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chagal (반지낀기사) 날 짜 (Date): 1995년12월15일(금) 16시12분25초 KST 제 목(Title): [소중한 것을 묻고난 후] 어제 나랑 4학년 마지막 학기를 같이 보냈던 거북이가 죽었다. 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모습이 이상했지만, 그놈을 씻어 줄려고 내 손바닥에 얹졌을 때 아무런 미동조차 보이지 않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장난치던 놈이 그렇게 힘없이 모든 몸짓을 멈추다니. 하얀 눈꺼플 아래로 처량하게 보이는 눈동자. 축 쳐져 있는 애닯은 목아지. 더 이상 바둥거리지 않는 네 개의 발들. 밤새 거북이 꿈을 꿨다. 여전히 처참하게 죽어가는 거북이들을 봤다. 내 발에 밟힌 거북이들, 무심코 닫아버린 문틈에 끼여 죽어가는 거북이들. 뭔가를 먹다가 게워내고선 꼬꾸러지는 거북이들. 내 거북이처럼 물 위를 둥둥 떠다니는 의미없는 주검같은 거북이들. 애써 잠들어버린 후, 그들은 내 꿈을 그렇게 어둡게 꾸며버렸다. 어지럽다. 우리 사는 세상이 그렇게 어지럽다. 원하지는 않는 일들로 꾸며지는 모든 것이 서럽다. 내가 희망스러워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 하나 아프지 않는 세상으로 가고 싶다. 실존의 상처같은 것도 없는 '벽'앞에 그냥 마냥 나를 세워두고 싶다. 살아가는 것에, 살아 있는 것에, 죽어가는 것에, 죽어 가고 있는 것에 더 이상 정을 주고 싶어지지 않는다. 내가 가는 길 위에 정 따위 흩뿌리지 않고 , 곁눈질 하지 않고 단 아름다운 벽 같은 세상에 대한 막연한 동경만 가지고 묵묵히 걸어가고 싶다. 살아있는 듯이 바둥거리는 모습이 아름다웠는데, 그걸 통해서 난 막연히 사는 일에 정을 주고 싶었는데.... 어디서 부터 잘못된 것일까. 살아있는 것을 소유하려는 일부터 꼬인 것을까. 한적한 산에 올라 거북이를 묻었다. 그놈이 평소에 잘 먹던 과자 부스러기를 같이 넣었다. 개미들이 와서 분해해주리라. 자연이 그를 데려가리라. 바다가 멀어 수장하지 못해 미안하지만. 추운 겨울이라 이미 떨어진 낙엽을 이불처럼 덮어주고 산길을 혼자 내려 왔다. 슬픈 것에도 지치는 일이 있다고 하던데, 난 지쳤나 보다. 그저 담담할 뿐이다. 나를 떠나고자 하는 것들 앞에 무의미한 내가 그로테스크하다. 결국, 세상이 그로테스크하다는 걸 이겨내지 못하는 것일까? 도와주세요. 내 삶이 '벽'이 되지 않게. ******************************************************************************* * 제 왼손 검지에는 반지가 있답니다. 흔한 반지지만 싸지 않은 맘이 같이 숨쉬고 * * 있답니다. 잠에서 깨어 반지를 어루만지다 보면 언젠가 반지 속에서 곤히 자고 * * 있는 요정이 나와서 제 꿈을 이루어 줄 걸 믿어요.<The knight who wears a ring>*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