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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zilch (_)
날 짜 (Date): 2005년 7월 25일 월요일 오전 01시 06분 38초
제 목(Title): 2005.7.24.


흐리고 서늘함.

창 밖을 내다 보니 트람이라는 노면전차가 열심히 다니고 있다.
마침 내 방이 모퉁이 방이라 사거리 광경이 잘 보인다.
이 두 칸짜리 전동 노면전차는 신호등 따라서 움직인다. 신호등이 
빨간불이면  멈춰 선다. 그 뒤에 따라 온 다른 트람은 그 뒤에 
자동차처럼 줄을 선다. 그것을 보고 있으니까 아기자기한게 꼭 
철도 모형같다.

폴란드에 M*** 미팅에 참가하기 위해 오늘 도착했다.
미팅의 이름과 다르게 나는 expert가 아니라 초보자다.
비싼 돈 들여 보냈으니 잘 듣고 유력한 사람들도 많이 알아
오라고 하는데.. 
오기 전날까지 다른 일 하느라고 정신이 없었기 때문에, 솔직히
내일부터 어떤 내용을 들어야 할 지도 잘 모르겠다.

컨퍼런스 센터 안에 예전에 쓰던 것 같은 트람 철길이 있다.
전기줄이 없으니 이제는 더 이상 쓰지 않는 길일 게다.
나는 이렇게 더 이상 쓰이지 않는 철길에 대해 이상할 정도로
애착을 가지고 있다. 할 수만 있다면 "전국 버려진 철길
동호회" 같은 걸 만들고 싶은 심정이다.

버려진 철길은 멋지다. 그 한적함이 멋지고, 언젠가 저 길
너머에서 불쑥 기차가 나타날 것 같은 기대감이 멋지다.
그리고 그 철길이 살아 있을 때에 그리 지나 다니던
사람들의 생활과 웃음 소리가 새겨져 있는 것 같아서
향수도 불러일으킨다. 

철길을 두어장 찍었는데 그렇게 멋진 그림은 나오지 않았다. 
버려진 철길은 항구 근처의 것이 구불구불해서 더 멋있다.

회장에 등록하고 일주일간 쓸 수 있는 트람 정기권과
가방을 받았다. 그리고 트람 두 구간에 해당하는 길을
오면서, 참 재미있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낡은 건물들이 어딘지 잊혀졌던 추억을 자극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여기도 아기자기하고 좋네."
라고 혼잣말을 하는 순간, 그 말이 무색하게 길가
계단에 마치 파이널 파이트의 양아치처럼 앉아 있던
삼인조가 나를 보고 "헬로" "알로" 하면서 말을 걸려
한다. 무서워서 못 들은 척 했다. 어쩌면 영어 붐에
따라 배운 영어를 동양인에게 써먹어 보고 싶은 것 뿐일
수도 있지만, 역시 무서웠다. 내일부터는 꼭 트람을
타고 다녀야겠다..

길을 건너려는데 배 좀 나오고 사람좋게 생긴 외국인
(하긴 나도 여기서는 외국인이군..)이 말을 걸어 온다.
그가 위험하다며 가리킨 곳에는 270도가 아니라 360도를
돌려 봐도 완벽한 폭주족 다섯이 굉음을 내며 달려가고
있다. 그 아저씨는 스페인에서 왔는데 한 ad-hoc 미팅의
좌장을 맡았다고 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내 영어가
짧아서 내가 쌩초보라는 것은 잘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 어쨌든 대인공포증에 심하게 걸려있는 내게
말을 먼저 걸어줘서 무척 고마왔다.

자신에게 기대치를 조금만 낮추면 의외로 괜찮은 수확을
얻어갈 지도 모르겠다. 지금 이 엉망인 노트북으로는
벼락치기 공부도 힘들 것 같고..

이따가 돼지나 먹으러 가야겠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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