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acduck (熙月,月影) 날 짜 (Date): 2005년 11월 9일 수요일 오전 10시 07분 31초 제 목(Title): 船 절에 가면 당간지주라 불리는 기둥이 있다. 대개 도량에 서 있는 두 개의 기둥은 도대체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아버지께 여쭈어보니 그것은 돛대란다. 절은 苦海를 항해하는 般若船이기에 돛대를 세운다고 했다. 산에 걸린 배는 돛대를 땅에 밖고 괘불을 건다. 아름답고 영롱한 색채의 탱화에는 대자대비한 관세음보살과 신음하는 중생들이 함께 있다. 세상의 아름다움이란 이렇게 다르구나. 사이먼 앤 가펑클의 노래 중에 ‘험한 세상 다리가 되어’ (Like A Bridge Over Troubled Water) 란 노래가 있다. 사이먼 앤 가펑클은 세상을 험한 물이라 보았는데 사람이 죽어서 거쳐가는 곳도 황천강이다. 사이먼앤 가펑클은 험한 물 위를 건널 수 있는 다리가 되어준다고 했는데 나는 배를 생각했다. 다리는 지나가면 그만이지만 배는 일평생 苦海를 함께 흘러가니 인생의 辛酸을 함께 할 수 있어 더 애착이 간다. 일전에 바다에 나갔을 때 커다란 배를 타고 갔었다. 그 배에는 작은 배들이 딸렸다. 혹시나 위험에 처할 까봐 작은 배들은 무기와 구명조끼를 싣고 큰배와 속력을 맞추어 달리고 있었다. 큰 배가 빨리 가면 작은배도 빨리 가고 큰배가 느즈막히 가면 작은배도 느즈막히 달렸다. 그렇게 함께 달리면서 하늘에 돌고래풍선도 띄우고 날아오르는 새치도 잡았다. 항해 중에 어찌 기쁘고 즐거운 일만 있으랴. 때로 파도가 거세어 배가 흔들리기도 하고 갑판으로 물이 들어오기도 한다. 넓고 넓은 바다에서 홀로 있지 않고 함께 가는 배가 있어 외롭지 않았다. 나는 누구에게 그러한 般若船이 될까? 오늘 아침 커피를 마시면서 문득 든 생각이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에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