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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center (Aloft)
날 짜 (Date): 1995년12월05일(화) 23시33분37초 KST
제 목(Title): 



낮밤이 바뀐 대학원생이 사은회에 참석했습니다. 
영문모르고 가슴에 그저 순진한 기대만을 안은채 이 황량한 땅에 
발을 디디고 섰던 것이 그리 멀지 않은 겨울이었는데 벌써 졸업논문
준비에 밤을 새우고 있다니 세월의 무심함이 야속하지만 더 원망
스러운 것은 내 자신이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세상이 만만치 않다는 좌절에 주눅이 들고 냉소만 늘어가는
이 참담한 세월의 끝이 과연 그동안의 억지 인내와 참담을 보상해 줄지
모호한 것 ... 어디를 둘러 보아도 예전의 희망은 사라져 버리고 
치욕과 고난을 바라보고 감내하는 것이 태어난 이유처럼 느껴지는 
그런 당혹을 왜 미리 미리 알아채고 약빠르게 대처하지 못했을까...

하지만 천성을 부인하지 못하기에 다른길에 서서 인생을 걸어가더라도
이쪽길로 곁눈질을 그치지 못한채 후회를 했을 거라는 생각도 합니다.

사은회는 공식적인 행사가 그렇듯 밍숭했고 더구나 참석한 당사자의 
마음이 변변치 못했기에 자꾸 우울하기만 했습니다. 감사의 자리를 
마련한다고 돈을 달라기에 주최측에 돈을 내긴 했지만 진심이 없는 
형식적인 자리에 애정을 담기가 힘들었습니다.

사은회를 마치고 서둘러 학교로 돌아오는 길목에 차가운 바람과 
더불어 눈이 내리고 있었지요. 해가 갈수록 내리는 눈에 서러운 느낌만
가슴에 들어차는 것이 .... 힘든 삶에 원망만 늘어가는 것 같습니다.
눈이 내리고 찬바람에 목을 움츠리고 누군가 따뜻한 차를 마시며 
지난 시간의 허전함과 인생의 씁쓸함을 달래보고 싶은데 잠시만 고개를
흔들어 대책없는 낭만을 떨쳐내면 머릿속엔 '해야할 일'들이 파라락
들어차더군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은데....
그럼 그렇게 살지 않으면 되잖아...
하지만 하고 싶은대로 하고 살순 없더군요. 잠시의 객기야 용서 받을 수 
있더라도 욕망만 앞세웠다가 감당하기 힘든 나락으로 자꾸만 빠져드는
자신에 대해 실망해본 사람이 있다면.....

할 수 있는 만큼만 하려합니다. 스스로 대견히 여기거나 자부 할순 없지만
적어도 무서워 도중에 견디지 못하고 지레 포기할 순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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