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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guest ( guest)
날 짜 (Date): 1995년10월15일(일) 02시45분39초 KST
제 목(Title): 아 이 꿀꿀함을..



 어떻게 풀거나.

 이런 날은 연구실에 달린 창이 없었으면 좋겠다. 이 창의 크기는 가로 이미터

 세로 일미터정도, 둘만 사용하는 연구실의 한짝벽이 거의 창이라고 해도 맞는

 말이지. 내 연구실을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 창밖으로 보이는 풍광에 감탄하곤
 
 하는데, 벌써 사년째 사용하다보니 별로군. 허기사 맨하탄의 고층아파트에 사는

 사람들도 그 멋드러진 야경이 일년정도면 싫증이 나기 시작한다는데.

 날씨는 음침하고 간혹 비는 뿌리고, 창밖으로 가득 메운 커다란 미류나무들은

 애닯은 이별이라도 하는 마냥 마구 손을 흔들어 대고 있다.

 제기랄 이런 날 하필 브람스를 들을게 뭐람. 

 그의 우수와 고독과 울음을 이해할 수 있겠다.

 고등학교때 독어선생이 브람스 와 베토벤 예찬자였는데, 하루는 한시간 내내 

 브람스를 찬미하는 것이었다. 그때 사랑에 제대로 돌진도 못하고 혼자서 끙끙댄

 그것도 친구 부인한테 흑심을 두었던 바보같은 새끼라고 했다가 얻어터질뻔 

 했었는데.

 이제는 그의 헛헛한 음악이 절절히 닿아왔다니 참.

 할것은 많은데 날씨와 브람스가 날 여기에 끌고와서 끄적거리게 만들고 있구먼.



 "누군가 안아줄 사람이 필요하지 않아요?" 

 하루끼의 소설에 나오는 대사의 일부분이다. 소녀의 이 질문을 받고 주인공은

 잘 여자는 많다고 대답하지만, 소녀는 다시 "안아주고 또 안고싶은 사람이 필요

 않는가?"하고 되묻는다.
 
 이렇게 꿀꿀함을 느낀다고 해도 그것을 섹스로 풀어본다는 것은 공허함만을 더

 해줄뿐이라는 것을 하루끼는 말하고 있다. 

 모니터앞에서 주절거리고 아무나 불러내어서 입가는대로 지껄이고 비디오샵에서 

 가서 닥치는대로 몇개의 영화를 골라내어 집에서 혼자 낄낄거리곤 혹은 혼자 

 감동하고.

 이러기도 지쳤나보다 이제는.

 뭘하지 아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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