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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sagang ( Rolleian)
날 짜 (Date): 2005년 8월 12일 금요일 오후 01시 53분 39초
제 목(Title): 금연보다 쉬운 게 없더라


담배값을 또 올린단다.

담배값이 본격적으로 인상되기 전에 담배를 끊은 나로선 현재 담배값이 

얼마인지, 앞으로 또 500원씩 올리게 되면 그 값이 얼마가 되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그래도 그건 안다. 담배값이 지금도 졸라 비싸다는 것.

아직 담배를 끊지 못해 피우는 사람들은, 담배값을 또 그렇게 마구 

올린다는데도 계속 담배를 피우고 싶은지, 참 궁금하다.

나라면, 담배 소비자를 봉으로 아는 정부의 작태에 기분이 나빠서라도 끊고 

말겠으니 말이다.



담배 끊어보니 그거 그다지 어렵지도 않더라.

아니, 매우 쉬웠다.

골초가 아니었지 않냐고?

그래 그리 심한 골초가 아니었을런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도 20년 넘게 피웠고, 거북선으로부터 시나브로에 이르기 까지 독한 

편에 속하는 맛이 짙은 담배만을 즐겼고, 때론 필터까지 태울 정도로 항상 

꽁초가 거의 남지 않도록 알뜰하게 피우는 애연가였다.

국민학교때에 몇 번 두 개비에 5원 하던 신탄진을 사서 피우다 끊은(?) 이후로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처음 피우기 시작했는데, 그때 첫 모금을 폐부 깊숙히 

들이마셨는데도 콜록거리기는 커녕 내뱉는 담배 연기와 함께 답답하던 속이 확

풀리는 걸 느꼈을 정도로 담배가 체질에도 잘 맞았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담배 끊는 거 그거 별 거 아니더라.



항간에 그런 말이 있다. 담배 끊은 놈에겐 딸도 안 준다는.

그만큼 독해서 그런다나?

그런데 그거 순 엉터리더라.

난 독한 것관 완전히 거리가 먼 놈이고, 독해서 담배를 끊을 수 있었던 게 

아니라 그저 게을러서 끊을 수 있었을 뿐이니까.



2003년 11월이었다.

정말 독했던 독감이 기승을 부릴 때였는데, 그놈이 나에게도 왔었다.

보름 넘게 앓으면서도 매일 하루에도 몇 번씩 바깥에 나가 찬바람을 맞으며 

담배를 피웠는데, 그러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

"아니, 이렇게 더럽게 맛도 없을 걸 내가 왜 피우고 있지??"

(평소엔 그렇게 맛있던 담배도 아플 때엔 맛이 그야말로 더러워지는 법이다.)

"몸이 아프니 담배 사러 나가는 것도 괴로운데 이참에 그냥 확 끊어버려?"

그래서 남아 있던 몇 개피 다 피우고 나서는 담배 사러 가기 귀찮기도 해서 

며칠을 그냥 참았다.

며칠 후 감기가 떨어지고 나서는 며칠간 안 피운 게 아까와서 이참에 확실히 

끊어보자 싶어 참았고.

금연 그까이꺼 뭐 그냥 대~충 담배 생각이 날 때마다 몇 주 참은 게 아까워 

참고, 몇 달 참은 게 아까워 또 참고 하다 보니 언제부턴가는 담배 생각도 별로 

안 나고 저절로 금연이 되더만 뭐 그까이꺼.

6개월쯤 됐을 땐가 꿈에서 담배를 피운 적이 있는데, 꿈에서도 "아 시파, 

담배를 끊었는데 내가 어쩌다 이걸 다시 피우게 됐지?" 하며 담배를 피우고 

있는 자신을 질책하고 후회하고 그러다가 잠에서 깼다.



2004년 말에 한 해를 보내면서 든 생각은 "올 한 해 동안 내가 한 일 중, 잘한 

거라곤 담배를 끊은 것 밖에 없군" 하는 거였다.

아직 간혹 술자리에선 담배가 땡기기도 하지만 그리 참기 힘들 정도는 아니고, 

또 술 마실 때 말고는 남의 담배 연기가 싫을 때가 더 많다.

(담배를 필 때에도 남의 담배연기가 싫은 건 마찬가지였지만 아무튼.)

아직도 그런 생각엔 변함이 없다.

최근 몇년간 내가 한 일 중에 최고로 잘 한 일은 담배를 끊은 거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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