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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benedikt (알렉스)
날 짜 (Date): 2007년 7월  5일 목요일 오후 07시 09분 57초
제 목(Title): 러시아.



러시아와 한국의 프리젠테이션 봤어?
충격적인 문화의 차이가 있더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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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보드에서 윗 글을 보고 떠오른 생각이 있어 정리해본다.

소련이 막 붕괴되었을 때, 지휘자 금난새가 TV에 나와서 한 이야기가 있다. 
우리가 조금 잘 살게 되서, 맥도날드 앞에서 줄서는 러시아 사람들을 
무시하지만, 그네들과 우리의 문화적 저변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거기 사람들은 맥도날드는 못 먹어도 음악회는 간다고.

요즘 피아니스트 스비아토슬라프 리흐테르에 대한 책을 읽고 있는데, 러시아의 
문화에 감탄하게 되는 구절이 많다.

말년에 리흐테르는 협주곡 연주를 별로 안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자신의 기질상 계획하고 연주하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데, 서구의 오케스트라는 
몇년전의 스케줄까지 계획해야 연주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하는 이야기가 러시아에서는 자기가 연주를 하고 싶으면, 낮 2시건, 
밤 10시건 연주회 당일 공연 공고를 리사이틀 홀 앞에 붙인다는 것이다.
그러면, 다른 홍보 없이도 홀은 항상 가득 찼다고 한다.

한번은 자동차로 일본까지 연주여행을 가는데, 시베리아를 횡단해 가면서
도중에 경유하는 마을의 교회나 회관에서 연주회를 열었다.
 
이런식으로 차를 몰고 가다 연주회를 열고, 다시 차를 몰고 가다 연주회를 
여는 식으로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톡까지 연주회를 열었고, 일본에서 연주를
마치고 나서 모스크바로 돌아갈 때도 마찬가지로 해서, 그의 일본 연주여행은 
총 4개월간 100회 정도의 리사이틀을 마친 후에야 끝이 났다.

자본주의가 정착한 지금의 러시아에서는 어떨지 모르겠다. 하지만, 시골 
촌로까지 음악을 이해하고 즐기는 저 문화의 깊이는 자본주의 속에서도 쉽게 
사그러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한 
것은 국민소득 3만불이 아닌 저런 러시아의 문화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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