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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enDiary ] in KIDS
글 쓴 이(By): jeannie (NeTI, NETi�€)
날 짜 (Date): 1995년10월25일(수) 14시55분15초 KST
제 목(Title): 불타는 거리.



아현동 정육점 거리를 우연히 지난다. 빨간 불빛에 먹음직스런(!) 아가씨들의
불타는 입술과 몸. 누가 보기에도 학생같아 보이는 차림의 여자를 붙잡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제 곧 나를 삼킬 지하도 입구가 보인다.

지하철 안은 정육점의 침침한 벌건 불빛과는 달리 하얗게 환한 불빛으로 넘친다.
앞에 서있는 남자의 번드르르한 빨간 잠바에 아까 보았던 정육점의 붉은 빛이 
겹친다. 온통 까맣고 하얀 세상에 제 색깔을 내는 것은 빨간색 뿐. 앞에 앉은
중고생의 빨간 루즈. 그 옆에는 6.25 특집 반공만화 '동물농장'에 나올 법한
나폴레옹(보나파르트였던가?)이 앉아있다. 

옆에서는 역겨운 냄새를 풍기는 꿀꿀이 아저씨가 미끌어질듯이 벌건 구두를 신고
앉아있다. 한껏 있는 배를 자랑하며 허리를 제치고 잠들어있는 그에게서는
정육점 뒤 창고에서 썩어갈 상한 고기냄새가 난다. 

빨간 루즈의 그 여자는 문을 열고 나간다. 나폴레옹도 열린 문으로 내린다.
그리고 서있던 빨간 잠바마저 가고난 자리를 메꾸는 파란색 남방과 바지들.
어두움에 시커멓게 물든 강을 건너며 상한 고깃덩어리는 뒤로 멀어진다.

계단을 내려와 문을 나서야 하루가 지났다는 것을 느낀다. 안도의 한숨과
함께 아직도 푸줏간 문간에 앉아서 지나는 고깃덩어리들과 흥정할 그네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그네들의 하얀 얼굴 뒤에는 어떤 색깔이 숨어 있을까?












하나님의 명칭들이 신적인 본질을 표현할 수 없다. 우리가 하나님에게 부여하는 
이름들도 하나님이 아닌 것을 말하는 한에서만 하나님의 명칭이 된다. 하나님의 
본질은 우리가 하나님에 관하여 인식하고 말로서 부를 수 있는 모든 명칭 위에 
머물러 있다.              " 이 짐승아, 그게 무슨 잠꼬대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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