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Music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1995년06월15일(목) 01시54분19초 KDT 제 목(Title): 브람스 현악 6중주의 3rd Violin (?) ( 분위기 잡아보려고 지금 브람스 6중주 틀어놨어요. 근데 하도 한심한 얘기라 영 분위기가 안 뜨는군요. :P ) ( 브람스 6중주는 아시다시피 바이올린 둘, 비올라 둘, 첼로 둘입니다. 도대체 써드 바이올린이 뭐냐... 궁금하신 분만 계속 읽으세요. :) ) staire가 공대 2학년이던 1990년(제가 어릴 때 얘깁니다) 가을, 예기치 않은 전화를 받았다. '예과인의 밤'인가 하는 행사를 위해 의대 오케스트라 예과생들이 브람스 6중주 2악장을 하겠다는 거다. "그거 쉽지 않을걸... 듣기는 단순해도..." "알아요, 형. 근데 연습 좀 도와주실 수 있어요? 모월 모일 모시에 음대 연습실..." "알았어. 나가보지 뭐..." "악기 가지고 오세요." "악기???" "비올라 first가 그날 못 오거든요." "임마, 난 바이올린이야! 여태 그것도 헷갈리냐?" "히히... 알죠... 하지만 비올라 해보셨잖아요." "해봤지. 하지만 난 지금 비올라도 없는걸..." "괜찮아요. 그냥 바이올린 들고 나오세요." 이렇게 해서 staire는 바이올린을 들고 음대 연습실을 찾았다. 브람스 6중주에서 first 비올라의 임무는 막중하다. 2악장 첫 주제, 약간은 통속적으로 들리는 그게 바로 비올라거든. 그런데 비올라 대신 바이올린을 들고 앉아 있자니 모르는 사람이 보면 영락없는 써드 바이올린인 셈이다. 비올라 대신 바이올린을 들고 앉았지만 즐거움이 반감되는 건 아니다. 첫 주제는 비올라의 G선에서 시작된다. 바이올린에도 G선은 있으니까... (현악기를 아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현마다 음색이 다르지요. 바이올린의 경우 D선, 즉 두번째로 낮은 선의 울림이 가장 부드럽습니다. 비올라의 경우 제일 낮은 C선은 소리가 좀 흐트러지기 쉬워서 C선에 멜로디를 주는 일은 드물어요. C선은 말하자면 '반주용' 선인 셈이지요. staire가 별 무리 없이 비올라 역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입니다.) 가온음자리표가 눈에 잘 안 들어오긴 하지만 비올라를 만져본 경험이 없는 것도 아니니까 크게 어렵진 않다. 비올라의 첫 주제... 2악장의 얼굴인 셈이다. 자칫하면 유행가가 되기 쉬운... 바이올린이 곧 2옥타브 위에서 주제를 반복한다. 다시 비올라. 꽤나 높이 올라가지만 기를 쓰고 G선 위에서 처리해야 한다. 음색 때문에... 그걸 다시 바이올린이 받아 연주하고 나면 첼로가 연주하는 제 1 변주로 이어진다. 끙끙대면서 G선에서의 하이 포지션을 간신히 해내고 있는(G선의 하이 포지션은 어렵다기보다는 팔이 아프다...) 중에도 다른 파트 아이들의 소리에 일일이 신경을 써 가며 연습... 반주 부분에 나오는 아르페지오는 곤혹스럽다. 간간이 C선에서만 낼 수 있는 음이 섞여 나오기 때문에. :( 어쨌든 연습은 만족스럽게 끝났고 staire는 바이올린 주자로서는 좀처럼 맛보기 힘든 경험을 한 셈이라 흐뭇하게 집으로 돌아갔다. 드디어 예과인의 밤. staire는 '예과인'은 아니지만 자신이 연습시킨 팀의 연주를 듣기 위해 구석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뜻밖에도 그날 연습을 빠졌던 first 비올라는 음대 여학생이었던 거다. '이건 안 돼... 다 무너지고 말거야...' 그러나 어쩌겠는가. 연주는 시작되었다. 예상대로 그 씩씩한 음대생의 화려한 비올라 소리는 고만고만한 반주 속에서 튀기 시작했고 앙상블이고 뭐고 없는 기기절묘한 소리가 울려나오기 시작했다. 당황한 애들은 음정이고 박자고 다 잊어버린 채 헤매고... 객석은 객석대로 괴롭다. 친구들이 애써 연주하는 앞에서 웃을 수도 없고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무대를 노려본다. 안타깝게도 2악장은 무척 길었다. 그 긴 것을 도돌이까지 해 가며 이상한 소리를 내는 애들의 표정도 마치 화장실 앞에서 안절부절하는 사람의 그것을 닮아가고 있었고... 어쨌든 2악장 끝 부분이 잔잔하게 사위어가고 객석에선 연주가 끝난 것을 기뻐하는 것임에 틀림없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staire의 앞 자리에 앉았던 학생 하나가 옆을 돌아보며 말했다. "원래 이런 곡이었니?" 대답도 걸작이다. "흠... 역시 브람스는 너무 난해해..." 오늘의 교훈 ; 1. 실내악은 실력이 비슷해야 앙상블이 된다. 2. 느리다고 다 쉬운 곡이 아니다. 3. 웬만하면 브람스는 함부로 손댈 게 못 된다. :P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