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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arche (기마 토끼)
날 짜 (Date): 1995년08월19일(토) 05시07분31초 KDT
제 목(Title): 배고파아 


950818

음.. 정신이 없다. 늦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이렇게 늦잠을 잘 때는 항상

수십 개의 꿈이 릴레이를 하면서 괴롭힌다. 배고프다. 

일어나기 직전에 꾼 꿈은 어제 한 톡하고 포스팅하고 마구 섞이고 왜곡..은 

별로 되지 않은 개꿈이었다. 첨엔 어디더라 확실히 모르겠지만 필라델피아나

뉴욕이나 그 부근으로 온 가족이 놀러갔던 것같은데. 그 담에 시내로 

빠져 나가 동생이랑 같이 돌아 다니다가... 쇼핑 센터로 들어 갔다. 

음.. 근데 이 때부터 

주위가 한국적인 분위기로 바뀌더니 옛날에 교회를 같이 다녔던 몇 명의 

친구들을 만났다. 근데 구체적으로 누구인지는 아무도 밝혀 지지 않고,

그냥, 오랜만에 만난 반가움, 근원을 알 수 없는 어색함, 소외감 등등만이

작용하고 있었다. 뭔가 이야기를 나누면서 함께 밖으로 나가는데...

순간 우리는 쇼핑센터가 아닌 성당으로 부터 빠져 나가고 있는 것이었다.

순간 누가 널 부른다 해서 돌아 보니 내 동생이 성당 문고리를 잡고 날 

부르고 있지 않은가. 친구들하고 작별을 고하고 난 동생한테 달려갔다.

근데 동생은 동생이 아니었다. 동생하고 아주 닮은 멕시코 아이였다.

음.. 위의 스테어님의 글을 참고로 할 때 파블로나 또 그 누구더라 막 

사고만 치던 불쌍한 애 있었는데, 그런 느낌이었지만. 

그냥 닮았다고 전제가 되어 있었다. 그 뒤에 동생이 서 있었고,

우리는 그 때 아주 어린 아이들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순수한 개꿈은 아닌 것같지만 지금같아선 해석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 

흑~ 이게 다 천사들의 합창건으로 망신당한 덕분이다.

그래도 마리아만 빼고는 괜찮았는데, 왜 그 이름으로 셋이나 떠올랐을까.

그 직전에 옛날 (교회) 친구 두 명을 혼동하는 실수를 한 뒤라

더욱 슬펐다. 

음.. 배가 고프다. 

난 왜 이 모양인지 모르겠다. 어제도 그렇지. 잠이 오면 잠을 자야지 

왜 안 자고 계속 써대는거야.

지금은.. 배가 고프면 밥을 먹어야지. 오만상을 찡그려가며 

열심히 타이핑을 하고 있다.

혈액형 얘기가 나오길래 또 열심히 진상파악을 했는데, 

이번엔 한국이 새벽인 시간이라 한 시간 까지는 걸리지 않았다, 크크.

근데 왜 A형에 대한 언급은 없는 걸까. 

맞아, 그건 누구나 당연히 아주 좋~~~은 인간성으로 인식하고 있기 땜에

언급할 필요가 없어서일거야. 

그러니까, 나도 이야기하지 말아야지, 히히.

근데, A, B, O, AB로 성격이 나뉘면 세상에 네 가지 성격밖에 없네?

진짜 그렇다면 4지선다의 귀재인 이 기마 토끼가 

인재를 못 고를 이유가 없지 않은가.

세상은 근데 복잡하다. 너무 복잡해서 이해를 하려는 엄두를 못 내겠어.


   어떠한 기회에 부딪혀도 그는 긍정을 했던 것이다.

   우정에도, 사랑에도, 무리한 요구에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이 

   항상 일종의 실험으로서

   또한 몇 번이고 거듭될 수 있는 것으로서였다. 


음.. 이거.. daisy님 글에 인용되었던 것인데, 

난 그다지 극단적인 사상이나 공상에 찬 계획에 몰두한 기억은 없지만,

내 나름대로 실험을 꽤 했었다고 생각한다. 

삼십세가 점점 가까와 온다는 거... 더욱 궁극적으로는 죽음이 가까와 

온다는 거... 정말 두렵지 않았었는데. 

두렵다? 글쎄 두려움보다는...

점점 소설을 읽는 것, 쓰는 것과 소설을 사는 것의 차이점이 자꾸 

실감이 되는 것이다.

경제학을 공부할 때에는... 헤헤, 우리 동료들은 모두 타과 사람들한테

경영학과 학생으로 오인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 했다. 

우리는 그런 세속적인 돈욕심에서 발로된 학문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다,

생각했다.

