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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parsec ( 먼 소 류 )
날 짜 (Date): 2004년 11월 25일 목요일 오후 04시 35분 20초
제 목(Title): 나 죽어야 돼요?


어제 집에 가는 길에 오뎅이랑 튀김을 조금 사가려고 건널목 앞에 서 있는데
웬 여자가 다가오더니 "나 죽어야 돼요?" 그러는 거다.

"죽긴 왜 죽어요?"

"장애인이라서요."

여기까지 들었을 때 그 여자를 다시 보니 약간 곱사등인 듯 싶기도 하고 뭔가
신체적 혹은 정신적인 장애가 있으는 것처럼 보였는데 말투나 눈빛을 보니 마치
그여자가 자살이라도 하려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고, 내가 대답을 잘못하면 그
책임을 나한테 덮어씌우려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얼른 정치적인 답변을
해줬다.

"그렇다고 죽으면 되나요? 살아야지?"

"어떻게요?"

여기서 신호등이 파란 불로 바뀌었고 난 더이상 그여자의 뜬금없는 선문답같은
질문을 상대하고 싶지도 않고 왠지 신종 구걸 수법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더
이상 상대하고 싶지 않아서 

"알아서 잘 살아야죠"

하곤 길을 건넜고 그 여자는 굳이 따라오지 않았다.

그 여자는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었는지도 모르고, 혹은 신종 구걸 형태인지도
모르지만 왠지 기분이 찝찝했다. 장애인도 아니고 그럭저럭 쾌적하고 안락하게
살아갈 수단이 있는 나로선 그냥 구걸수단으로 치부하고 무시해 버리기엔 우리
사회가 불행을 타고난 사람들에게는 얼마나 살기 힘든 사회인지 실감은 못했어도
짐작하지 못할 바는 아니기 때문에.

변명을 하자면 나도 경제적으로 안정된 집에서 자라지는 못했으니 그 여자에게
"난 뭐 누가 잘 사는 방법을 알려줘서 살고 있는 줄 아나? 나름대로 그냥 알아서
사는 거지"라고 쏘아붙여줄 수도 있었지만 그 정도 말을 할 만큼 긴 대화를 
하고 싶지도 않았고 어쨌거나 전세라도 살고 있고 가족도 있고 월급도 꼬박꼬박
주는 직장도 있으니 지금은 그렇게 징징징 모드로 나가고 싶지도 않았다.
그 여자는 그냥 한 두푼 구걸을 하려는 것이었고 그냥 푼돈을 쥐어주고 곱게
보낼 수도 있었지만 인생의 해답을 송두리째 나한테서 얻어내려는 듯한 말투에
짜증도 났고 난 그런 식의 밑도끝도 없는 질문에는 길거리에서 전도하는 개신교나
"도에 관심있어요"하는 애들이 생각나서 무지 짜증이 나고 만다.
그냥 자기 목적을 솔직하게 말하고 껌을 팔거나 구걸을 한다면 묵묵히 잔돈을 
내줄 수도 있건만. 이런 얘기를 적는 것도 마치 내가 무슨 변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아서 짜증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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