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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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ic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1995년06월15일(목) 04시38분33초 KDT
제 목(Title): 오페라 '팔리아치' (3) - 마지막이에요 



잔뜩 긴장을 고조시키는 짤막한 간주곡이 끝나면 2막이 시작됩니다. 

1막의 처음과 똑같은 유쾌한 분위기. 극장으로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언제 시작해요?"

"빨리 해요"

"앞으로 와서 앉으세요..."

대만원입니다. 토니오가 나와서 앞으로, 앞으로! (Avanti, avanti!)를 외칩니다.

"어유, 더워..."

"왜 시작 안 해요?"

"밀지 말아요!"

떠들썩한 장면의 묘사가 일품이죠. 객석에는 실비오가 앉아 있다가 돈을 걷는 

네다와 은밀한 대화를 주고받습니다.

"들키지 않게 조심해... 오늘 밤에... 알지?"

참 태평한 녀석이죠. 그러고도 안 들켰을 거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자아... 연극이 시작됩니다. 무대 위에 꾸며진 또 하나의 무대 위에서.

콜롬비나(네다)는 남편을 기다립니다. 드디어 남자 목소리가 들리고 콜롬비나는 

반색을 하며 그를 맞습니다. 그럼 그렇지, 남편 팔리아치오(카니오)가 아니라

알렉키노(페페)였군요. 두 사람은 사랑의 노래를 부릅니다. 흔히 듣는 것이 아니라 

아주 경쾌하고 절묘한, staire가 이 오페라에서 제일 좋아하는 멜로디지요.

톡톡 끊어지는 귀여운 8분음표, 그 아래를 흐르는 비올라의 우아한 반주...

관현악법의 대가 레온카발로가 아니면 쓸 수 없는 이 노래는 그러나 안타깝게도 

매우 짧아서 발췌곡 음반에는 대개 빠져 있지요. :(

솔직이, 사랑의 노래라기엔 좀 치사스러운 내용입니다. 남편에게 약을 먹여 재워 

놓고서 멀리 달아나자는...


우리의 고자질맨 토니오, 아니 극중에서는 타데오가 뛰어들어오면서 분위기는 

깨집니다. 객석에선 웃음이 떠나질 않지만요. 팔리아치오(카니오)가 칼을 들고 

달려오고 있다나요. 알렉키노는 창문으로 달아나고 콜롬비나는 알렉키노에게 

외칩니다. "오늘 저녁... 당신을 영원히 사랑해요!"

팔리아치오는 흠칫 몸서리를 칩니다. 

"제기랄, 똑같은 말을 하네!"

낮에 달아나던 실비오의 등에 대고 하던 말과 똑같잖아요? 아마 대사 연습을 너무 

많이 해서 이 말이 네다의 입에 붙었나보죠.


"저놈 누구야?"

"무슨 소리, 취했군요..."

"마셨지. 그래, 마셨어!"

"빨리도 오셨네요."

"빨라서 놀랐어?"

연극이 실제 상황과 묘하게 맞물려들면서 카니오는 서서히 이성을 잃어갑니다. 

객석에선 웃음이 터집니다. 

"죽일놈들, 닥쳐!"

카니오는 객석을 향해 눈을 부라리지만 관객들은 여전히 익살극을 보고 있지요.

웃음소리는 더 높아집니다. 

"죽여버리겠어!"

대사가 이게 아니었는데... 네다는 웃으면서 연극으로 카니오를 이끌어들이려고 

애씁니다. 그러나 이미 늦었지요. 카니오는 비통하게 마지막 노래를 부릅니다. 

"난 팔리아치오가 아니야. 창백한 얼굴은 부끄러움과 복수심으로 불타오르고 

쓰라린 가슴... 

피를 봐야 겠어. 당신을 저주하오!

난 광대가 아니야. 내가 어리석었소. 당신은 갈 곳도 없는 고아였지. 

내 마음은 항상 당신을 따라다니며 당신을 사랑했소. 내가 미쳤지.."

연극은 이미 물 건너간 지 오래지만 카니오의 뜨거운 눈물이 관객을 사로잡습니다. 

"정말 잘하는군. 눈물이 다 나는데..."

"훌륭한 연기야!"

카니오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말을 잇습니다. 폭풍같은 노래. 토니오의 프롤로그

처럼 연극은 거짓이 아니고 인생 또한 진실만은 아닌 모양이죠. 연극과 현실이

뒤섞인 카니오의 마지막 무대는 아마 다시 볼 수 없는 명연기였을 것입니다. 

순수한 사랑과 증오가 뒤얽혀 빚어내는 가장 진솔한 모습이 그대로 담겨 나오는 

연기였으니까요.

"난 항상 그대를 위해 내 마음을 불태웠소. 슬픈 사랑이군.

내 모든 것을 버리고 오직 순결로 당신을 사랑하며 잊은 일이 없었지. 

하지만 당신은 더러운 계집! 못 믿을 여자였어!

죽여버릴 테다!!"

끓어오르는 카니오. 그러나 네다는 싸늘합니다. 

"보기 싫다면 당장 내쫓아버리세요. 뭐..."

"하하... 그놈과 달아나려고?"

네다는 연극으로 되돌아오기 위해 안간힘을 씁니다.

"아, 무서워요. 당신의 모습...

날 믿어 주세요. 오해하지 말아요..."

객석에선 웃음소리가 나지만 카니오의 일갈이 다시 온 무대를 뒤덮어버립니다.

"나를 놀리는군! 누구야? 죽여버리겠어. 누구냐니까!"

찢는 듯한 네다의 비명. 보다 못한 실비오가 일어섭니다. 페페는 카니오를 말리려 

하지만 토니오가 제지합니다. 복수극이 서서히 대단원으로 달리고 있는데 여기서 

말리면 안되죠. 

네다는 마침내 당당하게 선언을 합니다.

"내 사랑은 강해요. 아무리 위협해도 말 못 해!"

"말해!"

"못 해요!"

실비오가 마침내 칼을 빼들고 무대로 뛰쳐들지만 이미 카니오의 칼은 네다를 

찌릅니다. 이제서야 객석은 연극에서 튕겨져 나갑니다. 

"죽기 전에 말해! 누구야!"

"살려줘요. 실비오!!"

"아하... 이놈인가?"

카니오는 무대로 올라오는 실비오마저 찔러 쓰러뜨립니다. 


단 한 번의 디미누엔도도 없이 폭풍처럼 몰아치던 음악이 갑자기 사위어듭니다. 

그리고 칼을 떨어뜨리며 내뱉는 카니오의 마지막 대사.

"La commedia e finita!" (희극은 끝났소!)

망연한 관객들 앞에 쓰러진 두 남녀와 무대 한 구석에서 공포에 질려 있는 페페,

악마처럼 웃고 있는 토니오, 그리고 이제 막 생애 마지막의, 그러나 최고의

공연을 끝낸 위대한 희극 배우 카니오... 음악은 다시 포르티시모로 급격히 

휘몰아가며 막이 내립니다.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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