그 중에서도 두 가지 조류가 있었으니,

한 쪽은 경세제민이라, 경제학의 목적은 인간의 이기심의 본원을 탐구하고

세상을, 백성을, 민초들을 어떻게 하면 잘 살게 하고 바른 방향으로 

인도할까 하고 고민하는 인간들이었고, 

또 한 쪽은 경제학 역시 실증적인 과학으로서 경제학자의 자세는 

물리학자의 그것과 다름 없이 인간의 본성과, 사회 구조의 실체,

경제라는 패러다임 안에서의 오묘한 역학 관계를 발견하는데에서

희열을 느껴야 한다는 인간들이었다.

살다 보니 나는 인간이었다.

인간이 인간을 제도하거나 관찰하느니, 신이 아닌 바에야 

삶을 그대로 살아나가고 싸워 나가는 것이 또한 도리가 아니겠느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관찰하고, 이론을 세우고, 그 다음에 한탄만 하면 

뭔 소용이 있을까. 차라리 경영대를 가서 player가 되자.

감독이나 신문기자가 되기보다는 선수가 되자,  하고 생각해 본 적도 있다.

하지만 이런 생각들 조차 뿌리 깊은 양분 논리에서 비롯된 

것임을 느꼈을 때, 나는 내 자신에 대해 실망할 수 밖에 없었다.

여기에 전제가 하나 있었다.

  세상은 한 번 사는 것이다.

이걸 가지고 큰 발견이나 한 양 들뜨기도 했었지만,

결국은... 그 전제에서 도대체 어떤 결론을 도출할 수가 있느냔 말이다.

고등학교 때 아주 입이 거친 수학 선생님이 계셨는데,  

단 하나 욕이 섞이지 않은 말씀으로 내가 기억하는 것은,

"세상에 중용처럼 소중한 것이 없는 것이여..."  이것이다.

물론 논어 맹자 대학 중용의 중용이야 내가 한 구절도 읽어 본 바가 없지만,

정말 살면서  가운데 중자에 대해서 너무나 많이 생각하게 된다.

여기에  시점이 있고 저기에 종점이 있어 가운데를 찾아 오똑하니 서고 보면,

세상은 선이 아니었고 나는 사각형의 한 변에 서 있었다.

다시 말해 나는 극단이었다.

다시 숨차게 대각선 두개를 긋고 그 중점에 힘차게 발을 딛고 보면,

다시 세상은 2차원이 아니었다. 나는 직육면체의 한 면, 곧 극단에 

서 있었던 것이다.

나의 한계를 깨달은 직후에는 나는 아주 작아진다.

우주에 대해 생각하기 이전에 나에 대해서 우선 생각하고 싶어진다.

작아진다. 아주 작게... 내가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작게 만들고 싶다.

나는 시점없이 방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길을 잃지 않으려면 나의 출발점을 확실히 해 둘 필요가 있었다.

우선 나를 확실히 규정해 놓고 그 다음 나의 우주를 규정할 필요가 있었다.

..

어.. 이거 내가 왜 이런 얘기까지 들어 왔더라.

흑, 난 역시 안 돼. 내가 내 얘기의 흐름을 파악할 수조차 없다니..

아마 배가 고파서일꺼야... 음, 다시 배고픈게 실감나는군.

..

그래, 맞다. 그놈의 출발점이라는게.

가장 작게 만든다는게, 맘대로 되지가 않는 거였다.

그래서 이 대목에만 오면 내가 막히는 것이다.

infinite이랑 infinitecimal은 결국 그게 그거니까.

옛날에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를 그냥 심심해서 사서 읽다가

몇 챕터 못넘어가고 그냥 덮었다.

거기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내 수준에 한 가지밖에 없었다.

이름도 까먹었다. 세로축은 시간으로 놓고 가로축은 거리로 놓은

그래프였는데, 원점에는 내가 서 있었다.

원점에서 위로 올라가면서 좌우로 선이 뻗어 올라간다.

아래로도 그렇다. 음, 그러니까, 깔대기모양, y = +-ax 의 모양이다.

내가 원점에서 빛을 쏘아 보낸다면 시간이 y축 + 방향으로 

진행될 때 그 빛은 그 깔대기의 표면까지만큼 전달되는 것이고,

y축 - 방향은 과거의 어떤 거리에서 빛을 쏘았으면 지금 나에게 

전달될까를 나타내고 있다.

음, 이것도 이젠 자신이 없어지는데, 순전히 내 해석이다. 흑~

결국 나에게 있어서 우주라는 것은 그 깔대기안에 있는 것들일 수 밖에 

없다.

그 밖의 어떤 것도 나에게 아무런 영향을 줄 수도 없고,

내가 아무런 영향을 줄 수 없는 것들, 결국 존재하지 않는 것들일뿐.

존재하지 않는 이상 '것'이라고 부르기도 뭐하군.

음, 그렇게 생각하면 내 바로 앞에 있는 모니터도 바로

몇 피코초(?)전의 모니터일 수 밖에 없는 것...

음, 너무 관념론적으로 되어간다. 위험하다.

