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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ic ] in KIDS
글 쓴 이(By): HAYANNIE (축복의이슬)
날 짜 (Date): 2003년 11월  3일 월요일 오후 08시 48분 09초
제 목(Title): 부닌 내한 개인적 느낌 몇 자


전반적으로 좀 썰렁한 느낌은, 청중수가 워낙 적었기 때문인지 어째 지울 수

없었지만, 세세한 부분들 제외하면 만족스러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왜 이리도 사람이 적었을까요?

부닌의 손가락 쓰는 방법에 워낙 관심이 많은 터라 합창석 중간열

거의 건반이 적나라하게 내려다보이는 각도에 자리를 일찌감치 예매해서

갔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합창석은 음질의 수준은 감수를 해야 하는 건지...

아래 보시면...


피아노음악을 좋아하긴 하지만 한동안 많이 못들었고, 많이 치지도 못해서

아래 느낌은 심히 왜곡된 주관일 수 있으니.. 그러나 이 또한 하나의 

느낌이므로 끄적여봅니다.


먼저 바하의 프랑스 모음곡. 워낙 모르던 곡이니 지금 3번이라는 것만

기억나고 BWV 넘버는 기억이 안나네요. 맑은 음색과 특유의 자의적

해석이 돋보여, 시대적 전통과 자신의 개성의 균형을 맞추려는

노력이 엿보이는 연주였습니다. 집에서 혼자 몰래 연습한 곡으로

초연이라고 하는군요. 부닌의 바하라면, 89년 내한 때 이탈리아 협주곡을

들은 게 전부인데, 그 때 인상이 하도 강렬해서였는지 그리워지네요. 

이어서 슈베르트의 방랑자 환상곡. 이것도 D 넘버가 기억이 안나네요.

예전에 한 20년전쯤 많이 연습하던 곡인데. 아, op. 15인 건 안 까먹었군요.

제 자리의 위치 때문인지, 몽환적 분위기를 맘껏 내보려고 하는 

의도에서였는지, 뭐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음이, 특히 1악장에서 많이

뭉개지게 들려오는 것은 그리 맘에 들지만은 않았습니다. 템포는

전반적으로 좀 빠르게 잡은 것 같기도 하고요. 곡이 지닌 심각함에

비해서는 가벼운 연주가 아니었나 하면서도, 깊은 뜻이 있는지도 모르지

생각하게 하는 곡이었습니다. 2악장은 편견 때문인지 다소 쇼팽스러운 티가

나기도 했고요. 3, 4악장에서는 연주자의 기교와 들려주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맘껏 표출해냈습니다. 슈베르트-부닌의 작품을 듣는 듯한 인상.

하나 의문은, 부닌이 뭐 특별히 터치가 강하다고 알려지지는 않았더라도

힘이 모자라는 스타일도 아니기 때문에, 1악장에서 ff로 시작하는

소절이 의외로 약하더라도 뒷부분을 부각시키려니까 그러나보다 하고 

지켜보았는데, 끝가지 들어도 그다지 

대비되는 느낌은 없었기에 이해하기 힘든 점이었습니다.


인터미션 때 담부터 피아노 리사이틀은 절대 합창석 앉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을 하면서... 


이어 후반부 첫곡 쇼팽 소나타 3번 op. 58. 기대를 다 충족시켜주진

못했으나 역시 부닌이라는 생각에 슬며시 웃음이 났습니다. 

언제나 부닌의 쇼팽연주가 그렇듯이 피아노가 듣는 이의 몸의 일부가

되기라도 한 것 같은 착각을 부르는 자연스러움, 놀랍죠.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피아노곡 중 최고의 멜로디와 서정성을 담았다고

느끼는 1악장에서는 기대했던 그 서정적인 냄새가 물씬 날 정도는

아니었지만(그리고 처음 부분 반복 안해서 좀 아쉬웠지만), 그렇기에

남은 악장을 어떻게 채울까 기대가 더 커지기도 했습니다.

2악장 중간에 잠깐잠깐 불안했으나 대체로 가볍게 넘어가고,

3악장에서... 아마 이날 연주의 백미가 아닐런지. 

쇼팽 소나타는 2번보다도 3번을, 사실 1악장과 4악장 때문에라도

소나타 말고 다른 곡들도 다 합쳐서 친다 하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제일 듣기 

좋아하는 편이었지만, 3악장은 좀 잠도 오기도 하고 하는 악장이었습니다.

느린데다 소나타의 느린 악장 치고는 길이도 긴편이고 다 이해할

능력이 안되므로. 그런데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도 (연주회 평 나중에

실리면 유심히 봐야겠습니다) 이날 부닌의 3악장

연주는 한음한음 흥미를 자아내면서 어느새 끝까지 이끌고 가는 바람에

다 듣고나서 감탄에 감탄을 거듭하였습니다. 

