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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acduck (熙月,月影)
날 짜 (Date): 2005년 8월 11일 목요일 오후 11시 43분 50초
제 목(Title): 길상사, 에피소드 Ⅰ.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백석, ‘나와 나타샤와 당나귀’ 

子夜女士가 죽었다. 
능소화가 흐드러진 길상사의 구석진 곳에
조그마한 묘비가 있고 여기 백석의 연인 자야의 묘가 있음을 
나는 그녀가 죽은지 2년이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가람같지 않게 아기자기한 길상사에는 작은 집들이 여러 채 있다.
그방에서 지금은 벽안납자들께서 면벽수행하고 계실 테지만 
예전엔 그곳이 요정이어서 아리따운 아가씨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던 곳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길상사의 산책코스는 정문을 지나 오른편 다원에 
가서 차를 한잔 마시고 지장전을 한참동안 바라보다가 조그마한 
계곡을 따라 시계방향으로 절내를 도는 것이다. 사이사이 작은 다리도
나오고 다람쥐도 나오고 해우소도 나오는데 길가 사이사이에 피어있는
작은 꽃들을 보다보면 30분이 훌쩍 지나간다. 그리고 나서 요사채가는
길 벽면에는 한아름 능소화가 그렇게 요염하게 피어있을 수가 없다. 
젊은 시절 백석을 뜨겁게 사랑했던 자야여사의 열정일까? 
한평생 젊은연인으로 남았을 백석은 행복할까? 
서점에서 ‘길상사’의 유래를 알아냈다. 
백석이 젊어서 일본에 유학갔을 때 묵었던 곳이 길상사였다고. 
자야여사는 삼년동안 백석에게서 시와 같은 이야기를 들었던 것일까? 
그녀가 회고하는 백석은 ‘퇴근무렵이면 군밤을 가슴에 넣어오는’ 
남자로 기억된다. 그래서 그녀는 ‘子夜五歌’의 자야처럼 평생 
백석을 사랑한 것일까?   



 
 밤이 들면서 골짜기에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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