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T ] in KIDS 글 쓴 이(By): Charles () 날 짜 (Date): 1997년10월09일(목) 03시02분57초 ROK 제 목(Title): 권력은 뉴미디어에서 나온다 [한겨레창/사이버 대선97] "권력은 뉴미디어에서 나온다" 대통령 후보 초청 텔레비전 토론이 벌어지자 온나라가 들썩인다. 유권자의 눈길은 온통 TV 화면으로 쏠렸다. TV토론이 끝나면 그 즉시 후보의 지지율도 오르내린다. `권력은 미디어에서 나온다'는 말이 실감나는 때이다. 뉴미디어도 예외는 아니다. 대선 열기는 컴퓨터통신 가상공간으로도 날아들고 있다. 날마다 젊은 네티즌(네트워크와 시티즌의 합성어)이 쏟아내는 수십, 수백건의 신랄한 정치독설이 유권자가 직접 참여하는 토론문화를 가상공간에 꽃피우고 있는 것이다. 투표권은 없지만 해외 교포들도 고국의 정치판에 대한 의견을 인터넷으로 전해오고 있다. 점잔을 뺀 토론글, 국가정책을 논하는 글들과 함께 지지 후보에 대한 예찬과 다른 후보에 대한 욕설·비방, 유언비어도 난무한다. “지난 92년 대선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실히 미디어 환경이 달라졌어요. 컴퓨터통신 가상공간에선 대통령 선거에 대한 유권자의 관심이 현실보다 한발 앞서 시작됐음을 실감합니다.” 국민회의 박성수 전산실장은 컴퓨터통신이 대선 후보를 위한 홍보수단에서 `풀뿌리 네티즌'이 주체가 된 토론의 장으로 바뀌는 전환점에 있다고 말한다. 피시통신 사용자 250만명. 인터넷까지 합하면 300만명에 육박하는 사용자들이 날마다 정치토론의 논객과 관객으로 통신공간을 누비고 있다. 정당 관계자들은 이들 가운데 대략 150만~200만명을 유권자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시민단체까지 변화시키고 있다.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의 김의욱 정책실장은 “TV토론은 유권자의 직접 참여가 보장돼 있지 않지만 컴퓨터통신에선 유권자 시각의 정치토론이 가능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언제 유권자들끼리 후보의 자질과 정책에 관해 토론해본 적이 있습니까. TV토론보다 더욱 신랄하게, 사랑방 토론보다 더욱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게 새로운 정보기술이 가져다준 장점이죠.” 공선협은 유권자 중심의 정책토론을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 본격적인 대선토론 공간을 조직할 채비를 하고 있다. 통신공간에서 부정선거를 감시하는 컴퓨터통신 사용자들의 네트워크도 짤 계획이다. 일부에선 전자민주주의 실험도 이뤄지고 있다. 크리스챤아카데미와 네트연구소가 공동으로 지난 7월 인터넷에 문을 연 `15대 대통령 선거'는 애초 정보기술이 시민사회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가를 살피는 실험으로 시작됐다. 무수한 언론매체에서 쏟아져나오는 정치 정보와 사회 쟁점을 정리해 날마다 새롭게 올리면서 국내외 네티즌 사이에 인기를 얻고 있는 곳이다. 이를 운영하는 크리스챤아카데미의 문효은 간사는 “인터넷 토론을 바탕으로 각 후보에게 자신의 정책과 소신을 통신공간에 밝힐 수 있도록 곧 정책질의를 띄울 생각”이라고 소개했다. 또다른 컴퓨터통신단체 사이버파티는 투표권을 처음 행사하는 20·21살 젊은이들의 선거 참여를 이끄는 `20+21'이란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사이버파티의 원성묵 사무국장은 “아직 만족스런 수준은 아니지만 많은 네티즌 사이에서 관심이 높다”며 “컴퓨터통신을 통한 참여민주주의를 이번 대선에서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천리안·하이텔·나우누리·유니텔 등 국내 4대 피시통신망도 최근 대선을 두달여 앞두고 기존의 자유게시판 외에 별도로 대선 정치토론방을 잇따라 개설하고 있다. 후보 정책분석부터 욕설과 인신비방까지 말 그대로 천차만별, 각양각색의 글들이 이곳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선거철마다 통신망 게시판을 운영하는 피시통신업체의 운영자들은 곤혹스럽다. 선관위와 검찰쪽의 게시판 단속 요구와 통신 사용자들의 통신검열 반대 주장 사이에서 난처한 입장에 처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지방자치 단체장 선거, 국회의원 선거 등 최근 몇년새 수차례의 선거를 거칠 때마다 겪었던 일이다. “그렇지만 정치 계절에 유권자 통신인들이 정치에 관심을 갖는 일은 자연스러운 일 아닙니까. 통신인 스스로 저속한 글을 정화해내는 힘도 상당히 높아졌어요. 거짓말이나 인신비방이 오래가는 법은 없더라구요. 지금껏 경험으로 볼 때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나면 금세 제자리를 찾아가죠.” 5년째 피시통신 게시판을 관리해온 한 관계자의 말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검찰이 피시통신인 3명을 후보 비방 등의 혐의로 구속시킨 일은 무르익어가는 컴퓨터통신의 정치토론에 찬물을 끼얹은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당연하게 통신인들의 반발이 일었지만, 한편으론 구속 사태 이후 각 통신망에선 신랄한 정치 비판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등 열기가 크게 위축되고 있다. 대선을 앞두고 다시 실험대에 오르는 컴퓨터통신의 정치토론 문화는 어떤 의미일까. 연세대 윤영철 교수(신문방송학)는 “컴퓨터통신인은 대체로 `도시에 사는 20, 30대 남자 학생·회사원'이라는 동질성을 갖춘 집단이어서 유권자 전체의 여론을 형성하기엔 아직까지 멀었다”면서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 우리의 정치문화 수준이 얼마나 되는지는 가상공간에서 명확하게 확인하게 될 것”라고 말했다. 오철우 기자 기사등록시각 1997년 10월 7일 19시 7분 '한겨레'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