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jaejae (올리브쥬스) 날 짜 (Date): 2004년 7월 16일 금요일 오전 03시 09분 18초 제 목(Title): 그냥 일기 전날 회사 동생이 회사를 그만두겠다고 해서 같이 이야기 하다가 이번주까지 꼭 끝내야 할 일을 못해서 새벽 세시까지 일을 하고 아침에 눈을 떠보니 8시 30분. 큰일났다. 오늘은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사법연수원생 120명을 대상으로 리더쉽교육을 해주기로 한 날이었는데. 같이 그 교육을 진행하는 동료중에 하나가 '제제, 넌 지금 뭐가 중요한건지 모르고 있어. 교육을 어떻게 해야 잘 할까를 고민할께 아니라 , 어떻게 하면 괜찮은 싱글 사법연수원생을 낚아볼까를 고민해야지. 내일은 전날 맛사지 하고, 화장 정성스려 하고, 너무 똑똑한척 할 필요도 없어. 살짝은 어리숙한듯 해보이는 여자가 매력적으로 보이기도 하니까 말이야. 잘 준비하고와. 시집가야지~' 웃으며 농담으로 받아들였지만, 나도 어쩔수 없는지 내심 '혹시나' 하는 생각에 깨끗한 흰색 투피스 정장에 새로산 선이 날씬한 구두에 만반의 코디를 준비해 놓고 잠이들었는데, 너무 피곤해서 늦잠을 자고 만 것이다. 일어나보니 비는 억수같이 내리고 있고. 화장은 무슨 화장. 머리감고 털털 털어내어 눈섭만 그리고, 이런날 흰색 정장입고 갔다가 비라도 쫄딱 맞으면 끝장이라는 생각에 칙칙하고 사무적으로 보이는 까만색 정장으로 입고 택시를 잡아타고 전경련 회관으로 향했다. 게다가 저번에 대학생들 대상으로 교육을 갔을때 뒷풀이 시간에 안경을 벗은 내 모습을 보고 한 대학생이 '누나 담부턴 절대 안경쓰지 마세요. 못알아봤어요.' 라는 충고를 받아들여 렌즈를 착용할 시간도 없어 평소의 그 안경을 쓰고. 'ㅋㅋㅋ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괜히 잘 보이려 할 필요도 없고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겠군.' 라고 속으로 되내이며.. 전경련 회관에서 사장님 키노 스피치로 행사는 시작이 되고. 법조계 쪽과는 워낙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나로서는 미래의 법조인이 될 사람들의 이미지가 티비 드라마에서 나오는 굉장히 샤프하고 세련되 보이는 프로페셔널의 모습일거라 상상해왔는데, 실제로 만나보니 너무나 소탈하고 평범한 모습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특히나 가상 케이스를 가지고 우리조 (12명) 를 두팀으로 나누어 Nagotiation activity 를 진행할때는, 양쪽팀이 서로의 이익을 위해 대치하고 있는 가운데서 , 경제적인 이익보다는 사람의 안전을 더 중요시 해야 한다는 한분의 말씀에 다른 분들이 공감을 하는걸 보면서 그들의 humanity 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수 있어서 내심 다행이다 싶은 생각도 들기도 하고. 이 사람들도 나와 별반 다를바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에 처음에 긴장했던 마음이 많이 누그러지고 재미있게 이날의 액티비티를 마칠수 있었다. 마친후에 회사 동료들끼리 모여 오늘의 행사에 대한 피드백을 서로 주고 받는데 어제의 그 남자동료가 '제제, 너무 불쌍해. 늦잠 자서 화장도 못해. 이쁘게 차려입고 오지도 못해. 게다가 조 사람들은 다 유부남 유부녀야.' 라고 소기의 목적(내가 세워둔건 아니지만, 어쨋든 그 남자는 내가 그런 목적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 을 달성하지 못해 어쩌냐고. 얘기하자 모여있던 사람들이 또 한바탕 웃었다. 그리고나서 우리는 자리를 옮겨 우리끼리 뒷풀이를 하러 갔다. 좀전의 소탈한 외향의 사법연수원생들을 보고 있다가 회사 남자 동료들을 보게되니 , 왜 이리 새삼스럽게 보이는지. 알마디 수트에, 명품 엑세서리. 좋은 차. 골프. 여자. 돈. 평소엔 이런 동료를 사이에 있는 나를 나름 즐기고 있었던 것 같은데. 오늘은 갑자기 막 짜증이 나고. 그들의 대화에서 컽으로만 맴돌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과연 내가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인가 하는 의문에 머리가 자꾸만 지끈거려왔다. (왕 횡설수설이다. 그래도 괘찮겠지. 여긴 일기장이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