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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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ic ] in KIDS
글 쓴 이(By): staire (강 민 형)
날 짜 (Date): 1995년03월29일(수) 17시32분00초 KST
제 목(Title): [R] foobar님께 




그런 반응은 충분히 예상했었습니다.  :>


관현악곡의 창작은 감각과 열정만으로 되는 것은 아닙니다. 모짜르트처럼 좀 믿기

어려운 전설 (Don Giovanni 서곡을 하룻밤 사이에 만들었다는 등...)에 둘러싸인

천재를 제외하면 오케스트레이션이란 정밀 기계의 설계에 결코 뒤지지 않는 

정교하고 복잡한 작업입니다. 

특히 베토벤은 그 오케스트레이션의 완성도에 있어서 당대의 어느 작곡가도 따를

수 없는 수준에 올라 있습니다. 하이든이나 모짜르트의 관현악곡은 건반 화성의

단계에서 그대로 현으로 옮겨지고 관악기와 타악기 (사실 이 시대에 타악기 주자는

겨우 독립된 파트로 인식되기 시작한 수준이지만) 를 이용해서 양념을 치는 선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나 베토벤은 오케스트라라는 구조를 그대로 하나의 '거대한

악기'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들과 차원을 달리 합니다.

베토벤의 유명한 말이 있지요. '피아노를 이용해서 관현악곡을 작곡해서는 안 된다.'

개개의 악기와 그 조합 음색, 음량의 균형, 피아노로는 재현할 수 없는 관현악 

특유의 '맛'은 먼저 멜로디나 화성이 잡힌 후에 채색되는 것이 아니라 처음 영감을 

얻는 순간부터 한꺼번에 (en bloc) 설계되는 것이죠.

관현악을 작곡하려는 사람은 따라서 불타는 정열과 번득이는 천재성만으로 작곡에

임해서는 안 됩니다. 예술가인 동시에 건축가나 엔지니어와 같은 정교함과 책임감,

겸허함을 갖추고 순간 순간 자신의 작업에 하자가 없는지 반성하며 작업해야 

하는 것이죠. (스트라빈스키)

물론 음악에 있어서 테크닉은 그 한 요소를 이루는 데에 불과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베토벤 9번에 대한 평가에서 '기교적으로는' 약점이 많다고 한 것입니다. 

베토벤 9번은 분명히 커다란 감동을 주는 음악입니다. 그러나 그 '감동'이 세세한

결함들을 덮어주기는 할 망정 지워버리지는 못합니다.


이런 비유가 적당할지 모르지만... 데상을 게을리 한 화가가 그 약점을 덮을 만한

재능과 정열만으로 멋진 그림을 그려내었을 때 그 그림을 대하는 태도는 다음 두 

가지가 있겠지요.

'정말 멋진 그림이군...'

'그렇지만 이 사람, 데상이 약하군. 이 부분은 좀 이지러지지 않았나?'

'그럼 어때. 난 이 그림이 맘에 드는 걸.'

'훌륭한 그림이란 점은 인정하네. 그러나 어찌 되었건 데상은 아쉬움을 남기는군..'

                        ----------- Prometheus, the daring and endu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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