나의 출발점은 그런 것이 될 수가 없다. 관념의 한계, 이성의 한계에 대한

인식에서 문제가 출발했기 땜에... 안 돼. 뭔가 모르겠지만 순환 논리에 

빠져 있다. 난 논리적 인간이 아니다. 내 주제를 알자.

삶은 그냥 사는 거다. 내가 지금 딴 생각한다고 사는 걸 잠깐 멈춘게 아니다.

난 그냥 살고 있다. 

이왕 사는 거 사랑하며 살자. 왜? 피차 괴롭고 외로운 인간들이니까.

근데 지금 내가 뭐하는 거야. 그냥 살려면 그냥 살면 되지.

내가 언제는 안 살았었나? 왜 내가 이런 생각 골치아프게 해야 되지?

..

진리란 건 감춰져 있는 거야. 피조물인 인간은 자신의 dictionary에서 벗어날

수 없어. 자, 단어가 20만개가 있다고 해 봐. 낱말 뜻의 정의는 결국은

순환적이 될 수 밖에 없어. 결국은 그 20만개중에서 정의할 말들을 뽑아야 

하니까. 궁극적으로 정의될 수 없는 말들이 나오게 되어 있는 거야.

..

그래서 나는 또 교회에 나갔었다. 하지만 그건 그저 포기함이었어, 

어떤 영감도 계시도 아니었어 하는 목소리가 자꾸 나를 괴롭혔다. 

음... 사단의 목소리인가? 

그래, 난 약한 존재다, 무식한 존재다. 난 포기했다. 난 신이 될 생각 없다.

아니, 될 수 없다. 

근데 말이야, 내가 신이 되는 걸 포기했다고 꼭 기독교로 가란 법 있어?

그렇게 갔다 말았다를 수십번, 글쎄 백 번 넘었을지도 모르겠네, 

반복하면서 왜 그리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지. 

아직은 거기에 뭔가 있을 것 같은가봐. 근데 만질 수가 없어.

..

나는 또 이렇게 생각하기도 했다. 무엇을 알고 모르고가 어떻게 선악을 

지배할 수가 있는 거지? 선이란, 또는 악이란, 그저 인간의 의지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빨갱이라고, 혹은 자본가돼지라고, 

그게 악의 증명 인감이 되어야 하나?

경실련 사무총장(?)이 한 번 학교에서 강의(?)한다길래 갔었다. 

그사람 한 말 중에 한 마디가 또 인상깊었다.

음, 나는 어디서나 한마디씩만 주워담는게 취미인가 보다.

"모든 선한 의지를 모아" 

그러니까 출신성분 직업에 관계없이 선한 의지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선한 일을 해 보자는 것이겠지.

그렇다, 조금이라도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위해줄 수 있는 마음들이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한 것이 아닐까...

음.. 근데, 그러면 선하고 악은 본성이야?

인간은 선천적으로 선하고 악해?

또는 운명이야?

인간은 doomed at birth to heaven or hell? 

..

에구, 배가 고파서 더 이상 못쓰겠다. 

그렇다, 인간 사회 발전의 원동력은 바로 배고픔이야, 키키...

옛날에 임원택 선생님이 자신이 유물론으로 돌아서게 된 직접적 계기가

학도병으로 끌려갔을 때 부대 안에서 인간들이 쓰레기통 뒤지며 연명하는 

것을 보았을 때라고 하셨는데.

음, 그렇다. 내가 지금 배가 고파서 쓰러져 죽으면 나의 모든 관념은

그냥 사라지는 거니까.

그렇다고 유물론쪽으로 돌아설 생각은 없다.   

배부른 돼지는 인간이 아닐 터이니까.

그래도 만져지는 것은 중요하다.

음.. 키즈에서 놀 생각 말고 주위에 만져 지는 사람을 만져 가며 

사랑하며... 음, 이게 우선인 거다.. 하하..

자신의 우주를 넓혀가는 것... 

가장 작은 데서 시작해서 넓혀 가는것...

얼마나 넓어 지는가는 개인의 역량에 달려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진실로 중요한 것, 그것은 절대 불변일 수 없다.

다만 출발점을 제대로 잡고, 호흡을 단전에 모으고, 

자기 중심을 잡아 나가는 것이다. 언제나 자신이 흐트러질 때는

만져 지지 않는 것에 호흡을 빼앗기기 때문이다.

음, 근데 이거 내가 뭔 소리를 하는 거야?

음, 그러니까 내가 나를 위로하는 건가?  헤헤...

세상에 너무 늦은 때라고는 물론 없지. 지금의 나의 현실에 집중할 수 있다면,

나에게 할당된 우주에 충실할 수 있다면, 순간을 영원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면.

..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건 그래도 이것 하나,

난 지금 배고파 죽겠다는 것.


................And here things could be counted, each one....................
He knew the number of brass teeth in the left half of the open zipper of the
salt-crusted leather jacket that Linda Lee wore as she trudged along the
sunset beach, swinging a stick of driftwood in her hand (two hundred and two).
...................................................................Neuroman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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