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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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ic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1995년03월29일(수) 18시01분37초 KST
제 목(Title): 작곡에 '법칙'은 있는가... 



범죄자는 창조적인 예술가지만 탐정은 비평가에 불과하다.

                              - G. K. 체스터튼, '푸른 십자가'



작곡에는 법칙이 없습니다. 저는 한 번도 '법칙'을 주장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다음과 같은 반문이 나오겠지요.

'그럼 당신은 무엇을 기준으로 베토벤 9번의 테크닉을 평가하는가?'

제가 베토벤 9번을 기교적인 면에서는 '졸작'이라고 감히 평가하는 것은 그것이 

어떤 절대 불변의 법칙으로부터 일탈했기 때문이 아닙니다. 베토벤 이후 서양 

음악의 흐름을 놓고 볼 때 베토벤 9번에서 시도된 기교들은 결국 청중과 비평가와 

후배 작곡가들에게 버림받았기 때문입니다. 

브람스도, 바그너도, 브루크너도 베토벤 9번이 그려내는 웅대한 세계를 충실하게 

계승했지만 제가 위의 글에서 지적한 실수를 되풀이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베토벤 자신도 그런 실수를 다른 곡에서 반복하지 않았지요. 

베토벤 자신이 터를 닦은 관현악법이란 거대하고 정교한 구조는 엄존합니다. 그리고 

그 구조의 방향을 지시하는 것은 듣는 이의 '귀'입니다. 어떠한 현학적이거나 

사변적인 원리 원칙도 존재하지 않습니다만 역사와 대중은 마치 어떠한 원리가 

존재하기라도 하듯이 기교적으로 잘 짜여진 음악과 그렇지 못한 음악을 가려냅니다.

그리고 그 흐름은 그들의 시대에 반영되어 새로운 음악의 창작을 시도하는 후배들에

의해 창조적으로 수용되고 성숙 발전하는 것이죠. 

가끔 파격을 주장하고 나서는 젊은 작곡가가 파란을 일으킵니다만 청중은 곧 그의

음악을 '제도권' 안으로 수용하고 내면화합니다. 제도권 안으로 들어온 파격은 

더 이상 파격이 아닙니다. (마치 다다이즘이 제도권으로 들어온 이후로는 오히려 

매너리즘의 색채를 띠게 된 것과 같습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서양 음악의 

세계는 그 영역을 넓혀 왔지요. (오늘날 바하에서 베베른까지를 폭넓게 즐길 줄 

아는 청중이 한둘이 아닌 것은 그러한 음악 자체의 생명력 때문이겠지요.) 

이렇게 형성되어 가는 원리를 '법칙'이라고 부르기로 한다면 법칙은 존재한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아닐까요?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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