상에서 가장 연봉이 높은 사람이 될 그 사람들에게 비싼 대가를 치르고 배운 명상법은... 저작권을 침해할수 있는 관계로 밝힐수 없다.-_-; 가단하게 요약하면 멍청이가 될테고, 다 쓰면 분량이 너무 많아진다. 전화기와 자동차 열쇠를 차압당하고, 명상이 바로 시작된다. -_-; 깨닳음 얻으려고 10년씩 산속에서 날고기 씹으면서 버티는 사람들이 수두룩한 판에 4박5일만에 얻으려면 그정도는 해야하는거다. 총 50명정도가 촛불이 켜진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가부좌를 틀고 않았는데 그중 30명정도는 2번이상 참가자, 처음 온사람들 중 14명은 100일학교라는 대안학교에서 온 문제아들, 나머지는 나 같이 아무렇지 않게 살아갈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묵언은 기본, 아침10시와 오후 5시에 밥을 먹고, 취침시간은 따로 없다. 어두컴컴한 방안에 들어앉아 있으니 몇시인지도 모르겠고, 자다 깨다를 반복할 뿐이다. 도대체 며칠이나 지난거냐? 시간 워프해서 8일째, 토요일. 하나둘 깨닳음을 얻은 사람들이 나오고, 예상했던 대로 나의 명상에는 전혀 진척이 없는 가운데 초조해진다. 내 휴가...ㅜ.ㅡ 깨닳음으로 가는 계단은 총 3개. 견성, 합일, 반본이 그것인데. 견성은 수재자에게 거짓으로 인증받고 ㅡ.ㅡ; 좀더 있다가 자운아저씨한테 합일 인증받으러 갔다가 뺀찌 먹었다. 아마도 자신의 말을 100% 신용하지 않는데서 눈치를 챈것 같다. 아저씨, 내가 공부를 멈추긴 했지만 그래도 양자물리 책 한번은 읽었어. '일체유심조'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라고 하면 안되지. 성서를 문자 그대로 믿는 놈들이랑 다를게 없자나. 젠장. 그냥 믿는다고 대답하고 반본 명상법을 배워서 오는건데. 나는 왜 괜히 뜨거워 져서는...쩝...당신 눈이 풀려있었다구. 뺀찌를 먹고 나니, 전혀 할 마음이 안난다. 이미 갖혀있는 느낌인거다. 지리산 등산이라도 하겠다고, 새벽녘에 하산의사를 밝혔다. 근데 역시, 말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라 쫌만 더 해보라는데 대놓고 가겠다고 할수가 없어서 더 해보겠노라 했다. 그래놓고...짐을 풀어놓는 방에 처박혀서 계속 누워 있었는데 이게 할짓이 못된다. 내 휴가..ㅠㅠ 최악의 추석에 이어, 최악의 휴가네. 9일째, 일요일. 나포함 2-3명 빼고는 다 2단계, 합일은 했고 아예 못하고 가는 애는 나랑 100일학교에서 온 애 중에 1명 밖에 없단다.ㅎㅎ 100일학교라는 대안학교에서 온 애들 표정으로 봐서는 믿지 않을 도리가 없다. 손에 칼 들려주면 앞에 있는 사람 그냥 그어 버릴것 같은 얼굴로 들어왔던 애들인데 마지막날 아침 10시에 밥먹고 마당에서 뛰노는 표정이, 어떻게 그렇게 해맑냐. 프리허그 해준다고 이 사람 저 사람 안아주고 다니는 애가 근처로 오는 기미가 보였을때는 슬그머니 피해야만 했다. 옛날에...우중충한 잠바 걸치고 쇼윈도 안에 전시된 언니들 보고 섰던 기억이 되살아 난다. 태양이 모두의 머리위에서 똑같이 햇빛을 비추고 있지만 내가 섰는 자리는 춥고, 어둡고, 배가 고픈거다. 끌끌... 나는 태양이 비치고 있지만 여전히 그늘인 거기에 서서 가슴속 깊이 결심했건데 무슨짓을 해서라도 65kg까지 몸무게를 불릴것이며, 또 그림을 열심히 그리겠다고. 그러면 저 애들이 조금 덜 부러울 지도 모르는거다. 해어지기 섭섭하다고 노래자랑을 한단다. 노래 자랑 전에는 서로 안아주는 시간도 있었다. 젠장. 그런거하면 한바퀴 다 돌면서 안아주기 시간이 영원히 계속되게 만드는 사람이 꼭 있다. 젠장할 년놈들. 포항으로 돌아오는 차안에선 노래자랑에서 유난히 키가 크고 예뻣던 애가 부른 '꽃피는 봄이 오면'이 내내 머리속에 맴돈다. 선본 애는 또 1주일이나 연락을 뚝 끊었으니 이제 먹통이겠네? 제기랄, 또 하나 뒷맛이 쓴 기억이 늘고, 좋은 사람도 또 한사람 놓치고. 시간과 돈까지 들여가며. 내가 하는일이.. 주가는 또 폭락에 폭락이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ㅅㅂ 머 휴가가 이러냐고. 하지만 그랬다고... 추억이지..안주꺼리는 되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