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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쓴 이(By): ZET (제토벤)
날 짜 (Date): 1993년04월26일(월) 14시59분02초 KST
제 목(Title): 반복의 묘미 - 라벨의 볼레로


음.. 쓰려고 생각했었는데 허재훈님이 앞북을 치셨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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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벨의 발레 음악 볼레로는 아주 특이한 곡이다.  오직 똑같은 주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변주 없이 반복되며 마지막 소절에만 변주가 있을 뿐이다.

악상도 처음부터 끝까지 크레센도이다.  볼레로는 원래 스페인(maybe...)의

토속 무용이라고 한다.  라벨은 이 곡에서 볼레로 원래의 리듬보다 몇 배 느리게

사용하고 있는데(드뷔시의 바다 중 2악장과 비교해보시압!)  다음과 같은

장면을 묘사했다고 한다.

    시골의 술집 한구석에서 한 무희가 스텝을 연습하고 있다.  손님들은
    처음엔 아무도 그 무희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나 춤이 점점 격렬해지면서
    하나 둘씩 스텝을 맞추기 시작한다.  춤이 더욱 무르익어 모든 손님들이
    열정적으로 춤을 춘다.

  이 곡의 매력은 역시 매번 반복에서의 악기의 변화에 의한 변주이다.

악기가 바뀔 때마다 새로우면서도 한층 고조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 곡의 분위기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글쎄... 나는 '몽롱하다'라는

표현밖에 생각이 안난다.  옛날에 MBC 베스트셀러 극장에서 이 곡이 나오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시골의 어느 별장에서 젊은 남녀가 로맨스를 나누는

장면이었는데 여자가 '남녀가 단둘이 있을때 하는 일이 뭔지 아세요?'라고

하면서 볼레로 판을 걸어 놓고 남자의 품에 안기며 화면에서 사라지고 

촛점이 빙글빙글 돌아가는 판에 맞추어진다.  이런 분위기에 딱 맞는 곡이라고

생각했다.  점점 흥분되는 곡의 성격상(음.. 말하고 보니까 좀 야하네.. :))..

  이 곡의 감상에 있어서 또한가지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은 크레센도에 있다.

맨 처음에 판을 올려 놓고 듣기 적당한 정도로 볼륨을 조절해놓고 끝까지

그 볼륨으로 들을 수 있을까 실험해보는 것도 상당히 재미있다.  아랫집에서

시끄럽다고 쳐들어오지 않을까 걱정되는 상황이라면 스릴도 있구...

  이 곡은 연주가 매우 까다롭다고 한다.  그래서 어지간한 오케스트라가

아니면 좋은 효과를 내기가 어렵고, 특히 오케스트라마다 분위기가 다르게

나타난다.  나는 옛날에 바렌보임-파리 내한 공연때 이 곡을 처음 들었는데

그 때의 감동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그리고 미안한 말이지만 국내 오케스트라는

이 곡의 연주가 무리라고 생각한다.  판으로는 전설적인 명연주로 꼽히는

앙세르메-스위스 로망드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연주를 들으면

다른 연주를 듣기가 싫어진다.  그리고 이 판에는 앞의 글에서 언급한

'마법사의 제자'도 들어있으니 금상첨화다.

  그럼 한가한 저녁에 커튼을 치고 어두움 속에서 따끈한 커피와 함께

이 곡의 '몽롱한' 분위기를 즐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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