그런데도 여기서! 미치는 줄 알았습니다. 3악장 이제 끝나가는데, 누군지 

한 사람이 갑자기 띄엄띄엄 아주 큰 소리로 기침을 해댑니다.

3악장이 고요하게, 아주 적막하게 끝나면서, 휘몰아치는 4악장을

준비해야 하는데, 그 고요함을 무참히 짓밟아버리는 기침소리.

얼마나 심했냐면, 연주회장에서 또 날씨가 날씨인만큼 기침을

못참는 사람들이 있는 거야 한두번 겪는 일은 아니지만,

그렇게 크게, 자주, 또 그것도 하필 그런 기침이 아주 거슬리게 들릴만한 

부분의 연주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었으니...

정말이지 제가 이제껏 겪은 최악의 기침소리였습니다. 그 사람으로서야

어쩔 수 없이 그랬는지 모르지만...

하여간 그래서 4악장으로 넘어가고 몇 소절 안지나 기침소리가 거의 멎더군요.

4악장에서는 힘이 다소 부족했지만, 그렇다고 베토벤의 열정 소나타 같은

걸 기대한 건 아니니 쇼팽답게 잘 마무리된 것 같습니다. 

4악장도 평소 느끼는 연주시간보다 짧게 훌쩍 지나가버리고...

이어서 뱃노래. 많이 들어본 곡은 아니지만, 프레이징이 까다롭기로

소문난 곡으로 알고 있어, 자연스럽고도 아기자기하게 잘 풀어간 듯

합니다. 


프로그램 끝나고는 두 곡이 더 연주가 되었는데, 하나는 자유롭게 자기 

스타일로 연주한 곡으로, 쇼팽 거는 분명했고 대부분의 대표적인

쇼팽곡들이야 다 안다고 생각하는 제가 잘 모른다는 점과 스타일을 따져볼 때, 

쇼팽 마주르카 중 하나인 것 같았습니다.

또 하나는 바하의 칸타타에서 '예수는 인류의 기쁨이니(제목 번역이 맞나 

모르겠습니다)'를 피아노로 편곡한 곡, 여기서 멜로디 밑에 받쳐주는

성부를 부각시켜 그 리듬이 귀에 확들어오는게 좀 특이했습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합창석에서 보니 3층 좌석은 거의 앉은 사람을

손가락으로 세보아도 될 정도로 텅 비었고, 부닌이 처음 왔을 때

연주들 듣고는 피아노 다시 배워야 한다고들 하던 열풍이 무색할 정도로

'인기가 없어졌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또 청중들도 다소 이상했습니다.

위에 지적한 문제의 기침 소리 외에도 여기저기서 작은 기침 소리들이

헛기침인지 정말 어쩔 수 없는 건지 모르지만 연주에 집중할만하다 싶으면

어김없이 들려왔고 한번은 휴대폰 소리마저 엄청 울려댔습니다.

정말 객석에 앉아서도 그런 상황이 그리 민망하던데, 연주자가 느끼기엔

어땠을지.


연주는 흡족하게 남았고, 다시 옛 부닌의 음반들을 찾아다니게 된 걸로 보아

(대부분 다시 안찍는다고 하네요. 당시는 CD도 부담스러운 때라 그나마 

테이프라도 확보한 게 다행입니다. 그래도.. 쇼팽 피아노 소나타 3번의

쇼팽 콩쿨 실황은 없더라구요.. 흐.. 빨리 mp3로 변환해놓아야겠어요. 테이프 

늘어지기 전에.)

음.. 단순히 흡족한 정도는 넘은 것 같습니다. 특히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이

포함된 음반이 내년초쯤 나온다니 기대가 됩니다.

연주 중 일부 세세한 점들과 연주자 외적인

요소들이 맘에 많이 걸려 개운치만은 않기도 했습니다.


또, 생각나는 게 있으면 나중에 적어보죠.


PS: 토요일에 종로 영풍에 갔더니 부닌의 뮌헨 연주실황(쇼팽과 드뷔시 

    곡으로)을 DVD와 CD로 묶어 놓은 세트가 있길래 얼른 샀습니다. (회색 커버)

    9900원이니, 게다가 DVD에 CD에 있는 곡이 하나도 안 빼고 다 있습니다.

    (보통 DVD 보너스가 CD에 딸려 오는 것들은 안 그런 경우가 많은데요,

    이건 아예 그렇게 기획된 상품인듯.)

    예전에 광화문 교보에서도 한 15000원 정도에 판매했던 것 같은 기억도 나는데

    지금은 거긴 없는 것 같고요... 저게 DVD만 따로 판매도

    하는 걸로 압니다. 가격은 아마 좀 높겠죠? DVD 평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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