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Diary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hammer (메멘토모리)
날 짜 (Date): 2007년 6월 26일 화요일 오후 02시 12분 52초
제 목(Title): 무제.


1.
짙은 핏빛 보라색 메니큐어를 바른지 이틀만에
깨끗이 지워내고 있다.
이제 무색 메니큐어를 바르면 된다.

2.
늦은밤 귀가길,
아파트 단지 앞에 삶이 허탈한듯 작은 몸뚱이가 웅크리고 주저앉아 있다.
눈에 익은 듯 하다.
만취해 있는 것 같아 무서움이 약간 감돌지만
눈에 익은 듯한 모습에 다시 가본다.
댁으로 모셔다 드리기엔 힘이 역부족이다.
핸드폰에 유일하게 저장되어 있는 팀의 한 분께 전화를 건다.
댁으로 모시고 가는 모습을 보고 집으로 향한다.
단지 앞 식당에서 한 분의 정년퇴임 환송식이 있었다고 한다.

3.
아침 출근을 해보니 작은 몸뚱이의 방 불은 꺼져 있다.
아무리 만취해도 제시간 보다 일찍 출근하는 그였는데,
어젯밤은 역시 힘들었나보다.

4.
팀의 한 분이 내 방에 들어오신다.
작은 몸뚱이의 장인상이라고 한다.
어젯밤 작은 몸뚱이를 본 그 시간에
그의 장인은 몰아쉬던 숨을 들이마신채 세상의 미련을 버렸다.

5.
문상은 언제 출발할지 모르겠다.
핏빛 보라색 메니큐어는 나중에 지워도 되겠지만
갑작스런 출발로 차 안에서 지우고 싶지는 않다.
이제 무색 메니큐어를 바르고 마르기만 기다리면 된다.


@ 질긴 인연이다.



"진정한 사랑은 모든 열정이 타고 없어졌을 때 그때 남은 감정이다. "

                               - 영화 '코렐리의 만돌린' 중에서       
                                                      04/12/03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