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MIT ] in KIDS
글 쓴 이(By): Charles ()
날 짜 (Date): 1997년10월30일(목) 06시48분43초 ROK
제 목(Title): 냉전의 수혜자 M.I.T.의 오늘



냉전의 수혜자 M.I.T.의 오늘 

내가 지금 머물면서 연구하고 있는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assachusettes
Institute of Technology)이 전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있는 대학 중 하나라 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보스턴의 유서깊은 하버드대학이 공학과 같이 실 제
쓸모있는 학문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불만에서 1865년 출발한 조그마한
지방 공대가, 1백30년 만에 전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대학으로 성장한
것이다. M.I.T.는 공학과 자연과학의 많은 분야에서 미국 대학 순위의 1
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교수들의 연구비 경쟁에서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 이뿐만 아니라 경영학, 경제학, 언어학과 같은 사회과학분야도 미국 대
학의 최상위 랭킹에 올라 있다. 

현재 M.I.T.에는 약 9백명의 교수의 지도 아래 4천5백명의 학부학생과 5
천5백명의 대학원 학생이 실험실의 밤을 밝히고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여학생의 비율도 이제는 학부에 40%, 대학원 25%에 이른다는 것이다. 전
체 대학원 학생 중 약 1/3이 외국학생이며, 한국에서 유학간 학생들도 대
학원에 1백명이 넘게 있다. 외국대학이 M.I.T.를 모방하려는 노력은 ‘MI
T-envy’로 잘 알려져 있으며, 이는 프랑스와 같은 선진국에서 말레이시
아나 중국에 이르기까지 범세계적인 현상이다. 

캘리포니아 실리콘 밸리의 지적 원천인 스탠퍼드대학처럼, M.I.T.는 보스
턴을 둘러싸고 있는 128번 도로(Route 128)를 따라 산재한 벤처기업과 밀
접히 연관되어 있다. 지금까지 M.I.T.를 졸업한 졸업생이 설립한 회사는
4천여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윌리엄 휴렛(William Hewlett)이 세운 휴렛
-패커드와 케네스 올슨(Kenneth Olsen)이 세운 디지털(Digital Equipment
Co.) 등이 널리 알려진 회사이다. 여기서도 볼 수 있듯이 M.I.T. 졸업생 이
세운 회사는 전자, 컴퓨터, 생명공학 등 첨단 과학·기술 지식을 바탕
으로 한 벤처기업들이 주종을 이룬다. 최근 보스턴 은행에서 낸 보고서에
의하면, M.I.T.졸업생들이 자신들의 회사를 모아서 국가를 만들었다고 가
정했을 때, 이 나라는 세계에서 24번째로 부유한 나라(대만보다 조금 더
GDP가 높은 나라)가 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더 흥미있는 사실은 이런 보고서가 나오게 된 이면에 있다. M.I.T.가 지
방의 공과대학에서 세계적인 연구의 중심지로 발돋움하게 된 데에는 2차
세계대전과 냉전시기의 군사연구가 결정적인 요인이었다. 실용적인 레이
더를 개발해서 연합군의 승리에 결정적인 공을 세웠던
방사능연구소(Rad- Lab: 이는 레이더 연구를 위장하기 위한
이름이었다)가 M.I.T. 캠퍼스 안 에 있었고, 이것이 전쟁 뒤 M.I.T.의
전자공학연구소(Research Laborator y of Electronics)로 흡수되었다. 이
연구소는 마이크로웨이브, 유도미사 일 시스템, 분자 빔 물리학, 군사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등을 연구했고, 이에 만족한 공군의 지원 아래 링컨
랩이 1950년에 발족했다. 이후 기기 실험실(I-Lab), 디지털 컴퓨터 실험실,
핵과학·공학 실험실, 재료과학 센터 등이 모두 군사 연구와 관련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엄청난 규모의 연방정부 예산이
국방성, 에너지성, 나사(NASA)와 같은 기 관을 통해 M.I.T.에 들어왔다.
냉전시기에는 교수들의 많은 연구들이 비 밀문서로 간주될 정도였다. 

냉전 종식의 여파는 M.I.T.에도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국방성은 이미 M.
I.T.의 전자 공학을 예전처럼 지원할 것인가를 회의적으로 보고 있으며,
비슷한 이유로 M.I.T.의 컴퓨터 공학, 재료공학, 물리학 등에 대한 연방
정부의 지원도 예전처럼 확실하지 못하다. 몇 해 전부터 M.I.T.는 다시
산업과 기업에서 그 후원자를 찾고 있으며, 정부 예산의 삭감과 산업 지
원의 증대는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 지난주에 발표된 M.I.T. 총장의 보고
서는 M.I.T. 교육과 연구의 목표를 산업에서 혁신(innovation)을 촉진하 고,
‘에코-효율’(eco-efficiency)을 추구하는 환경-산업-정부의 밸런스 를
유지하는 연구에 맞추고 있음을 역설하고 있다. 탈냉전 시기에 M.I.T. 가
거듭나려는 노력이 어떤 결과를 낳을 것인가 귀추가 주목된다. 

홍성욱/ 토론토대학 교수·과학기술사  

� 한겨레신문사 1997년11월06일 제 181호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