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목록][이 전][다 음]
[ MIT ] in KIDS
글 쓴 이(By): noo9 (어리버리)
날 짜 (Date): 2000년 2월 14일 월요일 오전 10시 08분 40초
제 목(Title): 스티커사진의저주 (12)


(( 스티커 사진 12 )) 

화면에 비친 내 어께 너머로 그 아이의 얼굴이 언뜻 보였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은미의 사진에 나왔던 그 얼굴에 그 표정이었다. 

온 몸에 전기가 통하는 것 같은 전율이 느껴지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나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자꾸 은미의 얘기와 그 아주머니가 들려주었던 얘기가 생각나서인지 

뒤가 불안한 것 같았다. 한숨을 내쉬며 다시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게 웬일인가. 

"시간 초과입니다. 배경을 다시 선택해 주십시오..." 라는 기계음이 

들리며, 그 문제의 배경은 화면에서 사라졌다. 

다시 찾아보았지만, 이번에도 나타나지 않았다. 

더 찾아볼까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욱 불안해졌고, 

사실 그 배경이 나온다 하더라도 사진 찍을 자신이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무서운 곳에 더 이상 있기가 싫어졌다. 

나는 도망치듯 장막을 헤치고 그 스티커 사진기를 빠져나왔다. 

누군가가 내 뒷덜미를 잡을 것 같아, 나도 모르게 뛰게 되었다. 

그 불길한 건물과 사진기로 부터 멀어져서야 걸음을 멈추었다. 

선선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온 몸이 땀으로 흠뻑졌었다. 

도망치듯 나온 내가 부끄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안도의 한숨도 

내쉬게 되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평범한 자판기 기계인데 너무 

무서워 한 것도 같았다. 

하지만, 은미의 얘기하며, 조작이 아니라고 밝혀진 사진, 

그리고 그 건물에서 자살한 일가의 얘기 등을 생각해 보면, 

우리가 논리적으로 생각해도 알 수 없는 일이 관련되어 있는 것 같았다. 

하루를 이 놈의 괴기한 일을 조사하다가 허비한 것이 생각나자, 

찝찝한 생각도 들었다. 내일은 이 모든 것을 잊고 학교에 나가서 

공부해야 할 것 같았다. 내가 지금 은미를 도와 줄 방법은 없을 것 같았다. 

사람이 아닌 것 같은 사진 속의 그 아이를 물리칠 수도 없고, 

은미를 납득시킬 수 없을 것 같았다. 단지 최선생님이 시간나는 대로 은미를 

봐주겠다고 했으니 거기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었다. 

나는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자위하고 내일 부터는 내 생활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집에 돌아와서 잠자리에 들었지만, 밤새 악몽에 시달렸다. 

그 아이의 소름끼치는 얼굴하고, 버려진 건물에 목메단 세 가족의 모습, 

한승이형이 사진을 겹쳐 보여주던 그 끔찍한 얼굴들이 계속 생각났다. 

그런 악몽에 시달리면서 새벽녘에야 간신히 잠이 들었다. 

책상 위에서 드르륵 하는 소리가 계속나서 잠에서 깨어났다. 

전날 밤 잠을 제대로 못자서 그런지 피곤하고, 온몸이 개운하지 못했다. 

시계를 보니 어느새 오전 11시가 다 되가고 있었다. 

드르륵하는 소리는 삐삐의 진동소리였다. 

아직 잠이 덜깬 상태에서 삐삐를 보았다. 5개의 메시지와 번호가 들어와 

있었다. 번호를 보니 모두 최선생님의 번호였다. 

그 번호를 보니 갑자기 잠이 확 깼다. 

8282라고 계속 찍혀있는 것을 보니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았다. 

은미 생각이 났다. 온갖 불길한 생각이 머리 속을 맴돌았지만, 

애써 그 생각들을 지우며 떨리는 손으로 수화기를 들었다. 

메시지를 확인하려다 먼저 직접 최선생님에게 전화를 하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최선생님이 받았다. 

"선생님, 저 일한인데요... 

제가 자는라고 삐삐에 일찍 답신 못드려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죠?" 

"일한씨도 아직 모르고 계시군요. 

정말 끔찍한 일이 발생했어요.. 

휴... 제 잘못일지도 모르죠... 

은미가 오늘 새벽에 자살했답니다. 

자기 방에서 몸을 던졌데요.. 끔찍하게도... 

오늘 오전 10시에 은미를 만나기로 해서 갔는데, 은미 집은 비어있었고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집앞에 모여있는 거예요. 

무슨 일인가 했더니, 은미가 자살했다는 거예요. 

제기랄! 어제 만났을 때 이럴 줄 알았어야 하는데.... 

지금 제일병원 영안실에 있답니다. 

저도 병원일 좀 매듭짓고 가 볼 생각입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일한씨 듣고 있어요? 일한씨!" 

난 충격으로 최선생님의 전화를 끝까지 듣고 있을 수가 없었다. 

은미가 죽다니... 

머리 속이 텅 빈 것 같았다. 

그렇게 무서워서, 그렇게 살고 싶어서, 나에게 구해달라고 했는데... 

나는 결국 은미를 위해서 해 준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운 은미에게 아무 것도 못 해준 것이다. 

나는 대충 상복으로 가라입고 제일 병원 영안실로 향했다. 

영안실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참담했다. 

어머니는 아직 정신을 추스릴수 없으신지, 영안실에 나오시지 못하셨다. 

은미 아버지만이 억지로 자리를 지키고 계셨다.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은미를 보니 눈물이 나왔다. 

불쌍한 자식.... 

병원을 나오다가 은미 친적 분 같은 분이 은미가 죽던 상황에 대해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계속...



[알림판목록 I] [알림판목록 II] [글 목록][이 전][다 음]
키 즈 는 열 린 사 람 들 의 모 임 입 니 다.