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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arucard (거적때기)
날 짜 (Date): 2006년 12월 21일 목요일 오전 09시 24분 53초
제 목(Title): 엄마.


'내년에도 저 옷 입을 수 있을까?'
어이가 없었다기 보다는 힘이 빠진다고 해야 할까
그래서 한마디 쏴줬다.
'별소릴 다하네. 이상한 소리 하지 말아요.'
그랬더니 피식 웃어버렸다.



엄마는 키가 컸다.
173정도?
중학교 2학년정도까진 내가 더 작았던 것 같다.
그래서 진짜 많이도 맞았다. 푸하하
공부 안한다고 맞아 학원 땡땡이 쳤다고 맞아.
손도 진짜 매웠다 ㅋㅋ
아 졸라 아팠어.

엄마는 날카롭게 이쁘게 생겼다.
한번 보면 사람들이 잘 까먹지 않을 정도로 날카롭게.
하는 말도 앙칼지고 딱딱 부러지게 말한다.
참 피곤하다.
내가 옳아도 절대로 이기지 못한다. -_-;
대학교때 사진을 보니깐 한 인물 했드라
나중에 선생질할때는 화장을 해서 좀 더 이쁘드라.

엄마는 차가운 사람이다.
뭘 잘했을때도 칭찬한마디 없었다.
대신 기대치에 떨어졌다 하면 존나 깨졌다.
위로한마디 없이.
중2때까진 나보다 컸었다니깐.
그래서 내가 지금도 다른 사람한테 위로같은걸 잘 하지 못한다.
그런걸 들으면서 크지 못했기 때문에.



후우
며칠전에 동생의 문자를 받고 
집에 갔었다.
ㅎㅎㅎ
뭐라해야 할지

폐암 말기시다.
3학년 5월쯤 그 얘길 듣고 정말 현실이 아닌것처럼 느꼈으니깐.
벌써 2년반쯤 되었나.
그때 암이 너무 진행되어서 수술조차 할 수도 없다는 얘길 듣고
한동안은 믿지도 않았고
믿을 수도 없었다.
그 앙칼지고 대차던 엄마가.

이젠 암이 머리까지 전이되었단다.
얼마전 11월 말쯤부터는 스스로 거동조차 못하신다.
일어서 걸어다니지도 못하고
스스로 앉아있을 수도 없다.
한쪽으로 풀썩 쓰러진다.
화장실?
빌어먹을 스스로 돌아눕지도 못하는 사람이 
혼자서 무슨수로 화장실엘 가.
시간감각도 없어지고
가끔 말도 횡설수설.
무슨 말을 장황하게 하시다가 퍼뜩 정신이 드셨는지
어떻게 수습을 하시는걸 보면서
이걸 웃어야 하나...
그 딱부러지던 사람이...



방사선 치료를 해서 머리카락이 듬성듬성
수술을 해서 내장 일부를 들어내고
살은 빠져서 피골이 상접하다.
거울을 가끔 보고 많이 울었나보다.
그것도 옛날 얘기지 
그런지 2년이 지났는데 인제 와서 무슨.
인젠 무덤덤한 것 같다.



왜 그런얘기 있지?
어떤 사람이 마을을 지나가는데
한 집을 보니까
늙은 할머니가 아들 발을 씻겨주고 있고
아들은 편히 앉아있드라고.
그래서 혼을 냈더니
아들이 울면서 한 말. 기억나지?
가실 날도 얼마 남지 않으신 분인데
모친이 하고싶어 하시는걸 정말 뜯어 말리는것도
못할짓이라서 그냥 하고 싶은대로 하시게 내비두었다는.

이해가 가드라.

동생 문자를 받고 집에갔다가
다음날 아침 수업이 있어서 학교에 와야했다.
일어나서 샤워하고 옷 입고 준비를 부시럭부시럭 하고 있으니까
와서 자기좀 일으켜달랜다.
밥을 차려주겠단다....
나보고 시키느니 자기가 하는게 빠르겠단다....
...
이 양반이 진짜...
혼자 서있지도 못하면서 무슨 아침을 차려주겠다고...
씨발.
눈물이 왈칵 났다.
거기서 징징 울면 엄마 울까봐
머리아픈 사람 울면 아플까봐
꾸역꾸역 아침을 차려먹고 나오는데
어찌나 눈물이 나던지.



어제 아침에 또 수술을 하셨다.
아침 8시에 들어가셔서 오후 3시에 끝.
이젠 수술하고 깨어나시는게 참 용하다.
정신은 좀 돌아오셨으려나.



......
...
...그 때 한마디 쏴주지 말껄 그랬다.
그래도 피식 웃어주셨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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